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을 좇는 욕망들의 갈등, 영화 “우상”

제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부분에 공식 초청된 영화 “우상”이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국내 개봉에 앞서 지난 2월 베를린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이 영화는 현지에서도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장편 데뷔작인 “한공주”(2013)를 통해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수진 감독은 본인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연출을 이번 영화에서도 선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서사 구조는 극 전반에 감도는 특유의 긴장감을 만든다. 또한, 스크린 곳곳에 숨겨진 다양한 형태의 메타포를 통해 영화는 그 내적 깊이를 더하여 중력을 확보한다. 약 144분의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당연 으뜸. 자신만의 우상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 한석규, 천우희, 설경구는 치열한 인물 간의 갈등과 극의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는 도민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차기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가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뺑소니 교통사고를 알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적당히 무마하려던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들을 사고로 잃은 중식(설경구 분)의 분노와 사건의 모든 진실을 품고 현장에서 사라진 중식의 며느리(천우희 분)의 등장으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각자의 우상을 쫓는 헛된 욕망들이 충돌을 반복하여 결국에 다다르는 곳이 어딘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주목하자. 이는 단지 스크린 위에서만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닐 터.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스틸컷 │VILL LE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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