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을 대영 박물관에 기부한 Banksy

현대미술계 전대미문의 악동 뱅크시(Banksy). 지난 10월 런던 소더비(Sotheby)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을 파쇄하는 기행을 선보여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작품을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다만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대영 박물관이 한때 뱅크시의 장난에 피해를 본 장소였다는 것.

 

2005년, 뱅크시는 세계 유명 전시 공간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전시하는 일명 ‘도둑 전시’를 진행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대영 박물관 역시 그의 타깃이었는데, 카트를 끌고 있는 원시인의 모습이 새겨진 뱅크시의 암각화는 뱅크시 본인이 직접 언급하기 전까지 며칠 동안 그 자리에서 버젓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당시 작품을 설명하는 캡션에는 뱅크시무스 막시무스(Banksymus Maximus)라는 예술가가 만들었다고 표기되었다. 더불어 “이와 같은 유형의 작품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열성적인 지방 관리들이 일제히 파괴해서 불행히도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도둑 전시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대영 박물관이 최근 입수한 작품은 뱅크시의 ‘Di-faced Tenner’. 영국 10파운드 지폐에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 대신 故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Diana Frances Spencer)의 모습이 그려진 이 작품은 2004년에 뱅크시의 퍼포먼스를 위해 만들어진 수십만 장의 지폐 중 하나. 당시 뱅크시는 건물 위에서 위조지폐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기획했지만, 이 지폐를 실제 거래에 사용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대영 박물관의 현대 화폐 큐레이터인 톰 호큰헐(Tom Hockenhull)은 그동안 이 작품을 컬렉션에 추가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복사기로 대량 복사된 작품의 특성상 거래 중인 작품들이 실제로 뱅크시가 제작한 것인지, 일반인들이 복사한 것인지 감별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최근 뱅크시의 작품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 측에서 해당 작품을 직접 기부하며 대영 박물관은 검증된 뱅크시의 지폐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Di-faced Tenner’는 뱅크시의 작품 중 최초로 대영 박물관의 컬렉션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었지만, 아쉽게도 시각 예술 전문지 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에 실린 박물관 측의 입장에 따르면 아직은 해당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 없다고. 작품이 언제 공개될지는 모르지만, ‘Banksy of England-Bank of England를 패러디한 것-‘이라는 익살스러운 문구가 적힌 해당 작품은 앞으로 전 세계 뱅크시 팬의 성지순례 코스에 대영 박물관을 포함시킬 전망이다.

Banksy 공식 웹사이트
Banks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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