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클럽 신에서 태어난 새로운 프로듀서 듀오, VCR02 / 미니 인터뷰

서울 기반의 디제이와 프로듀서가 손 잡고 결성한 듀오 VCR02. 한국 힙합 신(Scene)의 슈퍼 루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d Kid)의 트랙을 리믹스해 내놓은 이들의 첫 작업물로 미루어 보아 이들의 지향점은 한국에선 희귀한 댄스홀(Dancehall)에 가깝다. 하지만 해외의 것을 재해석해 서울만의 음악 장르를 내놓겠다는 VCR02의 밴드캠프 계정 성명만 가지고 이들의 색과 행동원리를 속단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 물음표 몇 개.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제각기 서울 저변의 음악 신에서 행보를 이어가는 VCR02의 두 구성원에게 질문 몇 가지를 던져보았다.

 

VCR02 팀의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VCR02: 우린 벤코(Venko)코커(Co.kr)가 함께하는 프로듀서 팀이다.

 

VCR02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VCR02: 평소 서로의 라이브러리를 지속해서 공유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를 바탕으로 스케치한 후, 편곡을 진행한다.

 

‘KR 훵키(KR Funky)’란 단어로 팀의 음악색을 정의한 점이 인상 깊다. KR 훵키는 하나의 음악 장르라 봐도 무관한가.

Co.kr: 음악 장르로 자리 잡도록 노력 중이다. 나는 카니발 사운드를 다루는 ‘GHETTO-RAY’라는 파티크루를 운영하며 레게(Reggae), 댄스홀, GQOM, 바일레 훵크(Baile Funk), UK 훵키(UK Funky) 등의 음악 장르를 예의주시해왔다. 이러한 음악을 잘 들어보면 해당 국가의 전통 악기를 자주 사용해 정체성을 강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와 벤코도 한국 특유의 타악기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레드불 서울소리 샘플팩이 여러모로 고맙다. 우리 목표가 생각대로 이뤄지면 좋겠다.

Venko: 나의 음악적 뿌리는 레게와 댄스홀이다. 코커를 알게 된 것도 자메이카와 UK 댄스홀 장르라는 공통분모 덕분이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GHETTO-RAY’ 파티에 참여하며 나와 코커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자 뜻을 모았다. 그렇게 굳혀진 생각이 바로 KR 훵키다. 현재 레드불 서울소리 바이닐 음반을 구입해서 그 샘플팩으로 한참 작업 중이다. 한국 특유의 타악기 소리를 VCR02 스타일로 재해석하려 노력 중이다.

 

고유의 장르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포부가 인상 깊다. 서울의 고유 장르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Venko: VCR02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이고 그 이름 또한 서울의 지역번호 ’02’에서 따왔다. 자연스럽게 VCR02의 지향점은 우리가 사는 서울 고유의 장르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어떤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기 위해선 그 배경이 되는 외국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과 VCR02만의 굳건한 스타일이 필요하다.

Co.kr: 외국에서 시작된 하우스(House), 테크노(Techno), 트랩(Trap) 등의 음악도 서울의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면 그것도 서울의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좀 더 한국스러운것으로 서울의 장르를 세우고 싶다. 이를 위해서 VCR02는 한국 전통 악기 중 우리가 좋아하는 타악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고민 중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은 작은 일이라도 많은 고민을 수반한다. 새로운 장르를 소개하려는 본인들도 예외는 아닐 터.

VCR02: 힘들다. 게다가 KR 훵키는 아직 하나의 장르라 말하기엔 아직 섣부른 단계다. 그리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곡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자신의 음악으로 자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래퍼 친구들과 지속해서 작업할 계획이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Uneducated Freestyle”를 리믹스한 곡을 내놓았다. 한국 힙합 신의 자타공인 주목받는 신인인 그와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VCR02: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코커와 같이 일했던 친한 동생이자 우리 기준으로는 지금 가장 핫한 아티스트다. “Uneducated Freestyle” 노래를 리믹스한 이유는 VCR02에게 잘 어울리는 빡센 랩이기에 자연스럽게 곡에 묻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카펠라를 달라고 부탁했다.

VCR02 음악의 BPM은 대체로 빠른 128~130사이다. 그게 트랩 하기 편한 64~65 BPM과 예상대로 너무 잘 어울려서 작업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실 트랙 자체는 이미 몇 개월 전에 완성되었지만 공개하기까지 딜레이가 생겼다. 조금 더 일찍 공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VCR02는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DJ와 프로듀서로 구성된 듀오다. 본인에게 영감이나 영향을 준 요소가 궁금하다.

Co.kr: 디제이 활동을 하며 항상 클럽에서 틀 수 있는 클럽 튠(Tune)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최근 되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GQOM’을 비롯한 언더그라운드 음악 장르가 VCR02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Venko: 나는 프로듀싱을 먼저 시작했지만 디제이 활동을 개시한 뒤, 디제잉이 프로듀싱 자체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VCR02에게 영감이나 영향을 준 요소는 내가 디제이 활동을 시작하며 확연하게 넓어진 음악 라이브러리가 아닐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리믹스는 지속해서 공개될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VCR02의 추후 행보에 관한 힌트를 줄 수 있는지.

VCR02: 일본 레게 신 디제이들은 월드 와이드 래퍼, 혹은 댄스홀 아티스트들의 덥플레이트(Dubplate)를 받아 믹스 CD를 제작하더라. 벤코가 작년 일본 오사카의 레게 신을 경험하고 안 사실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우리도 리믹스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다.

다음 VCR02의 리믹스 주자는 쿠기(Coogie) 아니면 키드밀리(Kid Mille)로 예상한다. 코커의 크루 우주비행(WYBH)에 속한 많은 래퍼와 헨즈 클럽에 놀러 오는 다양한 친구와도 협업의 여지가 있고. 앞으로 많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 함께 곡을 내고 싶은 이는 아카펠라를 메일로 보내줬음 한다.

 

VCR02의 작품은 어디에서 만나볼 수 있나. 피지컬 음반도 기대할 수 있을까.

VCR02: VCR02의 밴드캠프와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서 체크해 주길 바란다. 지금까지 공개된 곡을 포함한 4개의 리믹스 트랙이 완성되면 바이닐 음반으로 찍어 프로모션용으로 뿌리고 싶다. VCR02 리믹스 시리즈에 참여한 모든 래퍼의 샤웃아웃 덥플레이트 ─ Shout Out Dubplate, 레게 & 댄스홀 음악 용어로 본래 가사를 용도에 맞게 개사한 아카펠라를 의미함 ─ 를 받을 예정인데 이건 코커가 디제이 재용(DJ Jeyon)과 어글리덕(Ugly Duck)에게 영향받은 바다.

VCR02의 이름으로 공개되는 에디트 트랙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역시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인지. 

VCR02: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VCR02의 오리지널, 리믹스, 그리고 에디트 트랙으로만 디제잉하는 것이다. 에디트 트랙은 시리즈라기보다는 그냥 꾸준히 공개하는 하나의 작업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VCR02: Shout out to 최고의 마스터링 스튜디오 MOTEHRBIRD STUDIO!


진행 / 글 │ 홍석민
사진 │ Kyeoyou

VCR02 공식 밴드캠프 계정
VCR02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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