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은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사진가가 거쳐 간 가장 보편적인 사진 장르 중 하나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바로 그럴 때 놀라운 재능과 훈련,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출판사 소큐샤(Sokyusha)를 통해 사진집 ‘크로스로드(Crossroad)’를 공개하며 일본 사진사에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새긴 히로요시 야마자키(Hiroyoshi Yamazaki)가 바로 그러한 이들 중 하나다.
이번에 공개된 ‘크로스로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긴 가로형 파노라마 사진이라는 점. 브로니카(Bronica) 645 중형 SLR 카메라에 35mm 필름 어댑터와 플래시를 장착해 촬영하는 그의 방식은 순간포착이 중요한 거리 사진에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긴 화면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는 시각적 향연이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간호하며 틈틈이 거리에 나와 사진을 찍었다는 젊은 히로요시는 카메라를 통해 버블 경제가 터진 직후인 1990년대 일본을 1미터가 넘는 거대한 화폭에 그려낸다. 파노라마 사진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그의 사진집은 폭발적인 인기로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품절되어 구매하기 어려워졌지만, 그의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대표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섬세함과 즉흥성이 멋지게 어우러진 히로요시 야마자키의 작품을 아래의 링크를 통해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