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지붕을 모은 사진집, ‘Sur Paris’

도시를 둘러싼 회색 잿빛의 건축물이 풍기는 쌀쌀한 분위기, 그 주위를 밝히는 따뜻한 가로등 불빛은 어딘지 부조화 같은 조화를 이룬다. 나폴레옹 3세가 기용한 당대의 유능한 건축가 조르주-유젠 오스만(Georges-Eugène Haussmann)은 잃어버린 프랑스의 영광(La Gloire)을 되찾기 위해 파리 건축물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를 꿈꿔 건물의 높이와 너비부터 주변의 도로까지 염두에 둔 개혁을 감행한 것. 이백년이 지난 지금, 고풍이 배어 있는 수도는 비로소 많은 사진작가를 매혹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낭만의 색채가 나날로 짙어졌다.

그러나 독립 사진작가 알랭 코뉘(Alain Cornu)는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을 거부하는 듯 보인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거부하고 ‘죽은 자연(Nature Morte)’을 모토로 작업해온 그는, 파리 곳곳을 누비며 지붕(Toits de Paris)에 올라가 적막한 이미지의 피사체만을 담았다. 그의 일관된 사진 철학은 전작들을 통해 증명되는데, 예를 들어 ‘Les Signes de la Forêt’는 쓰러져 나뒹구는 고목을 무채색에 가까운 톤으로만 찍었다. ‘Sur Paris’에 담긴 지붕, 굴뚝과 주변 풍경은 이러한 그의 정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의 사진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건축물의 지붕은 각각의 개별적인 미를 지니며, 획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코뉘는 학창시절 하녀방(Chambre de bonne)에서 다년을 보내며 얻은 추상적인 영감을 이번 사진집을 통해 실체화했다고 전했다. 단조로운 아름다움에서 오는 진부함, 포장된 미를 구토하고 싶다면 ‘Sur Paris’를 감상해보자.

Alain Cornu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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