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4 미세먼지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봄과 함께 한국을 습격한 불청객 미세먼지가 기승인 만큼,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디제이/프로듀서 비전(V!SION)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그를 주제로 넋두리와 음악을 나눴다. 미리 약속도 안 했건만, VISLA 매거진의 에디터와 비전이 선곡한 음악의 공통분모는 바로 레이브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국적 불명의 먼지바람을 SF 세계관과 기어코 얽는 3명의 연금술이 이번 방송의 관전 포인트 되겠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파티 플랫폼 인 드림(In Dream)더 아키텍츠(The Architects)을 비롯해 각종 클럽에서 애시드 하우스 중심의 셋을 선보이는 비전. 그는 이번 ‘동향사람끼리’ 방송을 위해 자신 주변 로컬 프로듀서의 곡을 선별했다고. 그 곡 리스트도 아래에 첨부하니 확인해 보자.

 

V!SION’s list

Purvitae “Garasadae”
Ada Acid “Lust”
V!SION “Paranoia”
Arexibo “Fisher”(미발표곡)
Seiryun “Damn Dance”
Apromani “DGTF”
DJ Bowlcut “Can You Feel It (Control Your Mind)”
amu “Signal Mannequin”

 

Burial “Archangel”

황선웅: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1952년 대기 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은 사망자 1만명, 부상자 20만명, 총 21만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그날의 참사는 오늘날까지 런던의 어두운 일면으로 남아, 런던 로컬 뮤지션의 음악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런던 베이스 뮤지션 베리얼(Burial) 또한 그중 한명으로, 그는 2006년 셀프 타이틀 [Burial]에 이어, 이듬해인 2007년, [Untrue]와 같은 도시적 잿빛 음악을 연이어 발표한다. 그리고 앨범이 발표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베리얼의 신봉자를 자처한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수많은 신봉자 중 한 명인 나는 4월 3일, 마침내 미세먼지를 주제 삼아 앨범 [Untrue]의 두 번째 트랙 “Archangel”을 선곡했다. 감미로운 보이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레이 제이(Ray J)의 목소리에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 사운드 트랙 샘플을 토대로 제작된 “Archangel”은 런던의 회색빛 시티 스케이프를 그려놓았다. 이는 공교롭게도 현재 콘크리트와 미세먼지로 참담한 서울과도 일맥상통한다.

 

Leevisa “Doorbell (Liu Lee Remix)

홍석민: 프리 콜리젼(Free Collision)의 멤버 리비자가 올해 3월 본인의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 계정에 공개한 EP [Candle Remixes]. 리비자와 소통하는 총 5명의 국내외 아티스트가 참여한 본 앨범에서 미세먼지와 어울리기에 뽑은 트랙은 리우 리(Liu Lee)가 손을 댄 “Doorbell”이다. 어김없이 ‘나쁨’을 기록한 3월 22일, 이태원 케익샵에서 펼쳐진 한국식 레이브 파티 메가패스(Megapass)의 마지막을 장식한 리우 리. 그의 셋은 90년대의, 혹은 허구의 희미한 노스탤지어를 확실히 붙잡고 있었다. 상승, 또는 자멸하는 분위기를 댄스플로어에 연출하는 리우 리는 리비자의 “Doorbell”에도 자욱한 무언가를 가미한다.

 

Boards of Canada “Reach for the Dead”

황선웅: 지난번 새해 플레이리스트로 선곡한 트랙 “Dayvan Cowboy”는 보즈 오브 캐나다의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된 트랙. 그리고 그와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Reach for the Dead”는 가장 최근인 2013년 발표된 이들의 네 번째 정규작 [Tomorrow’s Harvest]에 수록되어 있다. 아마 커버 아트부터 미세먼지를 자욱한 서울을 떠올릴 수 있을 터. 건조한 사막과도 같은 음악은 마스크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체 무덤덤하게 사는 이들과 나를 위한 선곡이다. 자신도 모르는 세 체내 쌓이고 있는 중금속이 언제 운명을 뒤바꿀지… 불안함은 물론, 미세먼지의 경각심을 고취한다.

 

Ammar 808 ft. Cheb Hassen Tej “ZAWALI FITNESS CLUB”

홍석민: 국토 40%가 사하라 사막인 튀니지의 DJ 겸 프로듀서 암마르 808이 3월 28일 공개한 최신곡. 작년 봄, 그의 데뷔 LP [Maghreb United]는 북아프리카, 중동의 전자음악 신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충실한 비트와 아랍 향내 짙은 선율은 아말 808의 주 무기. 중동의 각종 전통 악기, 전통 창법을 전자 음향과 과감히 섞는 그의 장기는 라이브 공연에서 그 진가를 발하더라. 먼지와 함께 수백 년 살아온 이들의 새로운 음악적 움직임을 주목하자. 여러모로 불안정한 탓에 작품에 자주 담기는 사회적 메시지 또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Zawali Fitness Club” 역시 마찬가지. 사회 최하층을 가리키는 튀니지 방언 자왈리(Zawali)가 제목인 만큼, 암마르 808의 오랜 음악 동료 체브 하센 테지(Cheb Hassen Tej)는 그들의 비참함을 노래로 덤덤히 풀어냈다.

 

Burzum “Tomhet”

황선웅: 지난 미세먼지 특집은 내 사심이 다량 함유된 특집이다. 방송 2시간 내도록 백 그라운드에 깔아둔 음악, 버줌의 “Tomhet”이 내 선곡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스산하며 음침한 앰비언스에, 공동 호스트인 석민은 “전설의 고향 같은 음악”이라는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이 감상평은 나 역시 동의한다. 미세먼지 자욱해 스산함을 일관 연출하는 서울의 잿빛 공기는 전설의 고향과 피차일반이니 말이다.

 

Overland “Colossal Book Of Mathematics”

홍석민: 미세먼지 가득 낀 날씨의 음울함에 디스토피아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사실 꽤 낭만을 찾는 짓이다. 숨쉬기 부담스러울 뿐인 대기 상태에 SF 세계관을 입히고 이에 근거해 상상의 나래를 뻗치는 것. 이는 피할 수 없기에 즐기고자 하는 2019년 우리의 얄팍한 구운몽이다. 2009년 등장한 브루클린 기반 프로듀서 듀오, 포드 & 로파틴(Ford & Lopatin)도 마찬가지였다. 다분히 SF적인 상상으로 완성된 이들의 음악은 미래를 그리워하는 동시대 음악가의 영감이었고 그 영향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재 그 한쪽 포드(본명, Joel Ford)는 레이블 드리프트리스 레코딩(Driftless Recordings)을 운영하며 비슷한 꿈을 꾸는 자들을 발굴 중이다. 그리고 올해 3월 22일, 포드는 캐나다 밴쿠버 기반의 떠오르는 프로듀서 오버랜드의 EP [Colossal Book Of Mathematics]를 발매하며 그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했다.

P.S. 포드와 듀오를 짠 로파틴은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의 다니엘 로파틴(Daniel Lopatin)이 맞다.

 

S U R F I N G “Sky high”

황선웅: 최근 VISLA 사무실이 이사하면서 하늘과 많이 가까워졌다. 덕분에 간간히 청명한 하늘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곤 한다. 그리고 눈앞에 파랗게 펼쳐진 탁 트인 하늘은 그간 쌓인 답답한 속내를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이 순간의 시원한 쾌락이 내 몇 안 되는 낙이 된 현재, 이 쾌락을 소리로 승화한 듯한 음악이 하나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공유한다. 바로 호주의 베이퍼웨이브 듀오 서핑의 “Sky high”다. 로드니 프랭클린(Rodney Franklin)의 “Sailing” 메인 피아노를 샘플로, 피치를 다운시키고, 반복 루핑을 이룬 단순한 트랙. 허나 높은 하늘을 형용하기 위한 샘플 셀렉은 서핑의 묘수다. 또한 시원하게 펼쳐놓은 기타 드라이브는 청명한 하늘을 자유로이 활주하는 듯한 쾌감을 안겨줄 것이다. 이 음악과 함께 높은 하늘과 비교적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만끽하자. 곧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이 서울을 점거할 예정이니…

 

Curd “MilliM”

홍석민: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커뮤니티 겸 레이블 대정 트랙스(Daejung Trax)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한 이력을 시작으로 프로듀서로 발돋움한 커드.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서울의 다양한 음악 신(Scene)을 목격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나아가 작년에는 대안 힙합 크루 그랙다니(Grack Thany)에 합류, 다양한 무대에 등장 중이다. 4월 1일 발매된 “MilliM”은 그런 커드의 첫 싱글 앨범으로 여러모로 빽빽한 밀림의 모습을 음향으로 표현한 곡이다. 어수선하나 질서정연한 본 “MilliM”의 정경에 단단히 한몫하는 래퍼 몰디(Moldy)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 적도와 멀디먼 서울의 커드가 그린 밀림은 미세먼지를 안개처럼 두른 빌딩 숲의 바닥을 거니는 우리만의 UK 훵키(UK Funky)다.

 

Mort Garson “Swingin’ Spathiphyllums”

황선웅: 풀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 키우는 데는 당연히 흥미가 없다. 이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군 복무 시절, 녹색 풍경만 21개월을 바라봤으니 지겨울 수밖에. 근데 뿌연 미세먼지와 허연 콘크리트가 가세한 요즘, 도시의 흩어진 빛을 계속 보니 되려 광활히 펼쳐진 녹색과 풀 내음이 그리워지기도 하더라. 그래서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음악”, 모트 가슨의 “Swingin’ Spathiphyllums”를 추천한다. 식물이 너무 좋아서 추천하는 곡은 절대 아니고, 친해지기 위한 준비 운동을 마친 정도랄까? 아무래도 회색보단 녹색이 더 좋은 듯하니 말이다.

 

황재호 “Non-self”

홍석민: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황재호가 음악 레이블 겸 예술 플랙폼인 차이나봇(Chinabot)에서 3월 1일 발표한 앨범 [Non-self 비자아]. 황재호는 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곡의 성격을 정의하게끔 돕는 요소를 해체함으로써 이질감을 끌어낸다. 언뜻 붙어 있는 것처럼 들리나 산산조각이 난 폐허의 전경은 바로 이 앨범을 관통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첨부된 타이틀곡 “Non-self”와 그 뮤직비디오는 황재호의 눈을 빌려 세상을, 한국다움이 무엇인지 살필 단서가 된다. 인간의 육체를 흥분시키는 클럽 음악의 간드러짐은 해체되어 뼈대만 남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신체는 끝없이 깨지고 복구한다. 황재호는 안정과 보호를 상징하는 살덩이를 뒤틀며 오감으로 실체를 느껴야 하는 인간을 농락한다. 혹시 이는 꿈 꾸던 모든 것과 달랐던, 그래서 실망스러운 미래의 모습에 동력을 상실한 90년대, 2000년대 낭만주의 레이브 음악이 오늘날 취한 모습인 걸까. 그 말고도 앨범 곳곳에 삽입된 전통 악기 소리와 가수 나미의 “슬픈 인연”을 재해석한 “Sad Relationship, Nami”에도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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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3 발렌타인데이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사랑의 명절 발렌타인데이를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 애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파티 브랜드 게토레이(GHETTO-RAY)를 운영하며 크루 우주비행(WYBH) 소속 디제이로도 활동 중인 코커(Co.kr)를 초대했다. UK 개러지(UK garage)와 발리 훵크(Balie Funk)로 발렌타인 기운을 불어넣어 준 코커와 나눈 음악과 만담은 지난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홍석민과 황선웅이 각자의 발렌타인데이를 위해 준비한 셀렉션이다.

 

 

Bobby Brown “Rock wit’cha”

홍석민: 소중한 이와 함께 보내고 싶은 하루, 밸런타인데이. 이날만큼은 정신을 핑크빛으로 유지하고 싶다. 그럴 때 듣는 바비 브라운의 88년 앨범 [Don’t Be Cruel] 수록곡 “Rock wit’cha”는 부대찌개도 로맨틱하게 만드는 사랑의 보증수표다. 80년대 바비 브라운의 달콤함에 그 휘트니 휴스턴도 홀랑 반해 그와 결혼하기 이르렀으니 효능은 이미 검증되었다. 그저 밤새도록 흔들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에 취해 오늘은 평소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The Love Unlimited Orchestra “Love’s Theme”

황선웅: 바다코끼리를 닮아 더 월러스 오브 러브(The Walrus of Love)라는 애칭으로 불린 배리 화이트(Barry White). 그냥 바다코끼리도 아닌 로맨틱한 ‘사랑의 바다코끼리’란다. 이를 중심으로 결성된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는 40인조 훵크 빅밴드 오케스트라다. 그리고 1973년 발표된 첫 번째 앨범 [Rhapsody in White]에서 사랑의 수치가 무한대로 발산한다. 특히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 트랙 “Love’s Theme”는 바이올린을 바탕으로 꽃이 만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다면, 아마 이 음악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Simone “Naquela Noite com Yoko”

홍석민: 자고로 남미 언어로 노래하는 사랑은 이해를 넘어 아름답다. 브라질 MPB(브라질 대중음악, Música Popular Brasileira)의 스타, 시모네의 인기가 절정을 찍은 81년도 앨범 [Amar]의 수록곡인 “Naquela Noite com Yoko”의 내용은 오노 요코(Yoko Ono)와 함께하는 밤에 나눈 그녀의 슬픔이다. MPB에 내재한 로맨티시즘이 더욱 아름답게 승화한 80년대, 시모네는 그 주축이었다. 격정의 남미 감수성으로 밸런타인을 보내자.

 

山下達郞 (Tatsuro Yamashita)  “Only with You”

황선웅: 아내인 타케우치 마리야(Mariya Takeuchi)를 위해 많은 세레나데를 제작한 야마시타 타츠로는 일본 음악계 사랑꾼으로 소문났다. 영화 “Big Wave”의 사운드 트랙으로 제작된 동명의 앨범 [Big Wave]. 여기 수록된 트랙 “Only with you”는 오직 당신밖에 없다는 서정적인 가사와 살랑거리는 기타로 사랑을 연출한다. 비록 그가 작사에 참여하지 않은 트랙이지만, 특유의 사랑꾼 기질이 어딜 가겠는가?

 

F.G.’s Romance “What Is Love Today?”

홍석민: 해시태그 30개보다 이모지 하나가 더 강렬한 때가 있듯, 대놓고 파국으로 달리는 발라드보다 넌지시 눈빛을 흘리는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이 더 효과적일 수도. 벨기에 브뤼셀 기반의 눙크 레코드(Nunk Records)가 84년 발매한 블루 아이드 소울 명곡 “What Is Love Today?”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느린 모던 훵크 리듬에 맞춰 알 것 다 아는 어른이 능글맞게 노래하는 요즘 날의 사랑이다.

 

Tyler, the Creater “Hot Chocolate”

황선웅: 세월이 흘러도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기는 정말 힘들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낯간지러운 건 질색이라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못한다. 그래서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을 좋아한다. 초콜릿 같은 달콤한 선물로 그간의 고마움을 쉽게 표현할 수 있으니. 준비한 트랙 “Hot Chocolate”은 달콤한 초콜릿 그 자체다. 기념일을 빌미로 뭔가 팔아먹으려는 장사꾼의 상술에 넘어간 사람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달콤한 초콜릿은 가장 밸런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그리고 “It’s Christmas time”이란 가사를 들어 알겠지만, 이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탄생한 트랙이다. 디트로이트를 살다 온 혹자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는 주머니 가득 선물을 챙길 수 있어 크리스마스와 함께 가장 기대되는 기념일 중 하나였다고. 따라서 밸런타인데이에도 적격인 음악이겠다.

 

Jeff Lorber “Back In Love”

홍석민: 스무스, 퓨전 재즈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제프 로버의 음반은 보이는 대로 집는 편이다. 가격 대비 매우 훌륭한 내용을 자랑하는 그의 음반에는 언제나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기 마련인데, 86년의 [Private Passion]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소울 차트를 흔든 케린 화이트(Karyn White)와 타워 오브 파워 출신의 마이클 제프리스(Michael Jeffries)가 같이 보컬로 참여한 점이 바로 그것. 이들이 열창한 “Back In Love”는 바이브와 장혜진의 “그 남자 그 여자” 급의 조화를 자랑하는 매끄러운 프로덕션의 R&B 명곡이다.

 

정원영 밴드 “Thanks #6 (선물)”

황선웅: 2004년 정원영은 뇌종양 판정에 청력을 잃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음악가로서는 사망 선고와도 같은 이야기. 다행스럽게도 독일에서 뇌종양을 치료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긍정과 감사의 일환으로 오래전부터 발표됐던 ‘Thanks Series’ 넘버가 그를 도왔을 것이다. 치료 후 곧바로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정원영 밴드를 꾸리고, 삶 그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란 의미와 감사를 담아 첫 번째 EP [정원영 밴드 EP]를 발표한다. 그리고 여기 수록된 “Thanks #6 (선물)”을 내 밸런타인 뮤직으로 낙점했다. 여담으로 9년 전 MBC 음악 소개 프로그램 ‘문화 콘서트 난장’에서 이 음악의 라이브 무대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큰 여운이 남아, 그 후 무대 영상을 검색했지만, 그 어디에도 영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론 이 멋진 음악을 소파에 누워 우연히 찾아낸 것 자체가 나에게 큰 감사였다.

 

Carole Bayer Sager “It’s The Falling In Love”

홍석민: 마이클 잭슨의 [Off The Wall]에 수록된 동명 곡의 원판인 본 곡은 싱어송라이터 캐롤 베이어 세이거의 78년 앨범 […Too]에 실린 수려한 AOR 명작이다. 세계적인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공동작곡하고 밴드 시카고의 빌 챔플린(Bill Champlin) 그리고 한 장르의 정점을 찍은 스틸리 댄(Steely Dan)과 노래한 마이클 맥도날드(Michael McDonald)가 백업 보컬로 참여한 점이 흥미롭다. 여담으로, 마츠바라 미키(松原 みき)의 79년 히트곡 “真夜中のドア~Stay With Me”와 우연히도 닮은 부분이 많은데, 머지않아 일본 시티팝 수십 곡을 뽑아내게 되는 데이비드 포스터의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 같아 닭살이 돋더라. 훗날 데이비드 포스터는 자신이 참여한 일본 시티팝은 모두 돈을 위해서 쓴 최악의 것들이라 일축하지만 뭐 듣는 사람이 좋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하나하나 신경 쓰다간 밸런타인데이가 전부 지나가고 만다. 어서 회심의 플레이리스트를 들고 실전에 임하자.

 

Art of Noise “Moments in Love”

황선웅: 상단에 소개된 9개의 음악이 로맨틱한 멜로디와 이를 받쳐주는 가사로 사랑을 표현했다는데, 사실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복잡하기만 해서 감히 사랑이 뭐라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나에게 사랑이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이 느낌은 “Moments in Love”가 잘 나타냈다. 1983년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트랙 “Moments in Love”는 구체 음악 그룹 아트 오브 노이즈를 대표하는 러브 발라드 트랙으로 사랑의 순간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 오묘한 음악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분명 존재했다. 1985년 가수 마돈나(Madonna)와 영화배우 숀 펜(Sean Penn)의 웨딩 마치로도 사용했으니. 그리고 이 커플은 1989년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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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2 기해년 새해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새해를 맞이해,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2019 기해년을 주제로 ‘헬리콥터 레코드(Helicopter Records)’를 이끌며 만물상 ‘우주만물 (CosmosWholesale)’ 운영을 돕는 박다함을 초대했다. 연초부터 아시아 방방곡곡을 누빈 박다함과 VISLA는 새해를 어떤 음악으로 보내는지 지난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홍석민과 황선웅이 새해를 맞이하며 각각 준비한 셀렉션이다.

 

 

김현철 “결혼X(이른나이-늦은나이)=힘든나이”

홍석민: 새해가 밝으면 성큼 다가오는 민족의 명절 설날. 설 연휴 친척끼리 모여 덕담처럼 주고받는 새해 인사와 명절 스트레스가 기대되는 시기다. 그날의 단골 소재 결혼. 이에 20대 중반의 김현철이 부른 결혼에 관한 고민이 담긴 곡을 첨부한다. 이른 나이부터 결혼을 생각하던 20대의 젊은 청년은 실제 약 10년 후 삼계탕집에서 어떤 여인에게 프러포즈한다. 나아가 그는 2002년 그의 8집 음반을 반려자에게 헌정했다. 결혼이란 복잡한 것. 정체불명의 수식으로도 그 난제를 표현하기 역부족이다.

 

Boards of Canada “Dayvan Cowboy”

황선웅: VISLA의 디자이너 진우 형이 만든 일출 플라이어에서 발레아릭과 엣모스피어릭의 느낌을 떠올려 선곡하게 된 트랙 “Dayvan Cowboy”는 보즈 오브 캐나다(Boards of Canada)의 2005년 세 번째 앨범[The Campfire Headphase]에 수록된 트랙이다. 바이올린 현과 무그 신시사이저를 통해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그리고 이를 꿰어놓은 기타 현에 쨍하게 뜬 태양을 떠올려 보자 ─실제 나는 해변을 바로 옆에 끼고 24년을 자랐다. 따라서 바다를 보며 발레아릭한 음악을 감상하는 게 매우 익숙하니 한번 속는 셈 치고 새해 일출을 생각하며 감상해보길 ─ . 또 조 키팅거(Joe Kittinger)의 자유낙하 실험과 서퍼(surfer)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을 소스로 만들어 낸 뮤직비디오 또한 일품이니 천천히 감상해보자.

 

Ishmael Ensemble “Tunnels”

홍석민: 새해가 밝았건만 아직 나의 신체 시계는 연말에 맞춰진 채 그대로다. 그럴 땐 정신 통일을 위해 슈게이징(Shoegazing) 음악을 듣는다. 멀티인스트루멘탈리스트 피트 커닝햄(Pete Cunningham)이 이끄는 영국 브리스톨 기반 그룹 이슈마엘 앙상블(Ishmael Ensemble). 전자 음향을 다음 단계로 이끌 방안을 모색 중인 이들이다. 2017년 내놓은 데뷔 EP [Songs For Knotty]가 BBC 라디오를 통해 주목받으며 안탈(Antal)을 비롯한 음반계 유명인에게 샤웃아웃을 받았다고. 이들의 2018 10월 발매작이다.

 

Kraftwerk “Tour De France”

황선웅: 새해에는 건강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겠노라고 수많은 이가 계획을 다짐한다. 모 속옷 브랜드에 따르면, 12월 새해가 가까워질수록 스포츠 브라 판매율이 최대 74%까지 상승한다고. 이는 실로 많은 사람이 운동을 다짐한다는 숫자 통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불타는 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라들어, 어느새 이불 속을 빈둥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Tour De France”를 준비했다. 들숨 날숨을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하며 운동 의지를 다시 불태워 보길 바란다.

 

이판근과 코리안 째즈 퀸텟 “아리랑”

홍석민: 일제 강점기 중 수입된 서양의 음악 재즈. 홍난파의 코리안 재즈 밴드나 김해송 같은 1세대 재즈 음악인의 등장으로 한국 재즈 역사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한국 근대사에 치여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불운의 순수 예술 재즈. 그래도 그 유명한 재즈 클럽 야누스에 모인 선배 재즈 음악인들은 후배 음악가를 교육하며 후일을 도모했다. 우여곡절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2015년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 일부 담겼으나 이들의 공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의 시작과 동시, 사진작가 노상현이 그의 사진 스튜디오 업노멀(Abnormal) 웹사이트에서 ‘Korean Jazz’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일주일마다 한국 재즈 음악인 한 명씩의 사진을 전시하는 중이니 생각날 때마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1월 두 번째 주의 전시 주제는 한국 재즈 이론가 이판근이었다.

 

Objekt “Lost and Found(Found Mix)”

황선웅: 베를린 기반의 테크노 프로듀서 오브젝트(Objekt)의 2018년 신작 [Cocoon Crush]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랙이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Lost & Found (Lost mix)”로 일란성 쌍둥이 같은 트랙. 새해부터 무슨 글리치, 엑스페리멘탈이냐는 의문 또한 제시될 수 있지만, 나는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선곡했다. 그래서 내가 뭘 잃어버렸냐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확인하길.

 

Le Stim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

홍석민: 한 살 더 먹었다고 풀 죽을 순 없다. 힘내서 나아가기도 부족한 열두 달의 1/6이 이미 지나가는 중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미국 디트로이트의 디스코 밴드 르 스팀(Le Stim)이 1980년도에 녹음한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찬양곡,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을 소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차게 밀고 나가는 9분간의 디스코 여정. 1980년 발매된 본 곡은 사실 원작자 허버트 안드레이 덩컨(Herbert Andrei Duncan)의 노력 없인 태어날 수 없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던 르 스팀을 5년간 설득해 겨우 녹음실로 끌고 간 그의 공적이 아니었다면 이 곡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그리고 2018년 11월, 음반 레이블 멜로디즈 인터네셔널(Melodies International)이 12인치 바이닐 음반에 담아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을 정식 재발매했다.

 

양방언 “Into the Light”

황선웅: 뉴에이지, 사운드 트랙 프로듀서 양방언은 2002 부산 아시안 게임의 주제곡 “Frontier”를 통해 사물놀이 등의 국악과 피아노 소나타, 심포니 사운드를 아우르는 서양악을 크로스오버한 아티스트로 정평이 났지만, 내가 이야기하고픈 트랙 “Into the Light”가 담긴 양방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Into the Light]에선 국악 크로스오버의 면모를 찾기가 힘들다. 조금 더 큰 틀의 동양의 에스닉 사운드를 탐구한 듯하다. 나는 “Into the Light”를 희망차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선곡했다. 내 주변인 모두 2019 기해년 건강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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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1 크리스마스 특집

VISLA 매거진의 새로운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12월부터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첫 회를 맞이해,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어김없이 찾아온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로컬 디제이 제시유(Jesse You)를 초대했다. 바이닐 음반으로 그득히 채워진 방에서 사는 제시유와 VISLA는 크리스마스를 어떤 음악으로 지내는지 지난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홍석민과 황선웅이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위해 각각 준비한 셀렉션이다.

 

 

Vince Guaraldi Trio “O Tannenbaum”

황선웅: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이 다가오면 카페 사장님들의 플레이리스트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평소 카페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막연히 듣기 좋은 쿨 재즈류라면, 크리스마스엔 그 정취에 알맞은 재즈 음악으로 바뀐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카페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이 음악이 포함돼 있더라. 1965년 우리에겐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피넛츠(Peanuts) 그 첫 번째 에피소드, ‘A Charlie Brown Christmas’에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된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의 “O Tannenbaum”은 한국에선 “소나무야”라는 번안 동요로 더욱 유명하다. 서양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사실. 난 이 또한 빈스 과랄디 덕에 알게 됐다.

 

Universal Robot Band “Disco Christmas”

홍석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달굴 76년 등장한 미국의 5인조, 유니버설 로봇 밴드(Universal Robot Band)의 “Disco Christmas”. 뉴욕 디스코 음향을 풍부하게 한 개국 공신급 프로듀서 패트릭 애덤스(Patrick Adams)와 그레그 칼마이클(Greg Carmichael)을 주축으로 결성한 유니버설 로봇 밴드는 8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며 “Dance and Shake Your Tambourine”을 비롯한 히트곡을 몇 남겼다. 여담으로 영국 유수의 음반 레이블 BBE의 이름은 유니버설 로봇 밴드가 82년 발매한 디스코 싱글 “Barely Breaking Even”의 첫 철자를 따온 것이라고. 본론으로 돌아가, “Disco Christmas”는 77년 발매된 싱글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의 만담에 귀를 기울여보자.

 

Miles Davis “The man I Love(take 2)”

황선웅: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전설의 퀸텟(quintet), 그리고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us Monk), 밀트 잭슨(Milton Jackson) 등, 말이 더 필요 없는 세션 라인으로 녹음된 음악. 나는 이 곡에서 밀트 잭슨의 비브라폰 사운드와 몽크와 마일스 사이의 눈빛 교환이 일어나는 파트를 가장 좋아한다. 근데 이게 왜 크리스마스 음악이냐고?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마일스 데이비스 크리스마스 세션’을 검색해보자. 친절히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RUN D.M.C. “Christmas In Hollis”

홍석민: 87년 발매된 앨범 [Christmas Rap]의 첫 곡. 그 유명한 RUN D.M.C.가 크리스마스를 랩으로 풀었다. 아디다스 삼선 스니커를 신고 무대에 올라 힙합을 거리의 문법으로 정의한 그룹, RUN D.M.C. 이들은 뉴욕 퀸스의 남쪽 동네 홀리스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한다. 크리스마스라도 여전히 힙투더합을 놓지 못하는 이들은 후속편 개념의 92년 곡, “Christmas Is”도 확인해보자.

 

K Foundation “K sera sera”

황선웅: 1992년, 세계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더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해체를 선언한 KLF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기념하여 이들의 이명, ‘K Foundation’이란 이름으로 이스라엘에만 한정 발표했던 트랙이다.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그리고 존 레논(John Lennon), 오노 요코(Ono Yoko)의 “Happy Xmas (War Is Over)”를 믹스 커버한 트랙으로 웅장한 합창 코러스 하모니 속에 내포 된, 평화의 아늑함을 찾을 수 있는 곡.

 

Equipo Radio Cidade “Bons Tempo São Paulo”

홍석민: 최초의 힙합 히트곡, 슈가힐 갱(The Sugarhill Gang)의 79년 작 “Rapper’s Delight”. 칙(Chic)의 “Good Times”의 베이스라인에 랩을 얹은 그 말 많은 곡을 브라질 상파울루가 재해석했다. 80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라디오 디제이들이 목소리를 올린 이 곡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념해 발매된 음반이라고. 원래 극소량만 찍은 디제이 전용의 7인치 음반이었으나 영국 기반 미스터 봉고(Mr. Bongo)가 2016년 재발매했다. 곡 중간에 삽입된 퍼커션 독주에 주목하자. 노래의 국적을 간단히 남미로 바꿔놓았다.

 

Jens Lekman “To Know Your Misson”

황선웅: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음악이라면, 슬레이벨 사운드는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더라. 당장 유튜브에 캐롤을 검색하여 랜덤한 음악을 듣더라도, 리버브를 짙게 먹인 슬레이벨 사운드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을 만큼, 캐롤을 대표하는 사운드로 인식된다. 따라서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슬레이벨 텍스처는 예상 가능한 크리스마스 사운드 클리셰라고 느껴지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문화를 사운드로 일구는 데는 이 말곤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옌스 렉만(Jens Lekman)의 [Life Will See You Now]는 크리스마스가 조금 지난, 2월에 발표된 앨범이었다. 하지만 첫 트랙 “To Know Your Mission”를 처음 들었을 때, 슬레이벨 사운드에서 자동 반사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됐다. 반면 음악은 크리스마스와 상관없는 일기장에 가까운 트랙. 하지만 누구나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The Weather Girls “Dear Santa (Bring Me a Man This Christmas)”

홍석민: 한국에 수입된 서양의 명절은 유독 솔로에게 잔인하다. 밸런타인데이의 파괴력도 강한 편이나 결국 용서 없는 명절의 왕좌를 차지하는 날은 역시 크리스마스가 아니겠는가. 당장 옆에 누가 없어 네이버 검색창에 ‘크리스마스 날 사람 없는 곳’ 등을 검색하는 이에게 당찬 누님들이 보낸 편지를 한 통 소개한다. 그 누님들은 바로 웨더 걸스(The Weather Girls)로, “It’s raining man”의 주인공이자 화통 삶아 먹은 목청의 소유자다. 크리스마스 날 옆구리가 시린 누님들이 남자를 내놓으라며 산타클로스를 위협하는 그 내용. 영상과 함께 확인해보자.

 

Ryuichi Sakamoto “Merry Christmas Mr. Lawrence”

황선웅: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의 필름 뮤직 데뷔작이자, 그의 방대한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유명한 트랙으로 손 꼽는 트랙. 딱히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 테마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음악은 머라이어 캐리도 빌리 홀리데이도 아닌, 사카모토 류이치였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방송에선 이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원래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트리오로 구성된 어쿠스틱 사운드를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크리스마스인 만큼, 차가운 질감을 공감할 수 있도록 영화에 삽입된 원곡을 들고 와봤다.

 

Calvin Carr & Company “Without Christ”

홍석민: 물론 해석의 여지는 많지만, 크리스마스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천주교의 행사가 아닌가. 인류 역사를 반으로 쪼갠 대단히도 중요한 인물, 예수 그리스도. 그의 탄생일을 진짜 이유는 세계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한다. 심지어 몇 이슬람 국가도 이 시기 축제를 벌인다고. 종교의 차를 잠시 접어두고 거리를 감싼 축제 분위기에 몸을 맡겨보자. 예수가 세상에 나온 날, 가스펠 하나 즈음 없으면 섭섭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신났던 재발매 중 하나, 캘빈 칼(Calvin Carr & Company)의 “Without Christ”. 스위스의 하이 재즈* 레코드(High Jazz* Records)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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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