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5 Favorites : COOLRAIN

쿨레인(Coolrain, 본명 이찬우)이라는 이름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단 한 가지를 의미한다. NBA, 나이키 (Nike), 반스(Vans), 아메바 컬처(Amoeba Culture) 등 그가 협업한 클라이언트 목록과 이뤄온 업적을 줄줄이 나열할 수도 있지만, 쿨레인이라는 인물의 본질을 나타내는 단어는아트토이단 하나뿐. 그가 아트토이를 제작하고 수집한 25년의 세월은 고스란히 국내 아트토이 신(Scene)의 역사가 되었다. 아트토이 대부이자 세계적인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이 가장 아끼는 컬렉션과 그의 대표작을 ‘Top5 Favorites’에서 소개한다.

 

‘Pierced’ By Parra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파라(Parra)는 가장 오랫동안 좋아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이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데뷔작부터 시작해서 만화책, 굿즈, 피규어 등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을 가리지 않고 모으는 편이다. 그렇게 인물을 중심으로 수집하다 보니 파라의 여러 가지 굿즈도 자연스레 모았다. 특히 파라의새 여자캐릭터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피규어를 비롯해 파라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스케이트 데크 등 다른 아이템도 소장하고 있다. 롱비치 타월, 샤워 커튼 같은 아이템이 특히 예쁘더라.

이전에는 주로 휴먼트리(HUMANTREE)를 통해서 구매했는데, 아무래도 티셔츠는 누드 캐릭터 그래픽이다 보니 입고 다니기 부담스럽다. 가족과 아파트 아주머니들 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하하. 이 제품의 경우는 킨키로봇 (Kinki Robot)를 통해 약 세 개 정도 수입됐을 거다. 내가 아트토이 작업을 해서 그런지 파라의 아트워크를 보면서 그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토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아쉽게도 파라의 아트토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제품도 300개 한정으로 기억하는데, 색감도 좋을 뿐더러 파라의 대표작 같은 아트워크라 구매했다. 사실 파라의 아트워크를 좋아해서 샀을 뿐이지, 퀄리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 제품은 정말 잘 만들었다. 소프비(Soft Vinyl) 재질에 광을 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 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제품은 광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세라믹처럼 느껴진다. 키드로봇(Kid Robot)의 제품 퀄리티가 점점 좋아지는 듯하다.

 

어떤경로로 구매했나?

정확히 발매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이키 퀵 스트라이크(Nike Quickstrike)처럼, 킨키로봇에서 사전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숍을 방문했다. 운이 좋았지. 국내에서 이 제품을 구매한 나머 지 두 명도 내가 아는 컬렉터들이었다.

 

얼마인지 물어봐도 될까?

발매가는 200달러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23~24만 원 정도였다. 파라의 아트워크를 담은 토이가 자주 발매되지 않다 보니 지금 이베이(eBay)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베이를 자주 확인하는 편이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700~800달러 선에서 팔리지 않을까.

 

Les Viandardes By McBess

멕베스(McBess)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랑스의 비스트리트(Be Street) 매거진의 편집장을 통해 내 아트토이를 독일에서 전시한 적 있다. 몇몇 로컬 작가들이 내 작업물을 다시 그린 그림을 함께 전시했는데, 그중 한 명이 맥베스였다. 멕베스는 일러스트로도 유명하지만, 본인의 음악에 아트워크를 입힌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한다. 멕베스의 그림 스타일을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최근에는 그가 그린 아트워크를 다시 토이로 만드는 던키즈(Dunkeys) 시리즈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아트워크도 파라만큼이나 토이 형태로 만나보기 힘들다. 이 제품도 킨키로봇에서 구매했는데, 발매가와 제작 수량이 파라의 토이와 비슷할 거다. 애니메이션적인 커브 라인이 맘에 드는 모델이다. 이 제품은 패키징도 독특한데, 토이의 몸에 그려진 타투의 소스가 전부 박스 위에도 그려졌다. 피규어의 디자인 콘셉트를 박스까지 그대로 가져가는 거지. 한 종류의 토이가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제품도 다른 컬러 모델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맥베스가 흑백으로만 아트워크를 만드는 작가다 보니 컬러 제품은 없을 것 같다. 토이 사이트를 뒤진다거나 해외구매까지 해서 컬렉팅하는 편은 아니라.

 

동일모델의 아트토이가 다양한 컬러로 제작되는 이유라면?

아트토이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소량 제작, 높은 퀄리티, 고가 판매의 특징을 지닌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소량 제작이 가장 힘든 과정인데, 토이를 생산하는 공장 측에서 소량 제작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모델이라도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을 통해 수량을 높이는 편이 더 쉽지. 그렇게 되면 컬렉터는 같은 모델도 여러 컬러를 모아야 하니까 이런 베리에이션이 반가울 리 없지만, 아직은 제작자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GOTCHA’ Sculpture by Steve Harrington

스티브 해링턴(Steve Harrington) 2~3년 전부터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는 아티스트다. 비스트리트 매거진의 편집장으로부터 그의 아트워크를 선물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의 아트워크를 토이로 구현하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토이 회사인 토이큐브(Toy Qube)와의 협업으로 금방 발매되더라고. 작년 콤플렉스콘(ComplexCon)에 공개됐고, 이전에 협업한 적 있는 다른 작가가 구해서 보내줬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베이프(A Bathing Ape)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작은 사이즈도 있고, 해링턴의 다른 작업도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의류 제품으로 발매됐다고 알고 있다.

 

제품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발매가는 25~30만 원 정도, 100여 개 한정 발매로 기억한다. 재질도 앞서 소개한 두 제품과는 차이가 있는데, 폴리스턴(Polystone)이라는 재료로 소량 제작할 수 있다. 제작할 때 들어가는 금형이 실리콘 금형으로 저렴하다 보니 소량 제작이 가능한 거지. 다만 비교적 저렴한 재질이다 보니 토이 자체가 매우 무겁고, 쉽게 깨지기도 한다. 아트토이 및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끼리 국제적인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는 편인지? 작가 대 작가의 교류는 활발한 편이다. 서로 약속만 잡으면 되니까 협업도 쉽게 이루어진다. 다만 회사가 개입된 경우에는 콜라보레이션이 조금 까다롭지. 절차도 많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니까.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할 때 고충이 있다면?

보통 일러스트레이션은 정면 그림이다 보니, 입체로 구현하기 위해 보통 작가에게 캐릭터의 측면과 후면 그림까지 요청하게 된다. 작가가 입체 구현에 필요한 비율 등을 철저히 고려해 사면도를 그려주면 좋지만, 비현실적으로 그려주는 작가들도 있다. 원형사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각이 다른 탓이다. 결국 원형사와 작가 간 수정이 오가면서 생각을 맞춰가게 된다. 원형사에 따라 일러스트를 다르게 해석하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캐릭터의 발을 가로로 길게 그렸다면, 그걸 그대로 일자로 벌린 발로 표현할지 45도 벌린 것으로 수정할지는 원형사의 몫이다.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피규어 제작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마땅한 제작사가 없는지라 그런 경우가 거의 없고 개인 간 협업을 통해 핸드메이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뿐 아니라 제품 생산에 들어가게 되면 원형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양쪽에게 꽤 큰 금액적인 부담이 생겨서 회사가 개입하면 유통과 제작 및 전방위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회사의 지원이 없는 작가들은 페어에 나가서 직접 작품을 팔거나 여러모로 품이 들 수밖에 없다.

 

ENBT X Star Wars ‘PITHETROOPER’
By COOLRAIN STUDIO

만든 지 약 6~7년이 지난 오래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장갑이 없는 원숭이 헤드의 블랙 컬러 작품이었고, 스톰트루퍼(Stormtrooper) 캐릭터 라이선스가 없어서 정식으로 발매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운 좋게도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Rogue One: A Star Wars Story)” 개봉일에 맞춰 열린 전시에 참여하면서 라이선스를 얻게 되어 100개 한정으로 발매했다. 발매가는 약 72만 원 정도였고, 전 세계 스타워즈 팬들의 축제일인 5 4스타워즈 데이(Star Wars Day)’에는 1:1 실사 사이즈로 제작해서 전시하기도 했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은 판매된 100개 중 28번째인데, 애니메이션아키라(AKIRA)”의 주인공인 아키라의 손에 새겨진 타투, ‘아키라 넘버’ 28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굳이 스타워즈 캐릭터 중 스톰트루퍼를 모티브로 선택한 이유는?

본작품은내 ‘Everyone Needs a Break Time’ 시리즈 중 하나로, 농구 선수가 벤치에서 휴식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휴식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스타워즈 캐릭터의 극 중 모습보다는 영화가 끝난 뒤 쉬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아무래도 지친 소시민이라는 콘셉트에는 스톰트루퍼가 제일 어울리더라. 물론 스톰트루퍼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최초로 만들었던 던키즈 캐릭터의 원숭이 헤드가 스톰트루퍼의 헤드 모양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스톰트루퍼의 헤드를 가져왔을 때 제일 모양이 예쁘다. , 반스 x 스타워즈 제품 프로모션을 위해 스톰트루퍼의 직장상사 콘셉트로 다스베이더(Darth Vader)도 제작한 적 있다.

 

스타워즈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도 항상아키라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쿨레인의 작품에서 그 영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최근작인 “RabbiTT”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 디자인은 조금 일본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 장갑 이외의 캐릭터는 다른 작가와 협업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 화학 전공자 신분에서아키라를 통해 애니메이션과 토이에 애정이 생긴 사람이라 언젠가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생겼을 때 아키라 혹은 재패니메이션 관련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존경하는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 작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에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환상도 있고.

혹은아키라이지 라이더(Easy Rider)”, 유럽의 그래픽 노블 등 서양문화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보니 그 작품의 영감을 좇으면서 자연스레 미국 문화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김정기 작가가 오토모 카츠히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소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으로 인생이 변했기에 단순한 팬보다는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으로 만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김정기 작가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나와 김정기 작가는 한국에서 각자의 분야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교류해왔던 사이고, 각자 분야의 국내 시장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나눴지. 김정기 작가는 그야말로 붓 펜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작가이지 않나. 존경심은 물론이고, 둘 다 해외 교류가 활발한 작가들이기에 유대감 역시 있다. 올해를 시작으로 공동작업을 계획 중이다. 4월에 프랑스에서 전시를 통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고, 대중적인 토이보다는 좀 더 과감한 아트피스에 가까울 것이다.

Space Lunar Boot-Wearing Astronaut Figure
By COOLRAIN STUDIO

이 작품은 내 아트북의 커버를 장식한 제품이다. 2014, 에어맥스 탄생 27주년이자 에어맥스 데이(Air Max Day)를 기념해 발매된 에어맥스 루나(Air Max Lunar)의 프로모션을 위해 만든 것인데, 우주인이 루나를 신고 유영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루나의 신발 바닥을 월면 모양으로 꾸미고 그 위에 토이를 배치해 전체적인 디오라마(Diorama)를 만들었다. 캐릭터가 신고 있는 신발은 루나를 스페이스 부츠 형태로 변형시킨 것이고, 우주복에는 나이키와 관련된 다양한 로고들을 붙였다. F1 레이서와 우주인을 합쳤다고 보면 되는데, ‘나이키가 우주인의 스폰서라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디테일이다. 앉아있는 형태가 기본적이지만 관절이 있어서 다양한 포즈로도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

토이 제작 방식을 결정하는 시기에 내게 하나의 계기가 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아트토이 문화는 1999~2000년 즈음 홍콩에서 시작됐고, 내가 2004년에 시작했을 때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아니었다. 플랫폼도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었기에 뭘 해도 카피캣이라는 소리를 피할 수 없었지. 결국 아트토이라는 문화 자체를 내가 연 게 아니니 욕을 덜 먹으려면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잘 만드는 방법밖에 없겠더라고. 그렇게 약 10년간 퀄리티에 엄청나게 집착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퀄리티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연출과 스토리의 중요성에도 눈을 뜨게 됐다. 어떻게 보면 남자아이의 로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우주인의 콘셉트와 우주정거장에서 쉬고 있다는 스토리에 집중해 디스플레이와 디테일을 설정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 작품은 내가 이전에 제작한 제리 로렌조(Jerry Lorenzo),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피규어와 함께 지금까지도 구매 요청이 가장 많이 오는 작품 중 하나다. 물론 프로모션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고 나이키 스우시 라이선스가 없어서 나이키의 허가 없이는 판매할 수 없는 작품이지. 다만, 나이키 CEO인 마크 파커(Mark Parker)를 비롯해 본사의 여러 고위급 인사가 엄청난 아트토이 컬렉터라고 알고 있는데, 이 작품 전시 이후로 나이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요지는 본사의높은 분들이 내가 전시한 디오라마 그대로 몇 세트를 구매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나이키 본사에만 판매한 적 있다. 정확히 본사의 누가 구매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뿌듯한 사건이었다.

 

그럼 앞으로도 발매 계획이 없는 것인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올해 판매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 에어포스원 행사에서 나이키의 이사 한 분을 만났는데, 회사에서도 구매요청을 계속해서 받는다고 하더라. 라이선스 제공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고, 생산을 맡아주겠다는 곳도 생겨서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하다. 나이키에서 판매용으로 출시한 공식 라이선스 토이는 베어브릭 이후로 처음이 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패키징 아이디어까지 이미 다 생각해뒀다. 하하.

COOLRAI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최장민 김용식
사진 │ 백윤범

*해당 기사는 지난 1월에 발행한 VISLA Paper 7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FORCE BY ME – COOLRAIN

한국의 아트 토이 신(Scene)을 이야기할 때 쿨레인(COOLRAIN)이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있을까.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었던 토이가 아트 토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을 덧입기까지, 쿨레인은 한국 아트 토이의 산 증인으로서 묵묵히 길을 걸어왔다. 쿨레인이 제작하는 아트 토이의 특징이라면, 피겨 하나하나가 지닌 개성이다. 손바닥만 한 피겨가 지금은 구하려야 구할 수도 없는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를 신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독특하지만,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구현해낸 그 디테일은 놀라울 정도.

이번 나이키 배틀 포스에서도 그의 역할이 눈에 띈다. 나이키의 아이코닉한 스니커 에어 포스 1을 프라모델로 제작한 에어 포스 1 피겨 키트(Air Force 1 Figure Kit)는 많은 이에게 잠재된 창의력을 무한하게 발산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개개인의 상상력과 함께 조립된 에어 포스 1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컬러와 패턴으로 새로운 옷을 입기도 하고, 스니커가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크나큰 성원을 받으며 개성을 뽐낸 에어 포스 1 피겨 배틀의 서막을 연 쿨레인과 함께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쿨레인 스튜디오(Coolrain Studio)에서 아트 토이를 만드는 이찬우다.

 

아트 토이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시골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렇게 지방에서 공부하던 중, 91년도 “아키라(AKIRA)”라는 애니메이션을 접한 뒤 저런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흥미가 있었으나 곧 애니메이션 기반의 피겨 쪽으로 관심이 쏠리더라. 직접 손으로 만드는 방법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아트 토이 작업을 시작했다.

 

본인이 제작한 에어 포스 1 피겨 키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키의 유명 신발 모델 에어 포스를 피겨로 옮긴 과정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개인 작업이라기보단 플랫폼 토이라는, 다른 사람들이 위에 색칠할 오브제를 만드는 일이었다. 조립하는 이들이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프라모델 키트 만들기는 처음이라 두근거렸지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사용자가 쉽게 조립할 수 있게 프라모델의 구조를 연구하고 손쉬운 커스텀 작업을 위해 부품을 나누는 곳에도 신경을 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피겨 키트 디자인 과정에서 실제 에어 포스 신발을 뜯어보기도 했는지.

기본적으로 신발을 피겨로 만들 때 실제 신발의 패턴을 확인하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니어처 신발을 천 켤레 넘게 만들어 왔으니 감이 꽤 있달까. 처음 보는 형태의 신발이라면 실제로 뜯어 볼 수도 있겠지. 그래도 되도록 관련 자료를 찾아 두께를 비롯한 각종 세부사항을 맞춰나간다. 미니어처이기에 실제 신발과 다른 점도 있다. 이번 에어 포스 1 피겨의 경우 신발 앞코의 숨구멍을 좀 더 크게 만들었다.

 

기존의 작업물과 이번 에어 포스 피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300 크기의 신발을 기준 삼아 육 분의 일 크기, 약 5cm 정도 크기의 피겨를 제작하는 것이 기존의 작업방식이다. 실제 신발에 사용되는 가죽 등의 소재를 사용하는 편이다. 결정적으로 기존에 작업한 신발 피겨는 캐릭터용이기에 실제 신발과 달리 약간 통통한 아동 신발처럼 디자인한다. 하지만 이번 에어 포스 1 피겨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 우선 육 분의 일 크기로 제작하면 일반인이 조립하기 힘들기에 에어 포스 1 피겨는 5cm보다 약간 더 크게 만들었다. 또 직접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색하도록 두면 전문지식이 없는 이에겐 큰 부담이 되니 여러 소품을 별첨해 편리성을 더했고. 전체적인 모양새도 형태를 과장하기보단 실제 신발 모양과 유사하게끔 설계했다.

 

많은 참가자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커스텀 작품과 후기를 공유했다.

이번 기회로 처음 프라모델을 조립한 이가 많을 거다. 처음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되어서 프라모델을 만질 일이 거의 없지 않나. 나도 어릴 때 탱크 같은 밀리터리 모델을 만들어본 경험이 전부다. 후기를 확인해보니 누군가 과거를 추억하며 자녀와 함께 만들었다고 글을 남겼더라. 동심으로 돌아갔다는 그 말이 가장 듣기 좋았다.

 

아트 토이 1세대라 분류될 만큼 오랜 시간 피겨를 제작해왔다. 패션을 비롯한 각종 문화적 움직임을 작품에 담아낸 점이 눈에 띈다.

‘아키라’에 빠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듯 피겨 제작에 몸담은 후에는 좋아하는 문화 일부를 오브제로 만들었다. 스케이트보드나 픽스드 기어 바이크처럼 내가 선호하는 분야와 연관을 지었고, 나이키 신발을 원체 좋아하기에 관련 작품도 몇 만들었지. 딱히 어떤 디자인이나 어떤 예술적인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따라서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문화나 패션과 관련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에어 포스 1과의 협업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번 작업은 개인 작업이 아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소품을 만드는 일이지 않나.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나는 내 작품으로 누군가 지난날을 추억하거나 힘든 시간을 이겨내길 바란다. 이번 에어 포스 1 피겨 키트를 통해 정말 오랜만에 프라모델을 만져봤다든지,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고 커스텀 작업을 했다든지 등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으니 만족한다.

 

키트 포장 상자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프라모델 키트 포장 디자인을 많이 참고했다. 키트 자체의 구성도 프라모델의 문법을 따랐다. 광고 문구도 그렇고. 설명서와 본드 등을 내부에 넣어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슈박스를 재현하기 위해 보통 프라모델 키트에선 보기 힘든 종이 재질 부품이 있다는 점이겠지.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구현하려다 보니 슈박스도 만들게 되었다. 신발을 만드는 것보다 박스 접는 게 더 어렵다는 사람도 있더라. 슈박스를 펼쳐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키트를 직접 본 이는 알겠지만 박스엔 제대로 신발 사이즈도 표기되었다. 이같이 각종 소소한 특징이 숨어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사실 보이는 이만 즐기면 되는 부분이지. 당신이 마니아라면 분명 이런 섬세함에 큰 재미를 찾을 거다. 나만 그런가?

 

실제 신발을 커스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을 법하다.

이견이 있겠지만 큰 것보단 작은 것 만들기가 더 고되다. 작은 크기의 신발 피겨를 만들며 닦은 기술로 큰 신발을 활용한 작업을 해보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난 미니어처를 만드는 것이 좋은 사람이다.

 

실제 존재하는 무언가를 축소하는 것이 피겨의 미학이다. 세세함을 놓치지 않는 본인의 노하우가 있다면.

보통 육 분의 일 크기로 디자인한다고 말했듯, 만약 신장 180cm의 사람을 보면 피겨는 30cm가 되겠거니 하며 혼자 상상하곤 한다. 뭐든지 머릿속으로 축소해보는 습관이지. 하지만 진정 피겨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시간 투자뿐이다. 어쨌든 디테일을 전부 다 나타내야 하니까. 이번 프로젝트도 시간을 들여 밑창 부분에 상징적인 작은 별들과 인솔의 모습을 재현했다.

 

구현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기술적인 부분이다. 이전에 작업하던 PVC 같은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금형 제작이 조금 까다로웠지. 그 때문에 시간을 오래 투자했다.

 

스니커를 커스텀하거나 스니커를 활용해 독특한 아트를 선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활성화된 스니커 문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작업하다 보면 캐릭터를 우선시해야 하는데 부수적인 신발에 더욱더 신경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도 신발 참 좋아하니까. 전에 신발을 활용한 아트워크라 한다면 신발을 새로 도색하는 정도의 작업이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다양해진 거 같다. 조형적인 요소를 일부러 집어넣는 이도 있고.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국내 스니커 아트워크의 세계가 넓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쿨레인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내가 디자인한 신발을 나이키에서 생산하는 것. 기존의 신발을 피겨로 만드는 일도 좋지만 만들어진 적 없는 스니커를 주제로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스니커 아트워크는 무엇인가.

국내 아티스트 루디 인 더 하우스(Rudy in the House)의 스니커 해체. 관객도 그의 작업을 좋아하더라. 내 작업실에 놀러 온 그가 육 분의 일 미니어처 스니커 패턴을 보고 영감을 얻었단다. 타 매체 인터뷰에서 날 언급해줬더라. 고마운 일이다.

 

에어 포스와 얽힌 추억이 있는지.

어릴 적 시골에서 살다 상경했으니 문화 까막눈이나 다름없던 시기가 있었다. 실제 작업을 하며 배운 것이 많았지. 2008년 에어 맥스 25주년 전시회에 작품으로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이키와 인연을 맺게 된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고 에어 맥스뿐만 아니라 에어 포스 1에 관한 여러 이야기도 알게 되었지. 하지만 이미 2007년에 에어 포스 1 25주년 전시회가 열렸다. 더 빨리 시작했어야 한다고 자책한 적 있다. 그러던 에어 포스와 올해 협업하게 되었으니 뜻 깊다.

 

가장 선호하는 에어 포스 모델은?

흰색 에어 포스. 하지만 디자인을 고려하면 지금 신은 아크로님(Acronym)과의 협업 모델이다. 에어 프레스토(Air Presto)와 베이퍼맥스(VaporMax) 모델과도 협업 제품이 발매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에어 포스 1에 더 애착이 가더라.

 

국내 아트 토이 신의 대표적인 이름이 쿨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아트 토이 신은 어떻게 변화 중인가?

아무래도 요즘은 아트 토이를 만드는 국내 아티스트가 늘었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소비하는 층이 두터워진 건 또 아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한국 시장이 전부는 아니니까. 해외 토이 페어 등에 참가하며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국내 시장만으론 이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해외 아트 토이 신도 2000년대는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카즈(Kaws)를 제외하곤 활발한 이가 없었는데 요즘엔 다시 각종 아티스트가 조명되며 신이 살아나는 중이다. 중국 시장도 성장해 신진 작가가 어깨를 펼 환경이 조성되었다. 결국 기회는 많아지고, 확장되었다는 말이다.

 

피겨 키트의 구조를 변형한 작품도 보인다.

영화 “베놈(Venom)”에서 영감을 얻어 에어 포스 1으로 표현해봤다. 신발 앞코를 들어 올려 입을 표현하고 나이키 로고를 눈으로 삼았다. 잘 나온 작품 같다. 또 이번 행사의 큰 주제가 ‘배틀 포스’지 않나. 탱크가 바로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탱크를 에어 포스 피겨와 합성해봤다. 여담이지만, 탱크 작품을 완성한 후 우연히 과거 자료를 살펴보니 이미 2008년 에어 맥스 25주년 전시회 때 내가 비슷한 디자인의 아트워크 티셔츠를 내놨지 않은가. 10년이나 지났음에도 비슷한 작품이 나온 것을 보면 당시 나이키와의 첫 작업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아예 이런 풍의 작품 시리즈를 내볼까?

 

그렇다면 행사장에서도 그 두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나.

콘테스트에 참여한 30명의 작품 외 활동 중인 작가들이 실제 신발로는 구현하기 힘든 생각을 펼쳐낸 결과물도 전시될 예정이다.

인터뷰 │ 오욱석
사진 │ 고지원
영상 │ 96WAVE
제작 │ VISLA


Nike Korea 공식 웹사이트
COOLRAIN STUDIO 공식 웹사이트

GFX의 네 번째 전시회 ‘REALATION’

20140915201220_8707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와 아트토이 스튜디오 쿨레인(Coolrain)의 아트 디렉터인 GFX가 네 번째 전시회를 연다. ‘Realize’와 ‘Relation’의 합성어인 ‘Realation’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하는 이번 전시회는 지금까지 그가 콜라보레이션을 했던 팀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한다.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 팔과 손으로 대표되는 GFX의 작품들은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로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GFX의 최근 족적을 한눈에 확인할 자리가 될 이번 전시회에서 그와 서울의 다른그룹들이 만들어낸 움직임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기간: 9월 19일 – 10월 3일
장소: Everyday Moonday 갤러리 

‘Realation’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 (Click!)

 

Coolrain Studio의 3번째 전시회 “Pacemaker”

coolrain_3rd_illust

피규어 아티스트 Coolrain은 미국의 NBA와 국내의 아베바 컬쳐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더욱 유명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이번에 3번째로 열리는 전시회 “Pacemaker”는 Coolrain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스튜디오 Coolrain Studio의  Hands In Factory와 게스트 아티스트들과 함께 홍대의 Ronin Boundary에서 열린다. 미국과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Coolrain과 그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의 피규어 작품들을 두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일정 : 2013년 08월 16일 ~ 8월 29일
장소 : 홍대 Ronin Boundary(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4층)

Coolrain의 공식 홈페이지 (http://cargocollective.com/coolrain)
Ronin의 facebook 페이지(https://www.facebook.com/ron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