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26회를 맞이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임이 틀림없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오프라인 개막식을 부활시키며 화려한 레드카펫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영화제 선정작은 100%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극장주의를 꿋꿋하게 이번 영화제에서도 지키고자 한다. 화려한 레드카펫만큼이나 엄청난 라인업으로 올해도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거장들의 신작부터, OTT 작품을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 중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알 수 있는 특별프로그램과 ‘원더우먼스 무비: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 섹션 등이 준비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목해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OTT와 극장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의 새로운 특별전 – ‘온 스크린’ 섹션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극장 경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없기 때문. 반면 전 세계적으로 OTT 서비스는 그야말로 전국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것을 향유하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OTT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섹션 ‘온 스크린’을 신설하였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10월 15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My Name)”의 8부작 중 3부작을 전 세계 최초로 볼 수 있으며, 11월 공개 예정인 “지옥(Hellbound)” 역시 6부작 중 3부작을 미리 볼 수 있다.
“마이 네임(My Name)”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의 차기작으로 주인공에는 배우 한소희가 아빠를 잃은 딸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선혈이 낭자하는 누와르적인 액션이 기대되는 한편, 강렬한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한소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약조직의 언더커버가 되어 경찰에 잠입하는 서사 구조는 마치 영화 “무간도”의 긴장감을 빌려와 더한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옥(Hellbound)”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2003년 그의 애니메이션을 웹툰으로 제작하여 이제 시리즈화까지 성공시킨 유서 깊은 작품이다. 그동안 “부산행”, “반도”, “사이비” 등으로 그가 그려내는 디스토피아가 관객들에게 인정받아왔는데, 이번에 공개를 앞둔 “지옥” 역시 그 맥락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작으로 이미 퀄리티는 검증되었을 터, 배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등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무엇보다 지옥으로부터 자신이 언제 죽는지를 고지받고, 서울 한복판에서 저승사자로부터 지옥으로 끌려가는 독특한 세계관을 어떻게 실사화시켰는지 눈여겨볼 만하고, 이러한 혼돈속에서 등장하는 신흥 종교 단체 ‘새진리회’와 새진리회와 맞서 싸우는 대결 속 광기 역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기대되는 거장의 신작 – 아이콘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확고한 자신만의 색깔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는 올해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프리미어로 소개되었을 때부터 내년의 아카데미상의 강력한 후보로 회자된 작품이다.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보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다.
베네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빌 머레이(Bill MURRAY), 에이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오언 윌슨(Owen WILSON), 프랜시스 맥도먼드(Frances MCDORMAND),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레아 세이두(Léa SEYDOUX), 엘리자베스 모스(Elisabeth Moss),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윌렘 대포(Willem Dafoe), 마티유 아말릭(Mathieu AMALRIC) 등 열거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정도의 명배우들이 등장한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의 상영이 있지만, 예매 오픈 만에 모두 매진될 만큼 영화제에서 올해 가장 뜨거운 작품임은 틀림없다.
영화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에 위치한 미국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천재 예술가, 학생운동가, 어린아이의 납치 사건 등 잡지사에서 다룬 3가지의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 Magazine)’에서 영감을 얻고, 실제로 취재했던 기사와 인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일부 사용하기도. 그의 유머러스한 연출도 기대되지만, 상상력으로 빚어낸 기발한 미장센이 다시 한번 더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히어로(A Hero)”
영화 “어바웃 엘리(About Elly)”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A Separation)”로 ‘베를린영화제(Internationale Filmfestspiele Berlin)’ 감독상과 황금곰상을, 그리고 ‘미국 아카데미 (Academy Awards)’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쥐며 이란 영화 역사를 새로 쓴 아스가르 파르하디 (Asghar Farhadi) 감독.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는 한 가지의 사건을 복잡하고 여러 가지 이슈들로 세밀하게 그려낸 연출이 돋보였는데, 이 작품으로 그는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다.
이번에 나온 그의 신작 “히어로”는 돈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간 남자의 여자 친구가 우연히 금화가 든 가방을 발견하며 사건이 시작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그의 선행으로 그는 영웅 대접을 받지만, 불확실한 가방의 주인과 가방을 돌려준 사람의 그가 아닌 여자 친구임이 밝혀지며, 갑작스러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며, 미디어가 만들어낸 영웅의 몰락을 그려낸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오픈시네마 – 부산국제영화제의 랜드마크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
부산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은 개막식, 폐막식은 물론 영화제 기간 중 야외상영을 진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랜드마크다. 오픈시네마는 영화의 전당 야외 상영을 진행하는 곳인데 거대한 스크린으로 많은 작품들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었다.
“무간도 (4K 복원작) (Infernal Affairs)”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작품 “무간도”가 새롭게 4K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더 나아진 화질만큼 배우 양조위(Tony LEUNG)와 유덕화(Andy LAU)의 눈빛, 표정 하나하나 더 인상적일 것이며, 늘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는 두 주인공의 긴장감 역시 생동감 있게 그려질 것이다. 무간도 트릴로지 중에서 가장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인 만큼 4K 복원이 반갑기만 하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Mona Lisa and the Blood Moon)”
이번 오픈시네마에서는 2014년 선댄스영화제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소개된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으로 주목받은 애나 릴리 아미푸르 (Ana Lily AMIRPOUR) 감독의 신작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Mona Lisa and the Blood Moon)”이 상영된다.
그녀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적은 제작비로도 훌륭한 장르 영화를 완성하는 가성비 연출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굵직한 배우들도 출연하며 B급 감성의 장르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한 소녀가 갇혀있던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고, 그녀의 힘을 알게 된 스트립 댄서가 그 힘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주인공에는 넷플릭스 영화 “콜”에서 미친 희대의 살인마로 자신을 알린 배우 전종서와 케이트 허드슨 (Kate HUDSON)의 기묘한 조합이 볼거리다. 뿐만아 니라,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크레이그 로빈슨 (Craig ROBINSON), 잉글랜드 출신의 래퍼, 배우로 영화 “데드풀(DEADPOOL)”과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서 인상 깊은 열연을 펼친 에드 스크라인 (Ed SKREIN)이 출연하는 등 큰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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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