COSMO’S MIDNIGHT

나는 ‘한반도의 꼬리’라고 불리는 경상북도 포항 출신이다. 그 덕에 운이 좋게도 널찍한 바다를 곁에 두고 자랄 수 있었다. 바다를 배경 삼아 음악을 만들어보리라는 소소한 꿈 또한 가졌다. 하지만 현실과 마주하고, 바다와 자연스레 멀어지며, 소소한 꿈은 고이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듣는 일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쌍둥이 뮤지션 코스모스 미드나잇(Cosmo’s Midnight)은 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 4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가 이들의 배경이었기 때문. 마침 코스모스 미드나잇의 음악은 한반도 7번 국도 따라 펼쳐진 동해안과도 그리 멀지 않아 내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 그 향수와 막연한 선망에서 시작된 이들과의 인터뷰는 비록 모니터 너머로 진행됐지만, 내 마음만큼은 여름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한국에 있는 반가운 팬과 이 글을 통해 코스모스 미드나잇을 처음 접할 이에게 코스모스 미드나잇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코스모스 미드나잇이라는 호주 시드니 출신의 뮤지션이다. 코스모(Cosmo)와 나(Patrick)는 쌍둥이 형제로 하우스와 힙합의 교차점에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누군가 우리 음악을 ‘리듬 앤 하우스’라고 표현했는데, 이게 아직도 우리를 쫓아다닌다. 그간 코스모스 미드나잇을 서포트한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고, 새로운 팬 또한 빨리 만나고 싶다.

 

호주라는 환경이 당신들에 끼친 영향이라면. 코스모스 미드나잇 음악 특유의 밝고 몽환적인 감상을 주는 데 환경이 한몫했다는 말에 동의하나.

어떤 식으로든 호주 해안의 여름 햇살과 온화한 밤의 정서를 담아내려 했다. 모두가 자라면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가? 특히 요즘엔 인터넷 덕분에 국경이 허물어졌고, 어디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역시 점점 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쌍둥이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가족인데다가 일적으로도 함께하니 삶의 대부분을 공유할 거 같은데.

우리는 사실 이란성 쌍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음악을 만드는 일이 더욱더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서 가능한 한 최대치의 성과를 낸다.

 

평소에는 주로 어떤 음악을 듣는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면서 장르적인 한계를 느낄 때는 없는가.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고 싶어서 거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 특히 과거로부터 받은 영감을 현재로 끌어와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정말로 신난다. ‘EDM’은 모든 전자음악을 포괄하는 용어지만, 보통은 특정한 ‘댄스 음악’으로의 의미만 지닌다. 모든 장르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특정 장르를 피하고 그저 우리가 느끼고 영감받은 것들을 곡으로 만들려고 한다. 각자가 지닌 예술적인 렌즈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기에 우리가 만드는 것들은 모두 ‘코스모스 미드나잇’ 같은 느낌을 낼 것이다.

 

처음 음악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게 있다면.

매우 많다. 그러나 우리는 시작할 때 가졌던 그때의 흥분과 순수함, 순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앨범 [What Comes Next]의 정체성을 확고히 잡은 트랙은 2015년 “Walk With me”인 것 같은데, 이때부터 앨범을 구상한 건가?

딱히 의도하고 제작한 건 아니다. 언제나 생각한 대로 음악을 만들어 왔지만, “Walk with Me”을 발표했을 때, 이 곡이 우리의 열정을 담아낸 음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또 “History”를 제작할 때 우린 음악을 진정한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열정과 예술을 어떻게 결합할지, 또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 고민했고, 그 고민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What Comes Next]다.

 

앨범 [What Comes Next]를 위해 약 50곡이 탄생했고, 그 사이 12곡만 담아냈다고 들었다. 남은 약 38개의 트랙이 앨범에 담기지 못한 이유라면? 다음 앨범과 싱글로 공개할 계획인가.

앨범에 수록될 트랙을 구상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 스케치였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몇몇 데모들은 아마도 곧 빛을 보게 되겠지.

 

피처링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어떤 가이드를 제시했나?

별도의 가이드는 없었다. 아티스트의 창의력을 억누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한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며 에너지를 공유하고, 최고의 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가끔은 이메일을 통해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조금 어렵긴 해도 아티스트의 느낌을 잘 전달받았으니 문제 없다.

 

본 앨범 [What Comes Next]를 디지털로 접하며, 인터루드 트랙인 “What Comes Next – Interlude”는 바이닐 플레이를 위한 구상점, side a와 side b를 확실히 구분 짓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side b의 시작은 베이스 트랙인 “Wheer U been”이었다. 그렇다면 인터루드는 결국 “Polarised”의 인트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굳이 한 곡으로 묶어내지 않고 구분 지은 이유가 있다면?

“Polarised”는 매우 긴 인트로를 가진 곡으로 의도됐으나, 앨범에는 “What Comes Next”와 “Polarised”으로 나눠서 싣기로 했다. 간결한 좋은 곡으로 만들고 싶어서 의도한 것이지만, 확장된 버전을 들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고 싶기도 했다. 스포티파이(spotify)나 아이튠즈(iTunes)에서는 공백없이 마치 한 곡처럼 이어 들을 수 있도록 인코딩했다.

 

다양한 퍼커션의 등장으로 음악을 다채롭게 꾸몄다. 특히 새로운 마디가 시작될 때 ‘비브라슬랩’을 주로 등장시켰는데, 무슨 의도로 사용되었는지?

거의 모든 곡에 비브라슬랩을 사용했는데, 내 친구가 지적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소리가 하는 역할을 다른 소리로 채우는 방식의 퍼커션을 실험으로 즐겨 한다. 크래쉬 자리에 비브라슬랩을 넣거나, 화이트 노이즈 스윕 대신 심벌 스웰 혹은 트리 차임을 넣는 식의 실험이다.

 

지금까지 공개한 곡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라면.

한 곡을 꼽기는 어렵지만, “Polarised”가 먼저 떠오른다. 이는 화창하면서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곡이며, 멜랑콜리하지만 업비트인 곡인데, 우린 이 곡을 길고 길었던 세션 마지막에 짐을 싸며 녹음을 했다.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정확히 담겨 있어 애착이 간다.

 

많은 리듬 악기를 라이브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세션 멤버 없이 두 명이 라이브를 꾸리는데, 앨범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세세한 소리를 라이브로 구현하는 데 힘에 부치지 않는가?

쉽지 않다. 코스모는 베이스, 기타, 키보드와 MPC를 연주하고 나는 드럼 패드와 로토탐과 우드블록, 크래쉬 차임 등의 퍼커션도 연주한다. 유능한 가수이자 우리의 친구인 아스타(Asta)와 함께 투어를 돌며 “History”,”Talk to Me” 그리고 “Walk with Me”를 불렀다. 스튜디오 버전과 라이브 퍼포먼스 사이에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고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다.

 

앨범 커버 아트워크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색감을 즐기는 듯하다.

우리의 친구 작곡가인 칼럼 보웬(Calum Bowen)이 샬롯 메이(Charlotte Mei)라는 아티스트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샬롯에게 우리가 음악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녀는 곡에 바로 반응하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작업이 바로 이루어진다. 우린 그녀의 비비드한 색과 구성을 사랑한다. 우리 음악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내니까.

 

패드릭은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싶다고 했다. 지켜보는 한국 인디 뮤지션이 있는가?

콜드(Colde/OffOnOff), 딘(Dean), 박재범(Jay Park). 그리고 AOMG 아티스트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Lowkey”를 비롯해서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의 디렉팅을 ‘Sejon Im’이라는 한국인이 맡았다. 어떤 계기로 작업하게 됐나.

그의 작업물을 인터넷에서 봤다. 시드니 아티스트 슬림 셋(Slim Set)을 위한 영상이었는데, 큰 감명을 받아 바로 “Get to Know”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맡겼다. 이후로도 쭉 함께하고 있다.

 

여전히 사운드클라우드(Sound Cloud)가 건재하다고 생각하나.

사운드클라우드는 어렵다. 아이디어와 스케치, 부틀렉과 리믹스를 올리고 다양한 사운드를 탐색하기 좋은 플랫폼이었지만, 가혹한 저작권 클레임과 수익화 모델이 창작의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사운드클라우드 덕분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운드클라우드는 항상 우리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비슷한 결의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하자면 코스모스 미드나잇이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남들과 다른 곳으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받는다. 트렌드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발적이며 충동적으로 우리의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쌍둥이 송 라이터 듀오라는 점.

 

WHAT COMES NEXT?

새 앨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가능한 신선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스모는 기타와 베이스를 좀 더 많이 연주하고, 나는 최근 조금 더 많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감을 얻기 위해 70, 80년대 훵크와 디스코, 팝을 많이 듣고 있는데, 아직은 어떤 음악이 탄생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

Cosmo’s Midnigh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황선웅, 김나영
서문 │ 황선웅
사진 / 통역 │ Sony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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