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런던 패션 위크(London Fashion Week)에 참가한 브랜드 모아로라(MOWALOLA)의 23 FW 쇼가 하이엔드 패션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FW 쇼에서 가장 화제가 된 룩은 바로 바지와 치마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바텀 라인(Bottom Line)의 실루엣이다. 전반적으로 치마에 가까운 디테일이지만, 하의의 양옆에 포켓을 넣어 카고 팬츠와 같은 형태를 취했고, 허벅지 부근의 재봉선을 뜯어낸 뒤 무릎 아래까지 내려 입어 소싯적 로우 라이즈 진(Low Rise Jeans)이 연상되는 실루엣을 낳았다. 바지와 치마로 구분되는 성 정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 또한 나이키(Nike)와 베이프(BAPE) 등 많은 브랜드가 표절 문제로 법정 공방에 놓여 있는 지금, ‘SUE ME’ 프린팅 트랙 탑을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남성 모델의 모습을 통해 현재 패션 업계에 대한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모아로라의 총괄 디자이너이자 이지 갭(Yeezy Gap)의 겸임 디자이너이기도 한 모아로라 오군레시(Mowalola Ogunlesi)는 “사회의 붕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의류들입니다. 인류의 최후에 입을 수 있는 것을 상상했고, 그 붕괴에 대한 방아쇠는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창(窓)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대 패션 하우스 브랜드들은 종종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막대한 권력을 얻고 있는 것 같아,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의류를 디자인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쇼에 대한 디자인 철학을 일축했다.
그 외에도, 뉴욕 현대 미술관인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의 철자를 비틀어 브랜드의 이름인 ‘MoWA’를 만들어내는 키치한 유머 센스는 쇼 전반에 자리 잡았던 긴장과 엄숙함을 한 층 덜어냈다. 말보로(Marlboro)와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NBA’ 등의 스포티한 룩을 재치 있게 풀어낸 재킷들은 모아로라가 전개하는 유쾌한 젠더리스 룩에 어울리게끔 디자인되어 런던 패션 위크에 참석한 뉴요커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얼마 전 있었던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의 상표권에 관한 논쟁, 그리고 나이키와 베이프의 법정 공방까지. 많은 사회적인 이슈들로 인해 지금의 패션 업계는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런던 패션 위크 또한 이 싸늘함을 감당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분위기 메이커는 어디를 가도 존재하듯이, 모아로라의 발랄하고도 유머러스한 쇼의 순간들은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었던 패션 위크를 활발한 교류의 장으로 되돌려 놓았다. 쇼의 대미를 장식했던, 모아로라의 23 FW 컬렉션을 하단 영상에서 확인해 보자.
MOWALOLA 공식 웹사이트
MOWALOLA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 VOGUE RUN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