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앤 준과 새롭게 시작하는 콕재즈, 스윔래빗 그리고 제이클레프

크래프트 앤 준(CRAFT AND JUN)이란 레이블이 독자 개개인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레이블의 가장 큰 힘으로 ‘신선함’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트 앤 준은 특정한 음악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색의 아티스트를 내세웠다. 레이블의 디스코그래피에 다양한 매력이 담길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러한 선택의 연속이었을 것. 그런 크래프트 앤 준이 새롭게 선택한 세 음악가, 제이클레프(Jclef), 콕재즈(CokeJazz) 그리고 스윔래빗(swimrabbit)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콕재즈는 꽤 오래 활동했다. 여러 레이블과 이야기가 오갔을 거 같은데 크래프트 앤 준과 계약했다.

콕재즈: 여러 차례 얘기는 오갔다. 대부분 프로듀서 콕재즈를 원하더라. 나는 다양한 걸 하고 싶은데, 제약이 따라붙는 건 싫었다. 그러다 크래프트 앤 준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껏 레이블에서 릴리즈한 음악을 들어보니 각자 색이 되게 강하더라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회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개인 음반을 이제야 준비하는 이유가 있나?

콕재즈: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뒤에 숨어 프로듀싱만 하다가 앞에 나서서 음악을 들려주는 일에 겁도 먹었다. 준비된 채로 음반에만 몰두했다면 진작 나왔겠지만, 예전의 나는 준비되지 않았다. 지금은 음반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하다.

 

Cokejazz & Hoody – Blue Horizon M/V

많은 프로듀서가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콕재즈와 마찬가지로 스윔래빗 또한 레이블과 계약한 계기라면?

스윔래빗: 내 지난 음반을 부스트 놉(Boost Knob)의 박경선 엔지니어에게 맡겼다. 준백 PD가 부스트 놉에 놀러 갔다가 내 음악을 듣고 연락처를 받아갔다더라. 그렇게 준백 PD와 처음 만났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크래프트 앤 준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했다. 처음 만나서 음악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했다. 첫 미팅이 끝나고 집에 가며 크래프트 앤 준에 나온 음악을 들어봤는데, 나와 딱 맞는 음악들이었다. 한 서너 번 만나 도장을 찍었지.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스윔래빗: 나는 내 음악을 전자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지만, 팝의 요소도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프로덕션을 추구하기도 하고. 전자음악의 요소를 빌려와 팝을 만들고 싶은 셈이다. 내 음악은 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특정 장르를 결합한 음악이라 생각한다. 크래프트 앤 준에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윔래빗은 작년 싱글 [BEYOND]를 냈다. 싱글인데도 세 곡이나 포함됐다. 

스윔래빗: 앞서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가장 처음 나온 곡이 “Foolish”다. 더브(DUVV)와 함께한 개러지 하우스 스타일의 곡이다. 그 당시 클러빙을 자주 했다. 음악 들으러 클럽 소프(Club Soap)나 피스틸(Pistil)에 자주 갔다. 클러빙을 즐기진 못했는데, 어느 날 되게 테크니컬한 하우스가 나오더라고. 그날 여러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서 집에 돌아와 초안을 스케치했다. 곡을 쓸 때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하필 그 시기가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멘탈이 안 좋던 때였다. 그래서 어두운 개러지 하우스를 만들었다. 완성하고 보니 여기에 팝한 보컬을 얹고 싶은데 클럽 소프 포스터를 보니 더브가 있었다. 연락해서 작업하자고 했지.

 

 

swimrabbit – Foolish (Feat. DUVV) M/V

“Foolish” 외에 다른 곡도 스토리가 있는 건가.

스윔래빗: 원래는 “Foolish”만 내려고 했는데 멘탈이 조금씩 회복되니까 그 과정을 곡으로 풀어볼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저드(jerd)랑 놀다가 곡 작업도 안 됐는데 “한 곡 만들자”라고 했다. 그게 “Beyond”다. 멘탈을 회복하면서 네온 버니(Neon Bunny)의 “서울하늘”을 정말 많이 들었다. 국악기 소리가 심금을 울리는 느낌이 있더라고. 그래서 “아지랑이”를 만들고 나서 네온 버니에게 연락해 피처링을 부탁했다. 이걸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냥 묶어서 싱글로 냈다. 결과적으로 [Beyond]는 21살부터 22살까지의 감정을 아카이빙한 싱글이 됐다.

 

크래프트 앤 준에서 새롭게 보여줄 모습이라면.

스윔래빗: 결론부터 얘기하면 하던 거 계속할 거다. 시기별로 듣는 음악이 다른데 인풋이 새로우면 아웃풋도 새로운 게 나오는 편이다. 영향받는 장르는 달라져도 팝한 보컬 프로덕션이 들어가고, 나만의 색으로 코드웍을 하는 포맷은 바뀌지 않을 거다.

 

콕재즈와 스윔래빗이 프로듀서에 가깝다면, 제이클레프는 퍼포먼서로의 이미지가 더 큰 거 같다.

제이클레프: 힙합, 알앤비와 크게 결이 다르지 않은 음반을 내서 그런 인상이 생긴 듯하다. 나는 내가 아직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이후로 힙합/알앤비 카테고리에 더 깊숙이 들어간 거 같다. 지금 얘기로 보면 본인은 크게 원치 않는 듯한데.

제이클레프: 힙합이라 부르든 알앤비라 부르든 상관없다. 힙합 앨범을 내고 싶어서 만든 앨범이었다. 장르에 신경 쓸 에너지가 없다. 보컬이나 스타일 자체를 무리해서 바꾸진 않겠지만. 나는 시도할 게 엄청 많이 있다. 관문이 엄청 많지.

 

보통 음반을 작업할 때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가?

제이클레프: 나는 음반 안에서 작가와 음악가의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 보니 혼자 하며 생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떤 내용의 곡을 만들고 싶은데, 그 내용과 어울리는 비트를 찾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이럴 땐 새로운 비트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부분을 크래프트 앤 준이 잘해주고 있다.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무엇인가?

제이클레프: 되게 많다. 음…. 유튜브를 보다가 모노 네온(Mono Neon)이라는 채널을 찾았는데, 재밌어서 음반을 찾아들었다. 샘파 더 그레이트(Sampa the Great)도 자주 듣는다. 스미노(Smino), 아미네(Aminé)의 음반도 듣는다. 모세 섬니(Moses Sumney) 엄청나게 좋아하고. 레퍼런스 삼아 만드는 사람은 아니어서 취향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2집을 내지 않을까 싶다.

 
제이클레프가 크래프트 앤 준을 선택한 이유는?

제이클레프: 소수의 사람이 온 작은 콘서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음악에 제약이 있는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회사에 바라는 건 회사가 없던 사람처럼, 곧 데뷔할 신인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Jclef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M/V

다른 레이블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제이클레프: 레이블에 들어가기 전에 당연히 음악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얼마 없었다. 음악 얘기보단 내 미래를 묻고, 나중에 어떻게 되고 싶은지 묻는다. 이런 걸 논의하고 싶지 않다. 나는 미래에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일, 다음에 어떤 음악을 만들지 정도만 관심이 있다.

콕재즈: 좋은 거다. 레이블들을 보면 음악 얘기를 깊이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크래프트 앤 준은 회사 내 다른 음악가들과 음악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가?

콕재즈: 일단 우리가 사인을 한 지 얼마 안 됐긴 한데…. 최근 술자리가 있었다. 그때 음악 얘기를 많이 했다. 제이클레프가 말한 것처럼 시대가 시대다 보니, 숫자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근데 술자리에서 컴프레서를 깎아야 한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또, 누구나 한 번씩 디깅하다가도 새로운 걸 못 찾겠는 벽에 마주치지 않나. 그럴 때 각자의 라이브러리를 풀어주기도 한다. 요즘 핸드폰에 새로운 음악이 많이 추가됐다. 이런 게 음악 얘기를 하다 보면 얻는 결과물이지 않나.

 

사인 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당신들에게 크래프트 앤 준은 어떤 곳처럼 느껴지는가? 개인적으로 크래프트 앤 준은 음악가가 새로운 걸 도전하는 곳처럼 느껴지는데.

콕재즈: 사인은 2주 전에 했지만, 준백 PD와는 2년 전부터 자주 봤다. 일을 함께한 적도 있다. 준백 PD가 원래 음악을 했던 사람이고, 음악 오타쿠지 않나.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준다. 그렇다 보니 레이블 소속 음악가 분위기도 그렇고, 계속 새로운 걸 탐구하게 한다. 머무르지 않고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다.

제이클레프: 새로운 걸 하라는 강요는 전혀 없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음악 잘하고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이 모인 곳 같다. 준백 PD에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윔래빗: 회사가 좋았던 이유가 하나 또 있다. 난 이제 음악 커리어를 갓 시작한 만큼, 시장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돌아가는지 모른다. 동시에 ‘음악가들은 얼마나 재밌게 놀까?’ 싶은 기대가 있었다. 근데 크래프트 앤 준 술자리를 갔는데 치킨 먹으면서 원카드 하고, 치킨 먹고 디제잉하고 놀았다. 엄청 순수한 사람들이란 느낌을 받았다.

 

술자리에서 카드를 가지고 노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콕재즈: 카드는 내가 가져왔다. 원래는 홀덤을 치려 했는데 아무도 규칙을 모르더라. 그래서 다 한 번쯤은 해봤을 원카드를 했다. 연남동에 우리가 아지트처럼 쓰는 술집이 있다.

 

술집 이름이 뭔가?

제이클레프: 타임코스모스. 힙하거나 그런 곳은 아니다. 정겨운 곳이지. 가면 일단 이안 캐시(Ian Ka$h)가 있다. NPC다.

 

크래프트 앤 준에 세 사람이 들어갔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준백 PD가 당신들의 무엇을 유심히 보았을지 궁금했다.  예측해 보자면?

콕재즈: 음악이 좋아서 준백 PD가 좋아한 게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낸 음악들이 대부분 힙합, 알앤비지 않나. 그러다 술자리에서 준백 PD에게 내가 만든 음악을 들려주니 너무 좋다고 감동하더라고. “네가 이런 걸 했어? 왜 안 내?”라며 깜짝 놀랐다. 그 뒤로 음악 얘기를 많이 했다.

스윔래빗: 나는 나를 못 믿는다. 그래서 준백 PD에게 계속해서 물어봤다. 미팅에서 충분히 내 얘기를 했을 때 준백PD가 뭔가 캐치한 게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내 또래 중 여러 가지를 똑똑하게 처신한다고 생각한다. 준백 PD가 그 부분을 잘 봐준 게 아닐까 싶다.

제이클레프: 첫 미팅 때 “준백이라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과 같이 하고 싶다”라고 말하더라. 그 말이 감동이었다. 내가 뭘 할지 모르겠고, 방향을 잃었을 때 준백 PD가 잘 제시해줄 거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콕재즈: 계획상으로는 내 음반이 제일 먼저 나오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니까. 음반이 나오면 음원 활동을 활발히 하려고 계획 중이다. ‘계획’ 중이다….

스윔래빗: 다음으로 내 싱글이 나올 수도 있다. [BEYOND]랑 관통하는 주제가 다르단 건 확실하다.

제이클레프: 말을 아끼겠다.


진행 / 글 │ 심은보
사진 │ 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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