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즐거움으로 돌아온 Doublet 23 FW ‘Monsters’

더블렛(Doublet)의 23 FW 컬렉션 ‘Monsters’가 파리 패션 위크를 통해 공개되었다. 디자이너 이노 마사유키(Ino Masayuki)와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가 2012년 설립한 더블렛은 업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른 브랜드와는 사뭇 다르다. 넷플릭스의 UI를 오마주한 공식 웹사이트부터 최근 도버 스트릿 마켓(Dover Street Market)에서 선보인 설치미술까지.

터무니없고 기이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더블렛의 행보를 주목해왔던 사람이라면 실망하지 않았을 컬렉션이다. 이번 컬렉션 ‘Monsters’는 ‘옆집 이웃이 늑대 인간이었다면, 인어공주가 연못에 살았다면, 그들은 몬스터라 불렸을 것’이란 설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대한 쥐와 빨간 티셔츠를 걸친 노란 곰은 놀이공원에서만큼은 인기 있는 영웅이란 사실이다.

발랄한 사운드와 함께, 캣워크가 아닌 투스텝을 밟는 댄서들이 등장하며 동화적 상상력이 펼쳐진다. 경멸의 시선이 동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장난기 가득한 유머에 뒤처지지 않는 세심한 미학이 담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넉넉히 담아냈다. 우스꽝스러운 목소리의 환영 멘트가 이어지고, 계단에 걸터앉아있던 한 모델은 토끼 인형탈을 벗어 어깨에 거칠게 감아 매며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하드 록 사운드가 깔리며 본격적인 런웨이는 시작된다.

거침없는 걸음걸이의 오프닝 모델 뒤로, 맨 다리에 배꼽 그래픽의 박서 프리프를 착용한 모델이 나선다. 뒤이어 헤링본 체크 코트, 플러피한 소재의 팬츠, 비대칭의 맥시 데님 스커트, 형태감이 느껴지는 러플 디테일이 반복하여 등장한다. 아이코닉한 체크보드 패턴의 반스(Vans) 슬립온에 페이크 퍼를 더해 쇼의 컨셉에 충실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늘 협업을 해오던 수이코크(Suicoke) 역시 빠지지 않았으며, 비브람 솔과 스트랩 디테일, 페이크 퍼 안감으로 완성되었다.

데님 팬츠에서 튀어나온 검은 곰,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 스웨터, 공기 주입이 가능한 네온 그린 티셔츠. 혼란스러운 즐거움으로 가득한 이 쇼가 보여준 것은 낯선 것에 대한 실체 없는 혐오와 겁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 같은 명랑함으로 돌아온 더블렛의 전체 런웨이를 하단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Doublet 공식 웹사이트
Double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Doublet

박채린
E il naufragar m'è dolce in questo mare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