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레이블 중단 선언에 이어, 구찌(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찌를 떠날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패션계에 연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 7년간, 미켈레는 자기 복제에 머물 뻔한 구찌 100년 역사를 다시 럭셔리 패션 신(Scene)의 중심에 오르게 한 공로가 상당하다. 미켈레는 2002년부터 구찌의 핸드백 디자이너에서 수석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성장해왔으며, 구찌의 대표적인 GG 로고를 다시금 각인시키고, 구찌 뷰티와 구찌 주얼리 라인을 론칭하는 등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날선 감각을 유지하며 현재의 구찌를 만들어냈다.
미켈레는 “우리 각자가 가질 수 있는 다른 관점 때문에 길이 갈라질 때가 있다. 저의 모든 사랑과 창조적 열정을 쏟아부은, 지칠 줄 모르는 회사 안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특별한 여정이 오늘 끝이 난다. 이 긴 기간 동안, 구찌는 나의 집, 나의 입양된 가족이었으며, 지지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한다”고 전했다.
미켈레의 공식 성명 이전, 신뢰할 만한 매체인 WWD의 기사에 의하면, 익명의 내부자는 미켈레가 ‘더욱 진보적인 디자인 혁명’을 요구받았으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에서는, 미켈레를 직접 CD로 임명한 구찌의 CEO인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i)와의 관계 악화 또한 언급되기도 했으며, 이 결정이 과연 자진 사임일지, 해임에 가까운지는 모호한 상황이다.
구찌 모회사 케링(Kering)의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가 핵심 경영진을 뒤흔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CD, 다니엘 리(Daniel Lee) 역시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떠난 바 있다.
미켈레는 본래 1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던 이태원 참사로 인해 연기된 코스모고니(Cosmogonie) 쇼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최근 은퇴설의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아직 후임자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구찌와 미켈레 모두 곧 큰 변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Alessandro Michel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GUCC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Kevin Tach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