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De Mode #6 영화와 패션이 공유하는 세계관

필름 드 모드(Film De Mode)를 시작할 때, 이렇게 밝힌 바 있다. “필름 드 모드는 영화 속에서 패션이 기능하는 바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영화와 패션의 교집합이 될 만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이 선언에 충실히 하고자 여태까지 필름 드 모드는 영화 속 패션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디테일한 의미를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더 큰 틀에서 영화와 패션을 함께 관통하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건 어떨까? ‘영화와 패션을 결부 짓는 종합적인 담론’이라고 주장한 필름 드 모드의 마지막 6화를 장식할 주제는 ‘영화와 패션이 공유하는 세계관’이다.

 

디스토피아적 미래

영화 “블레이드러너(Blade Runner, 1982)”,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
사무엘 로스(Samuel Ross)의 브랜드 “어 콜드 월(A-COLD-WALL)”

우리는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헛된 망상에 빠지곤 한다. 그 망상이 빚어낸 비현실적 세계는 두 가지 큰 갈래로 나뉠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유토피아 그리고 부정적 현실을 확대 투영하여 암흑의 가상 미래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와 달리 디스토피아가 그리는 공간은 어둡고 음울하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는 2019년의 망가진 도시 LA를 창조하면서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리는 온통 네온사인으로 가득하고 일본 게이샤의 얼굴이 도시 전광판을 채운다. 이러한 도시 풍경은 도쿄와 홍콩을 연상시키며 ‘다문화 혼성’의 세계관을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낮아진 삶의 질과는 별개로 고도의 기술발전이 불러온 ‘사이버 펑크(Cyberpunk)’와 같은 요소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며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의 선구자격에 이르게 된다.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의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는 기존 블레이드 러너가 제시하는 우울한 미래사회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2049에서 블레이드 러너 시절로부터 30년 후의 미래도시를 채우는 건 홀로그램과 3D 광고판으로 진화되었다. 드니 빌뇌브가 항상 강조하는 수직 익스트림 롱 숏은 광활한 세계를 펼쳐 보이며 우리를 압도하지만, 그곳에서 ‘생명력’은 부재한다. 그러나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은 여전히 되풀이된다. 혼돈의 경계, 디스토피아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블레이드 러너가 디스토피아의 설정을 사이버 펑크와 연결 지었다면, 어 콜드 월(A-COLD-WALL)의 디스토피아는 디자이너 사무엘 로스(Samuel Ross) 유년기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풍족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낸 사무엘 로스는 브랜드 콘셉트와 방향을 자신의 어린 시절 성장 환경에 기대어 풀어냈다. 어 콜드 월 컬렉션에서 낡은 벽돌색, 자갈의 회색빛과 같은 컬러가 주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터. 그가 면과 컨버스 같은 거친 소재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도 그것이 하위문화 계층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무엘 로스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학위가 있어야만 런던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룰을 깬 장본인이지만, 우리 사회에 늘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즉 어 콜드 월이 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계층, 세대, 성별, 인종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차가운 벽에 관해 이야기하는 예술적 작업인 셈이다.

 

“HUMAN. FORM. STRUCTURE.”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2019 S/S 컬렉션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대와 함께 장벽을 무너뜨리는 퍼포먼스였다. 쇼는 공사장 같은 건물 내부에서 진행되었고 참석자들에게 건설용 마스크와 안경이 제공됐다. 아노락을 입고 잿빛 점토로 뒤덮인 채 등장하는 사람들은 흡사 외계인처럼 보인다. 이런 황폐해진 공간, 암울한 미래도시에서 틀을 깨고 나오는 새로운 세대에 주목하게 만드는 독창적 방식은 브랜드의 가치를 압축해 완벽히 컬렉션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사무엘 로스가 주장하는 어 콜드 월의 역할이 낡은 관념과 선입견을 깨부수고,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젊은 날의 초상

영화 “아메리칸 허니(American Honey, 2016)”
브랜드 리암 호지스(Liam Hodges)

리암 호지스(Liam Hodges)가 옷에 접근하는 태도는 독특하고 대담하다. 그러나 그를 정의하는 것 중에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키워드는 ‘유쾌함’이다. 리암 호지스는 휠라(FILA)와 함께 작업하면서 패션이 주는 즐거움과 젊음을 절대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모든 컬렉션이 그러했지만, 특히 “Everybody’s Free” 2018 AW는 뉴 웨이브(New Wave) 장르인 블록 헤드 펑크(Blockhead punk)의 음악, 90년대 키즈 TV에 영감받아 리암 호지스만의 유스 컬처(Youth Culture)와 서브컬처(Subculture)를 표현했다. 각각의 복장과 패턴은 술집이나 거리, 공원, 댄스 플로어 등 어디에서나 입을 수 있는 모든 젊은이의 드림플렉스(Dreamplex)를 반영한 것.

 

리암 호지스는 ‘Everybody’s Free’ 컬렉션을 두고 유스 컬처를 언급,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말한다. 그리고 즐거움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성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패션이 그 자체로 사람을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의 강점이기도 한 재분열, 재조합 방식으로 구성된 옷은 물론, 손으로 에어브러쉬한 데님은 장인정신을 중요시한다고 몇 차례 밝혀왔던 그의 말을 몸소 증명한다. 그래피티 플라워가 새겨진 바지는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유스 컬처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그의 재치와 유머 감각은 2014년 데뷔 컬렉션 이후 리암 호지스라는 브랜드를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하게 했다. 화려한 색감의 옷과 스모키 메이크업,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눈에 그려진 X자 스프레이 페인트 등 모델의 일관되지 않은 룩을 통해 리암 호지스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젊음의 힘을 누리라고.

 

청춘의 젊음과 그 자유로운 몸짓에 관한 영화도 있다. 영화 “아메리칸 허니(American Honey, 2016)”는 미국을 횡단하며 잡지를 파는 10대 아이들, 그 크루에 합류한 소녀 ‘스타’에 관한 이야기다. 안드레아 아놀드(Andrea Arnold) 감독의 로드 트립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역의 사샤 레인(Sasha Lane)을 비롯한 주요 배우들의 길거리 캐스팅, 전체적인 윤곽만 잡은 채 실제 미국을 횡단하며 진행한 촬영은 이 영화가 진정한 ‘로드 무비’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아메리칸 허니의 4:3 화면 비율은 화면에 잡힌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러한 포맷은 ‘돈’과 ‘자유’ 그리고 ‘꿈’을 쫓는 젊은이들의 진짜 표정을 담아내는데, 그 중심에 ‘스타’가 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루즈해지는 것을 오히려 방관하듯 그들을 관찰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렇게 영화가 관찰한 ‘젊음’은 끝내 미국의 빈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감독은 ‘빈곤’이라는 소재에 영화적으로 어떠한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메리칸 허니는 젊음을 그저 ‘보여주는’ 영화니까. 감독이 데려가는 미국 로드 트립의 여정 속으로 몸을 맡겨보자.

 

성별을 초월한 젠더리스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Laurence Anyways, 2012)”
━ 브랜드 “마틴 로즈(Martione Rose)”

마틴 로즈(Martione Rose)의 존재를 지우는 건 현재 런던 패션계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작업할 때, 자신이 가진 히스토리를 작품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한다. 그 역사란 90년대 무드와 서브컬처다. 따라서 마틴 로즈의 의상은 90년대 무드를 완벽히 이해하고 재현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90년대 무드와 더불어 마틴 로즈를 지탱하는 정체성은 ‘젠더리스(Genderless)’가 아닐까 싶다. 본인이 입고 싶은 것을 디자인하겠다는 그녀의 철학을 곱씹어보면, 여성 디자이너로서 ‘남성복’을 만든다는 행위에 그다지 큰 방점이 찍혀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그저 남성 의류로 분류되는 옷을 많은 여성이 입는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그 디자인 철학에 공감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믿는다. 컬렉션에 굳이 ‘여성 의류’를 선보이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2017년부터 진행된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나파 피리(Napapijri)와의 협업에서는 성별을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과장된 실루엣을 선보인다. 마틴 로즈 2017 FW 컬렉션에서 공개한 밑위가 길고 통이 넓은 바지는 언뜻 치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진행한 2019 S/S 컬렉션은 어떨까? 여전히 90년대 무드를 가져가며 런던 커뮤니티를 말한다. 그러나 변함없이 그녀의 컬렉션에 등장한 것은 마틴 로즈 고유의 비대칭 디자인과 언발란스한 의상이다. 옷에 성별의 경계를 지우는 작업이 어떻게 ‘여성이 남성복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남성복을 여성이 입는다’는 순환 구조로 이어지는지 감상해보자.

마틴 로즈와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Laurence Anyways, 2012)”가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첫째로 영화적 배경이 90년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Gender)’에 영화가 취하는 태도에 있다. 영원히 행복한 연인일 것만 같았던 로렌스와 프레드가 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로렌스가 남은 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균열이 생긴다.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적 자아는 여성인 로렌스, 그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괴로운 프레드,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끌리는 두 사람. 영화는 이들에게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을 택한 사람의 열망과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의 고통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렌스와 프레드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불가능에 가까운 사랑 속에 기꺼이 몸을 맡기고 헤매기를 반복한다. 감독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은 이러한 캐릭터의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나 인물의 감춰진 내면을 표현할 때, 판타지가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로렌스 애니웨이의 과장된 미장센이 의도된 연출이란 것을 알고 본다면, 성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에 미술적 색을 입혔을 때 나오는 시너지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선별한 영화와 패션 브랜드는 ‘디스토피아’, ‘유스 컬처’, ‘젠더리스’라는 키워드로 묶였지만, 이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예술을 감상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은 본인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아닐까. 따라서 개별 영화와 패션은 언제든지 다른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고, 같은 키워드지만 다른 영화와 브랜드가 연결될 수도 있다. 영화와 패션을 연결하는 무언가는 끝없이 존재할 것이다. 이제 본인만의 필름 드 모드를 만들어 보길 바라며 시리즈를 마친다.


글 │ 최세담
커버 이미지 │ 박진우
제작 │ VISLA, MUSINSA

Film De Mode #4 영화 속 캐릭터에게 주목할 단 하나의 의상

‘등장인물이 단 한 벌의 의상을 입는다’는 것은 다양한 영화적 설정을 가능케 한다. 우선 등장인물이 다양한 의상을 입지 않는다면, 영화는 하루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 때가 많다. 보통 극 중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등장인물의 의상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주요 캐릭터의 직업도 고려해봐야 할 요소이다. 이를테면 은행원, 승무원, 호텔리어와 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는 영화에서 유니폼을 입고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등장인물이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면 역시 의상은 한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루 안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또는 캐릭터 의상이 단순히 직업적 특성의 의미가 아니라면? 우리는 좀 더 풍성한 관점에서 의상과 영화의 상관관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 드 모드(Film De Mode) 4화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의상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서 벗어나 단 하나의 의상이 영화에 스며드는 방법이다.

 

갑옷과 투구가 된 점프슈트.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의 주인공 밀드레드는 딸을 잃은 엄마다. 딸이 강간범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도 이 사건에 관심이 없는 듯하며 수사는 종결될 위기다. 밀드레드는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로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 3개에 도발적인 3줄의 메시지를 올린다. 그중 하나의 광고판에는 경찰 서장의 이름을 명시하는 대담함까지 보이면서 말이다.

한 편, 그녀는 언제나 같은 점프슈트를 입는다. 광고판을 빌리러 갈 때, 본인이 지명한 경찰서장과 대면하러 갈 때, 자신을 위협하는 치과의사의 손톱에 구멍을 낼 때도 여전히 그 옷이다. 분노로 가득 찬 밀드레드가 격전지로 향하는 전사라고 한다면, 그녀의 물 빠진 점프슈트와 반다나는 갑옷이자 투구다.

 

밀드레드의 퀭한 눈, 시니컬한 표정, 거칠고 폭력적인 언행 또한 기존 할리우드 영화 속 여성 주인공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은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의외성만큼이나 이 영화의 신선한 점은 단순 복수극이 아니라는 것이다. 밀드레드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딕슨이란 캐릭터와 상충한다. 경찰서장 윌러비의 죽음과 불타오르던 빌보드, 경찰서에 번진 화염과 같은 시각적 자극은 극 중 밀드레드와 딕슨에게 내적 자극으로 작용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어나가는 데 일조한다.

 

영화 “쓰리 빌보드”는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일으킨다’라는 단순명료한 명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밀드레드와 딕슨의 동행은 더 확장된 층위에서 볼 때 인간 근본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와 아버지 같던 윌러비를 잃은 딕슨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의 연대를 그리는 것. 밀드레드와 딕슨은 범인으로 착각했던 그 남자를 찾으려 함께 떠난다. 밀드레드는 여전히 낡고 해진 점프슈트를 입고 있다.

 

서로 다른 목적의 무장.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Sicario, 2015)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Sicario, 2015)”는 지상 최악의 마약조직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투입된 세 명, FBI 요원 케이트와 CIA 소속 맷 그리고 정체불명의 컨설턴트 알레한드로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가는 영화다.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 도시인 ‘후아레스(Juárez)’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법도 원칙도 없는 지옥 같은 도시의 참혹한 일상을 담아낸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사건과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의상은 ‘완전 무장’이다. 그러나 동일한 무장을 하고 하나의 목표를 따라간 케이트와 맷, 안레한드로 이 세 사람의 사고와 목적이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더욱 극적으로 치닫는다.

‘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영화는 중심에 놓는다. 개인적 복수를 위해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알레한드로와 악을 제압을 위해 그의 행동을 묵인하는 맷, 그리고 무너져가는 선악의 경계에서 허우적대는 케이트를 통해 우리는 윤리적 딜레마를 함께 떠안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무장을 할 것인가?

 

상처받는 만큼 성장한다의 어폐.

-영화 “파수꾼(Bleak Night, 2010)”

백과사전은, ‘교복은 학생의 공식적인 의복으로 신분과 소속감,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교복은 단체생활을 원활히 하고 학생에게 면학의식을 지니도록 의도적으로 제작한 의복이라고 한다. 영화 “파수꾼(Bleak Night, 2010)”은 ‘교복’을 입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연약한 집단에서의 단체생활과 소속감이 야기할 파국의 형태에 다가간다.

 

‘교복’은 ‘학생’이란 신분을 드러낸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미성숙함을 당연한 듯 인정하고 포용하지만, 정작 그 주체인 학생은 10대란 모두가 상처받을 수 있는 불완전한 시기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현재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이 가장 강력하고 충격적인 세계일 뿐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초점이 흐릿한 학생 무리를 비추며 시작되고, 초점이 맞을 무렵 장면이 전환된다. 그들의 형상을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없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이 아이들이 어딜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다. 파수꾼은 초점이 흐릿한 파편화된 사건 내 퍼즐을 맞춰가며 전체의 그림을 완성한다. 어디서부터 그 전조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파국을 마주한다.

 

‘죽음’에 관련한 다수의 영화가 그렇듯, 파수꾼 역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를 띤다. 영화 속 주인공 남학생 3명의 아지트인 ‘기찻길’. 기찻길은 출발과 도착이 있고 누군가 떠나기도, 돌아오기도 하는 공간이지만 이들에게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정서적 공간이다. 영화의 플래시백은 아이들 중 ‘동윤’이란 캐릭터에 집중돼있다. 동윤은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죄의식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파수꾼 속 진정으로 죄의식 혹은 상처에서 자유로운 인물은 없다. 모두가 소외되어있고, 지켜낸 사람도 없다. 우리가 “파수꾼”을 대해야 하는 자세는 서툴고 미숙했던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 정도면 충분하다. 영화는 내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이분법적 시선이 얼마나 얄팍한 행위인지를 전면에서 드러내기 때문이다. 파수꾼은 상처받은 만큼 성장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만큼 흔적이 남는다고 역설한다.

 

같은 수도복 다른 가치관.

-영화 “다우트(Doubt, 2008)”

영화 “다우트(Doubt, 2008)”는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 플린 신부, 제임스 수녀 이 세 사람이 영화의 주축을 이룬다. 신부나 수녀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께 남은 생을 바친다는 의미로, 그들이 입는 수녀복과 신부복은 그 자체로서 그들이 택한 삶에 경건함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이들에게 수도복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란 통일성을 준다. 그러나 같은 종교 아래 같은 수도복을 입고 생활하는 이들에게도 균열이 일어나는데 그 뿌리는 영화 제목 그대로 의심에서 발생한다.

 

먼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짚고 넘어가보자. 1964년은 종교 집단의 제도와 위계질서 내부에 존재한 견고한 진리를 벗어 던지게 된 중요한 시기였다. 많은 종교인이 기존의 조직 구조에 의문을 품은 시기였는데, 영화는 플린 신부가 그 대표적 인물로 묘사한다. 이와 대립하는 인물이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다.

언제나 엄격함을 유지하고 규칙과 규율을 준수하며 금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지 않는 알로이시스.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녀의 첫 등장을 떠올려보자. 설교 중 떠들거나 자는 아이들을 잡아내는 몸짓은 전형적인 수녀상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각인된다. 그리고 플린 신부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의 제임스 수녀. 그녀로 인해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를 집단에서 내쫓을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플린 신부를 향한 알로이시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단, 뚜렷한 물증 없이 말이다.

 

보수와 진보, 수녀와 신부, 금욕과 욕망 등 알로이시스 수녀와 플린 신부에게서 발견되는 극도의 이분법적 설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우리 사회에서 불확실성은 거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우리는 ‘확신’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내가 판단할 자격이 있나?’, 영화는 ‘불확실성’ 즉, ‘의심’을 관객에게 기꺼이 권하며 자문하고 답하길 원한다.

영화 내 캐릭터가 단 한 벌의 의상을 입는다는 게 영화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캐릭터의 의상은 영화 그 자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고, 캐릭터의 신분을 드러내기도 하며, 캐릭터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같은 옷을 입었음에도 다른 가치관, 다른 목적을 지닌 캐릭터를 통해 영화는 생명력을 부여받기도 했다. 끈질기게 고집하는 하나의 의상이 캐릭터가 지닌 의지를 투영하기도 했고, 종교라는 거대한 집단 또는 10대 시절이라는 제약과 만나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옷 그 이상의 영화적 의미를 더한다. 때때로 의상의 단순함은 영화적인 다양성으로 치환돼 큰 울림을 준다.


글 │ 최세담
커버 이미지 │ 박진우
제작 │ VISLA, MUSINSA

Film De Mode #3 세기를 뒤흔든 패션 아이콘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스타를 보면 그들의 패션과 스타일 또한 화제가 된다. 필름 드 모드(Film de Mode) 3화에서는 세기가 바뀌고도 여전히 ‘패션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4명의 스타 그리고 그 패션에 관련된 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 제임스 딘(James Dean),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까지, 이 4명의 패션 아이콘이 영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살펴보자.

 

에디 세즈윅, 화려한 패션과 함께한 삶의 굴곡.

-영화 “팩토리 걸(Factory Girl, 2006)”

60년대 뉴욕 맨해튼, 예술계의 정점에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있었다. 앤디 워홀은 ‘순수 미술’의 관습과 전통에 반기를 들고 ‘팝아트’라는 새로운 개념의 현대 미술을 도입한 선구자로 이 혁명적 예술가는 미술이란 장르에만 자신의 예술을 한정 짓지 않았다. 그는 광고와 디자인, 영화 등 시각예술에도 손을 뻗쳤고, ‘공장(Factory)’이라 불리는 본인의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했다. 그의 뮤즈, 에디 세즈윅과 함께.

영화 “팩토리 걸”은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작업실에 찾아오는 여자, 에디 세즈윅에 관한 영화다. 앤디 워홀과의 만남으로 에디는 순식간에 슈퍼스타가 된다. 그러나 점차 술과 우울증, 약물 중독, 거식증 등으로 망가져 가고, 결국 28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에 작별을 고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만큼이나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건 그녀의 패션이다.

 

그녀를 수식하는 패션 용어가 너무 많기에 일일이 나열하기가 무의미할 정도지만, 그녀의 패션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직도 많은 유명인이 에디와 그녀의 패션을 오마주한다. ‘잇 걸(It Girl)’이란 단어는 에디 세즈윅을 통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락 시크 스타일의 선두주자였던 에디의 스타일은 자유로운 보헤미안처럼 보였다. 그녀는 뉴욕의 미니멀하고도 베이직한 룩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과장되고 볼드한 귀걸이와 액세서리로 글래머러스함을 추구했다. 그녀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이미지 중 하나인 쇼트컷과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은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오늘날 하의실종 패션의 원조 격인 검정 타이즈도 에디의 스타일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언제나 손에 들려있던 담배는 그녀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 천진한 미소를 보이면서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에디 세즈윅. 그녀가 보여준 스타일은 본인 그 자체였다. “팩토리 걸”은 에디 세즈윅이라는 인물을 서사를 갖춘 하나의 캐릭터로 그려 내는 데 실패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패션과 60년대 뉴욕의 분위기, 앤디 워홀과 에디 세즈윅이 함께한 화려한 예술가 집단에 대한 묘사는 탁월하다. ‘패션 아이콘’으로서 에디 세즈윅이 궁금하다면 “팩토리 걸”을 감상해보자.

 

제임스 딘, 청춘의 패션을 대변하다.

-영화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

제임스 딘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는 고작 3편이다.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Giant, 1956)”까지. 24살의 나이로 요절한 지 어느덧 6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제임스 딘이 지금도 ‘청춘’의 상징으로서 남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가 보여준 영화 속 캐릭터와 패션 때문일 것이다.

그의 첫 주연작 “에덴의 동쪽”은 현대판 카인과 아벨 이야기인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Jr)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제임스 딘은 ‘칼(Carl)’이란 역할을 맡아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하며 기성세대와 갈등을 겪는 캐릭터를 표현한다.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영혼은 보수주의에 반발하던 전후 세대 청춘의 공감을 자아냈다. “에덴의 동쪽”으로 제임스 딘의 전설이 시작됐다면, “이유 없는 반항”에서는 그의 패션까지 청춘을 상징하기에 이른다.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의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연기한 ‘짐 스타크(Jim Stark)’는 거친 청춘을 대변한다. 공동체에 저항하고 결코 타협하지 않는 고독한 인물. 가죽점퍼와 청바지, 부츠 등의 의상을 입는 건 마치 불안한 청춘의 반항적 태도를 대표하는 듯하다.. 실제 영화 개봉 후, 미국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흰 티셔츠 위에 빨간 재킷을 걸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제임스 딘이 입었던 ‘리 101 라이더 데님(Lee 101 Riders Denim)’은 지금까지도 청바지의 정석처럼 여겨진다.

 

한편 “자이언트”는 제임스 딘이 이전 캐릭터에서 벗어나 중년의 모습을 연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유작임에도 “자이언트”에서 기성세대로 분한 제임스 딘의 모습은 우리의 머릿속에 잘 각인되지 않는다. 제임스 딘은 오직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의 청춘으로서 기억된다. 불안한 눈빛과 우울한 표정, 정서적 결핍은 실제 제임스 딘의 성질이기도 했다. 위 세 편의 영화를 감상하며 영원히 존재하는 청춘 제임스 딘을 만나보자.

 

오드리 헵번, 지방시와 헵번 룩을 창조.

-영화 “사브리나(Sabrina, 1954)”,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

오드리 헵번을 떠올릴 때 그녀의 패션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오드리 헵번 스타일’이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오드리 헵번은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의 “사브리나”를 통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이러한 ‘헵번 룩’을 창조한 실질적 인물은 디자이너 ‘지방시(Givenchy)’다. 이 둘의 인연은 헵번이 지방시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파리 유학 후 돌아온 사브리나의 캐릭터를 위해 실제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 의상을 맡기기로 한 것.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던 지방시는 헵번의 첫 번째 제안을 거절했다. 오드리 햅번은 지난 컬렉션 의상이라도 괜찮다며 계속해서 요청했고, 결국 “사브리나”의 세 가지 장면을 위한 의상을 지방시에서 선택한다. 또한, 오드리 헵번이 “사브리나”에서 선보인 몸의 라인에 꼭 맞게 재단된 지방시의 팬츠는 일명 ‘사브리나 팬츠’로 불리며 전 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같이 신고 나온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플랫 슈즈도 ‘사브리나 슈즈’로 이름 붙여지며 함께 유행의 중심에 섰다.

이 외에도 헵번의 짧고 발랄한 헤어 스타일은 햅번 커트로 불렸다. “사브리나”는 27회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며 헵번을 패션 아이콘으로 굳혔지만, 지방시는 영화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오드리 헵번은 영화 출연 계약서에 ‘반드시 지방시가 제작한 의상을 영화에서 입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며, 약 8편의 영화를 지방시와 함께한다.

 

이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준 작품은 단연 “티파니에서 아침을”일 것이다. 영화 속 지방시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오드리 헵번의 가장 상징적인 룩이 된다. 블랙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선글라스와 벨벳 장갑을 낀 채 커피와 빵을 들고 티파니 매장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단연 20세기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헵번은 지방시의 의상을 영화 속에서만 입지 않았다. “로마의 휴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탈 때 입은 드레스도 지방시의 작품이다. 위에 언급한 잘 알려진 작품들을 통해 이 둘의 40여 년의 우정이 빚어낸 매혹적인 햅번 룩을 감상해보자.

 

마릴린 먼로, 백치 금발과 비련의 여인 사이 이중적 면모.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My Week With Marilyn, 2011)”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만큼 살아서도, 세상을 떠나서도 끊임없이 상업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배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50년대 섹스 심벌로 군림한 그녀는 ‘멍청하고 섹시한 금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역할은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맡은 멍청하고 섹시한 금발이었다.

 

이 작품의 감독인 빌리 와일더(Billy Wilder)는 먼로의 통풍구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7년 만의 외출”의 감독이기도 하다. 마릴린 먼로의 대표적 이미지, 통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위로 말아 올라가는 치마를 붙잡는 포즈는 사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아왔던 것은 영화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의 홍보용 사진일 뿐. 또한, “7년 만의 외출”이란 한국 제목과 달리 원제는 결혼 7년째가 되면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싶어서 근질(Itch)거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먼로는 유부남 주인공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특유의 걸음걸이와 육감적인 몸매, 빨간 립스틱 등은 ‘마릴린 먼로’만의 이미지로 굳어졌지만, 그 이면에 있는 먼로의 기구한 사생활과 연약한 내면, 비극적 삶 등도 끊임없이 재조명된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남성들의 시각적 환상을 만족시켜주는 금발의 여배우가 아닌 한 명의 인간 ‘마릴린 먼로’의 진실한 내면에 주목한다. 그러나 영화는 마릴린 먼로의 패션을 재창조하며 그녀를 표현할 때 패션과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실제 마릴린 먼로가 등장한 고전 영화와 그녀의 삶을 기념하는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사랑스러운 마릴린을 만나보자.

 

결국,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한다는 것은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뒤로 허무함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 누군가의 뮤즈로, 누군가의 우상으로 영원히 기억될 이들의 강렬했던 삶. 몇십 년의 세월을 거치고도 아직도 회자되는 이들의 패션과 스타일, 더 나아가 그들의 보여준 삶의 태도와 가치관은 이들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는 데 타당한 근거로 뒷받침한다.


글 │ 최세담
커버 이미지 │ 박진우
제작 │ VISLA, MUSIN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