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W 앤더슨(JW Anderson)의 인스타그램 속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큰 거 하나 올 것만 같은 로딩 그래픽 릴스, 맥락 없는 바세린 이미지 등의 어지러운 피드에 해킹당한 것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우려의 댓글까지 이어졌다.
지난 15일, 밀라노 패션 위크를 통해 JW 앤더슨 23 FW 컬렉션의 베일이 벗겨졌으며, HBO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의 익숙한 얼굴 사브리나 임파차토레(Sabrina Impacciatore)와 시모나 타바스코(Simona Tabasco)가 참석해 그 자리를 빛냈다.
로에베(Loew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JW 앤더슨의 수장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그간 비둘기 클러치 백, 필로우 스웨터, 성기 모양 동전 지갑 등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템을 디자인해왔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런 디자인은 그저 우습기만 한 유머가 아닌, 양분화된 성 관념과 편파적인 젠더 분열을 넘어서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프릴 장식된 레더 쇼츠부터 퍼 트리밍된 브리프 등 언더웨어에 주목한 룩을 풀어냈다. 한 모델당 두어 개의 피스로 착장을 완성해 묘한 에로티시즘을 담았다. 주얼리 액세서리는 과감히 절제하고 토마토, 회오리 패턴 등의 타투 분장을 더해 창조적인 상상력을 표현했다. 각 아이템이 전체적인 룩에 임팩트를 줘 전혀 심심하지 않은 룩을 완성했다.
돌돌 말린 독특한 패브릭 디테일을 가진 트라우저, 개구리 클로그로 우리를 다시금 놀라게 했으며, 이 개구리 클로그는 앤더슨의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영국의 슈즈 브랜드 웰리페츠(Wellipets)와의 협업 작품이다.
브랜드의 위트를 짙게 담으면서도 웨어러블한 오버사이즈드 니트, 레더 버클 디테일을 가미한 자켓, 퍼 코트, 부츠 등 일부 아이템은 클래식 무드를 적절히 반영했다. 모든 컬렉션의 필수인 테일러드 수트의 핏은 전반적으로 짧은 기장에 타이트한 어깨와 허리 라인을 강조하였고, 코트의 경우 라펠 길이를 허리선 아래까지 떨어뜨려 정형화되어가는 오버사이즈 코트 틈에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다가오는 3월, JW 앤더슨은 밀라노의 명품 거리인 산탄드레아(Via Sant’Andrea)에 단독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