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VELCRACK

니벨크랙(NIVELCRACK)이라는 이름의 패션 브랜드가 등장한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낯선 이름 그리고 축구 문화와 스트리트웨어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브랜드 콘셉트에 많은 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지금에 와 그들의 행보는 끊임없이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으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니벨크랙을 소개할 때, 유독 전진에 관한 수식어를 자주 보탰다. 적지 않은 시간 지켜봐 온 그들은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냈다. 이는 한 길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디렉터의 성격과도 닮았다. 무서운 기세로 달리는 앙팡 테리블을 지나 노련한 마에스트로의 길로 들어서는 니벨크랙의 디렉터 이신재와의 인터뷰를 지금 여기서 공개한다.

니벨크랙은 어떤 브랜드, 집단인가,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니벨크랙은 축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의류 브랜드로 시작해 지금은 축구팀과 에이전시를 겸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의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멤버가 많아 그들이 가진 능력을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랜드 외 B2B 비즈니스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브랜드 전개 이전, 축구라는 스포츠에 어떻게 빠져들게 되었나.

내 위로 형이 둘 있다. 남자들만 있는 집안이다 보니까 형제끼리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자주 했다. 아버지도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빠져들었지. 결정적인 계기라면, 98년 프랑스 월드컵이다. 새벽에 가족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축구 중계를 봤다. 축구 유니폼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 무렵이다. 당시 멕시코가 한국을 상대로 3:1로 이겼는데,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 스트라이커 루이스 에르난데스(Luiz Hernán￾dez)가 멋지게 보였다. 그 이후로 항상 축구와 함께했다. 학교 끝나고 맨날 축구하고, 게임도 축구 게임만 하고. 하하.

브랜드 이름을 듣고 어감이 참 좋다고 느꼈다, 어떻게 탄생한 단어인가.

니벨크랙은 내가 만든 합성어다. 스페인어로 니벨(Nivel)은 수준을 뜻하고, 크랙(Crack)은 이를 깬다는 거지. 쉽게 풀어, ‘Another Level’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최근 스트리트웨어 신(Scene)에서도 축구 문화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데, 특히, 4~5년 전부터 니벨크랙과 궤를 같이하는 축구 브랜드가 수면 위로 오른 것 같다.

소셜미디어가 이런 소규모 브랜드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사실, 니벨크랙 이전부터도 익히 유명한 차이나타운 사커 클럽(Chinatown Soccer Club)이나 르 발롱 FC(Le Ballon FC) 등의 규모 있는 축구 클럽이 이런 문화의 주축이 된 것 같은데, 2016년부터 소셜미디어 덕분에 서브컬처 내 축구 문화가 빠르게 공유됐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이미 자리 잡은 축구 클럽을 레퍼런스로 하면서 자연스레 자신들의 축구팀을 브랜딩해서 새로운 색깔의 축구 문화가 빠르게 퍼져나간 것 같다.

당시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독립 브랜드의 영향은 아니었을까. 브랜드 런칭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지기도 했고.

그 영향도 분명 있다. 우리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했으니까. 블랭크 티셔츠나 키트에다가 내가 디자인한 그래픽을 입힌 게 니벨크랙의 시작이었다.

다양한 스포츠가 단순한 신체 운동이나 경기 이상의 자체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지 않나. 축구 역시 축구만이 가진 문화적인 움직임이 있을 텐데, 니벨크랙이 생각하는 축구의 문화적 특성은 무엇인가.

큰 개념으로 봤을 때는 축구팀은 각 국가나 연고지를 대표하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국가대표 내지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팀도 있고. 이렇게 축구라는 스포츠가 자기 울타리 문화를 반영하는 성격이 강한데, 이걸 조금 더 좁게 봤을 때 한국의 서브컬처 신에는 니벨크랙과 같은 팀이 있겠지. 각 도시의 울타리에서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를 공유하는 거다.

축구를 베이스로 하는 패션 브랜드는 이미 유명한 곳이 너무 많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 같은데, 타 스포츠는 이런 성격의 브랜드가 쉽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외려 반대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야구는 특별히 야구를 즐기지 않아도, 메이저리그(Major League) 팀 볼캡을 착용하고, 농구는 스니커나 저지를 일반인도 쉽게 착용하는데, 축구는 일상적인 패션웨어로 그리 널리 퍼지지 않았으니까. 그게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의문이 니벨크랙을 시작한 배경 중 하나였다.

축구의 어떤 요소를 활용한 프로덕트를 선보이고 있나.

축구의 서포터 문화가 될 수도 있고, 특정 팀이나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일상적인 의류 라인으로 풀어내는 걸 지향하고 있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개하는 브랜드니까.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가끔은 브랜드가 지닌 너무 명확한 테마 때문에 그 틀에 갇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니벨크랙이 진행한 협업을 보면, 대외적으로 이게 니벨크랙과 맞나 싶은 프로젝트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슬라이스 피자 마켓(Slice Pizza Market)과 진행한 협업은 남들이 보기에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겠지. 우리는 축구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협업을 선보인다. 오히려, 축구에 관한 확고한 정체성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특별한 제약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니벨크랙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축구라는 스포츠와 패션의 접목을 꿈꿔왔다. 결정적인 계기라면, 유럽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였다. 스페인에서 1년 반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생활 자체가 축구였다. 일하고 축구하고, 일하고 축구 보는 게 일상이었다. 캄프 누(Camp Nou) 경기장에 가서 빅 매치도 많이 관람했다. 니벨크랙이라는 브랜드 네임 또한 스페인에서 구상했다. 그렇게 유럽 인턴을 마치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아 니벨크랙을 시작했다. 니벨크랙이라는 브랜드에 엄청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거니까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런칭했다. 그전에 내가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일했던 경험이 브랜드 전개에 도움이 많이 됐다. 페이퍼 작업할 때는 광고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었고, 촬영 스태프로 일하면서 얻은 작은 노하우가 브랜드 비주얼 작업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다.

왜 그렇게 많은 분야를 옮겨 다녔나.

특정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보다는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무작정 다른 나라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직업이라는 명분을 만든 거지. 내가 체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직장을 구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그렇게 스페인에서는 광고 회사, 영국에서는 여행사, 미국에서는 영상 회사에 다녔다.

그때부터 각국에 있는 축구 브랜드와 연을 맺은 건가.

당시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때 유일하게 만난 친구가 블레드 FC(Bled FC)를 전개하는 남 쿤(Nam Kuun)이라는 친구다. 그 친구가 동양계이기도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연락했는데도 흔쾌히 만나주었다.

패션 브랜드에서 일한 경력 없이 무작정 니벨크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홀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나.

글쎄, 어려웠던 일이 너무 많아서. 하하. 당장에는 자본도 많지 않았으니까. 천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이렇게 금전적인 부분도 힘들었지만, 당장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 뻔뻔하게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일이 많은데,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으니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컸다. 어쨌든, 이건 사업이니까,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영업 아닌 영업을 할 때도 많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한국의 패션 마켓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되지 않았나, 니벨크랙이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브랜드 초창기에는 앞서 말한 열악한 환경이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브랜드 운영 또한 혼자 진행한 시간이 굉장히 길어서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지금까지 오다 보니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많은 사람도 알게 되고, 고마운 인연이 많이 생겼다. 이제는 예전 내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밟아가는 친구나 지인을 봤을 때 내가 겪었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면, 굳이 아쉬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결국 남들에게 인정받게 되고,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고. 뭐 이렇게 말해도 당장에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내가 이 일을 하며 깨달은 바는 이것밖에 없다.

초기 니벨크랙은 어떤 모습이었나.

일단, 사무실도 없어 집에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 운 좋게도 같이 살던 형들이 결혼으로 독립을 시작하던 시기라 넓은 공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재고도 마구 쌓아놓고. 옷을 만들기는 해야겠는데, 옷 만드는 공장을 몰라서 장안동에 봉제공장이 있다는 소문을 어렴풋이 듣고 무작정 찾아갔지. 제작 수량도 말도 안 되게 적었는데, 공장 사장님이랑 친해지면서 옷도 만들고, 무식하게 거래처를 뚫으면서 일했다. 방법이 없으니까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 초기의 컬렉션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말도 안 되는 제품이 엄청 많다. 그렇게 니벨크랙 피드에서 없어진 것도 적지 않다. 어쨌든, 내가 니벨크랙의 정체성을 완성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니벨크랙 축구팀은 어떤 이들과 함께하고 있나.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영상이나 사진, 디자인, 모델 등 다양한 직군의 친구들이 모여 있다. 니벨크랙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일을 같이하면서 들어온 사람이 많다. 니벨크랙 모델이었다가 팀에 합류한 친구도 있고, 다들 비슷한 업계에 있으니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굳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아도 서로 가깝게 지낸다.

팀의 입단 조건이랄 게 있는지.

이전에 팀을 한번 개편했다. 초기에는 무분별하게 주변 사람 위주로 멤버를 뽑았다. 뭔가 있어 보여서 들어왔다가 흐지부지 나가는 멤버가 많았다. 팀 키트(Kit) 같은 거 받으면 좋으니까. 이건 니벨크랙과 교류하는 해외 축구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비슷하더라. 지금도 특별한 모집 공고를 내지 않고, 지인 통해서 게스트로 몇 번 공차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긴 한데, 팀 규율을 조금 더 강화했다. 어쨌든, 입단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는 거다. 경기에도 자주 참여하고.

Via Shukyu Magazine / Ryo Mitamura

작년 일본 아마추어 축구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것 같은데, 외부의 시선에서도 되게 재미있어 보였다.

일본 현지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니벨크랙 팝업 스토어와 토너먼트 진행을 기획한 게 시발점이었다. 일본 슈큐 매거진(Shuku Magazine)과 시티보이즈 FC(CITY BOYS FC), 리가 토쿄(LIGA TÓQUIO)가 힘을 모은 나름 큰 행사였다. 이벤트의 테마를 ‘Far east Derby’로 정했다. 한일 라이벌 관계를 주제로 이벤트를 벌였는데, 사실 스포츠에서 ‘한일’이 붙으면, 분위기가 삭막해지지 않나. 국가대표전을 보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니까. 우리는 서로 친구 같은 관계에서 이런 분위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풀어보고 싶었다. 의미 깊은 행사인 만큼 니벨크랙 팀원이 전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마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예산이 있어서 항공료와 숙박비로 지원하면서 팀원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총 12개 팀이 참여했고, 정말 즐겁게 공을 찼다. 비록 축구 성적은 저조했지만. 엄청나게 발렸다. 하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돌아오는 날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됐다. 그때 작은 분열이 일어났지. 하하. 누구는 어쨌든 공항을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어떤 친구는 내일 돌아가는 비행기를 알아보자고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노숙하고 아침에 바로 떠난다는 친구까지 각자 주장이 달랐다. 그 노숙하겠다는 친구가 지금 니벨크랙 스토어 매니저다. 아마, 현지에서 돈을 더 쓰기 싫었던 거겠지. 하하. 그때 날도 너무 더웠고, 모두가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당시에는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전부 재밌는 추억이다.

니벨크랙의 강점 중 하나는 해외 브랜드와의 끈끈한 유대다.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나.

블레드 FC나 르 발롱 FC, 노웨어 FC(Nowhere FC) 등 여러 팀은 니벨크랙 시작부터 존재하던 브랜드였고, 나 역시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브랜드이자 팀이었다. 니벨크랙 런칭 이후 연락을 취했을 때 고맙게도 반갑게 맞이해줬다. 니벨크랙이 사커바이블(SoccerBible)이나 nss 매거진(nss Magazine)과 같은 해외 매체에서 먼저 소개됐는데, 이후 내가 영국에 가게 되면, 문디알(Mundial)이나 사커바이블을 만나고, 프랑스에 가면 블레드 FC, 르 발롱 FC와 축구도 하고,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유대가 생겨났다.

축구 브랜드라는 동질감이 세계 각지의 축구 브랜드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축구 변방국 아시아 문화권 남성이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브랜드와 팀을 전개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다. 또 서로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어서 함께 뭔가를 했을 때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으니까.

동시에 미국, 유럽권의 축구 브랜드가 일본을 주축으로 자주 팝업 스토어를 여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물론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르 발롱 FC, 노웨어 FC 모두 도쿄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으니까. 하지만, 니벨크랙이 그들을 편하게 초대할 만한 자본이 없으니 그냥 서울에 올 생각 없는지 슬쩍 떠보는 정도다.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들이 도쿄에 갈 때는 항상 스폰서를 동반한다. 일본에 간다고 하면 조금 더 적극적인 후원이 붙더라고. 예를 들면, 르 발롱 FC 토너먼트 때도 스폰서로 패트릭(Patrick)이라는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가 나섰기에 그런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거다.

해외에서도 선전 중이다, 어떤 점이 해외의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느끼나.

처음에는 낯선 나라에서 이런 콘셉트의 패션 브랜드가 진행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이 일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궁금증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 역시 적고. 뻔한 이야기겠지만, 디자인이나 만듦새에서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 중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무엇인가.

저지 아이템이 다른 제품보다 반응이 확실히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해외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큰 파트너와 진행하는 협업은 먼저 제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곳은 비슷한 규모의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진행할 때다.

개인적으로 어떤 브랜드와 협업할 때 더 재미를 느끼는지.

모두 재밌게 진행하고 있지만, 니벨크랙의 명확한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곳은 주로 소규모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기념비적인 협업이 있다면.

2년 전에 진행한 엄브로(UMBRO)와의 협업이다. 어릴 때부터 직접 입고, 좋아했던 브랜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축구를 배경으로 한 전통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함께해보고 싶었다. 니벨크랙을 전개하며 목표로 삼았던 일을 이뤘으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축구 구단과 협업이 이루어졌을 때도 정말 기분 좋았지.

축구 구단과의 협업에서 니벨크랙은 주로 어떤 역할을 맡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울산 FC, 제주 FC, 성남 FC, 해외의 레드스타 FC(Red Star FC)와 협업했다. 니벨크랙은 그들의 머천다이즈를 조금 더 웨어러블하게 풀어내는 일을 주로 진행한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맡아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하고, 비주얼 콘텐츠 역시 함께 제작하는 방식이다. 지금 당장 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해외 구단과 협업을 이야기 중이니 이 또한 기대해 달라.

최근 가장 큰 소식이라면, 니벨크랙의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일텐데, 스토어를 준비하며 구상했던 그림이 있었나.

우선 니벨크랙이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부합하는 제품을 모아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었다. 니벨크랙을 즐기는 이들을 소수의 사람으로 제한하고 싶지 않아서 내부 인테리어도 너무 축구 냄새가 나지 않게 꾸몄다.

타 브랜드의 제품은 어떤 형태로 들여오고 있는지.

니벨크랙과 관계가 있는 브랜드나 아티스트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로는 스토어에 들여올 브랜드를 찾게 되는데, 내가 미처 체크하지 못한 브랜드를 알게 되고 소개하는 데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잘 구축된 국내에서 브랜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다는 일은 그 자체로 큰 결정이었을 것 같다, 오프라인 스토어 운영의 명확한 이점이라면.

니벨크랙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가 사실 조금 생소하지 않나. 이걸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게 가장 큰 이점이다. 또한 매장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어쨌든 공간을 하나 가지고 있으니, 니벨크랙 오프라인 스토어가 있다는 전제 아래 제안받는 일도 많아졌다. 사실, 올 상반기에 공간을 통한 이벤트가 몇 개 있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취소되어 굉장히 아쉽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축구 경기가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니벨크랙이나 여타 축구 브랜드에도 여파를 미쳤을 것 같다.

오프라인 행사가 많이 취소되며, 준비 중이던 외주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반대로 재미있던 건, K-리그가 재개되면서, 해외에 한국 축구가 많이 알려졌다. 그즈음 성남 FC와 진행한 협업 컬렉션이 발매되었는데, 해외 소비자가 성남 FC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 강원 FC 저지를 보고 이런 건 어디서 사냐고 DM도 왔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축구 기반 패션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는데, 니벨크랙만이 지닌 차별점이 있을까.

니벨크랙은 하위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가 가진 오리지널리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브랜드를 전개한 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규모 있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에이전시 형태를 조금 더 강화할 것인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올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몇 곳에서 넌지시 투자 제안을 받았다.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도 디렉터로서 생각해보게 되더라. 아직은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향후 몇 년간은 독립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전개하되 B2B 영역에서의 역량을 키워보려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동시에 일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자체 컬렉션에 신경을 덜 쓰게 될 때도 많은데, 당장은 니벨크랙을 독립적으로 전개하고 싶다.

처음 시작했을 때 세웠던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나.

이제 1할 정도 이룬 것 같다.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나 축구 클럽과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지만, 막연하게 그런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꿈에 그리는 클럽과 꼭 함께 일하고 싶다는 목표가 계속해서 생긴다. 욕심이 점점 더 커지는 거지. 니벨크랙 브랜드로는 자체 컬렉션의 볼륨을 키워서 조금 더 정기적으로 선보이려 한다. 유통 채널도 해외로 늘리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니벨크랙의 향후 계획은?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잠정적으로 유보되었던 프로젝트가 최근 하나둘씩 재개되고 있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 프로 구단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 게임 회사와의 프로젝트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계속해서 지켜봐 달라.

니벨크랙 팀원들이 말한다. 당신에게 니벨크랙은 어떤 의미인가?

김상혁 꺼진 열정을 되살려준 집단.
최완 Fam.
김도영 인생과 게임을 함께 뛰는 팀.
이진웅 와이프가 허락한 유일한 일탈…
한찬희 필드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팀.
신정엽 활력소.
오상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고 삶을 공유하는 모임.
문태림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철빈 니벨크랙 구성원은 나름 공통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우리가 모두 축구를 기반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매치에서는 굉장히 치열하고 최대의 에너지를 쏟는 축구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매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오로지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 우리 나름의 전술이나 방법을 어떻게 실행할지 생각하게 된다. 되건 안 되건 우리의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누군가는 우리를 패션 브랜드의 일환이거나 커머셜한 영상 콘텐츠에 몇 번 보인 축구팀 행세를 하는 집단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처럼 진지한 팀이 또 몇이나 될까? 알아주지 않더라도 우리만의 축구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가장 멋있게 즐기는 팀이자 단지, 우리일 뿐이다.
김시우 함께 축구를 즐기며, 서로에 도움을 주고받는 건강한 모임.
김필립 Més que un club.
박기춘 축구에 미친 사람들.
안치은 축구를 재밌게 하는, 피치 안팎에서의 모임이 항상 기다려지는 팀.
강상윤 우선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게 첫 번째 기쁨이라면, 둘째로는 나의 개인적인 음악 활동에 있어서도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기쁨이 있다. 작년 앨범 ‘I think, it’s weird pose.’로 데뷔 후 팀의 막내로서 형들의 이런저런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없다는 생각, 감사함을 계속해서 느끼고 팀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참여하고자 한다.

NIVELCRACK 공식 웹사이트
NIVELCRACK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 │ 오욱석
포토그래퍼 │강지훈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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