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의 이름만으로도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슈퍼 그룹 디너파티(Dinner Party)가 따스한 봄 저녁의 만찬에 어울릴 만한 재즈/R&B 앨범 [Enigmatic Society]를 발표했다.
2020년, 카마시 워싱턴(Kamashi Washington),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나인스 원더(9th Wonder), 테라스 마틴(Terrace Martin), 그리고 퓰릭스(Phoelix)까지, 마치 수준 맞는 꾼들끼리 저녁 자리에서 작당 모의하다 사업자 하나 내듯, 음악의 대가들이 합심해서 발표한 첫 EP [Dinner Party]는 발표와 동시에 평단과 리스너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각자 자신의 분야를 끝까지 파고든 고수들인 만큼 디너파티의 음악은 재즈, 소울, 힙합, R&B이 우아하게 어울린 호사스러운 상찬, 그야말로 서재패가 탐낼 만한 제1의 라인업.
이번 [Enigmatic Society]에서는 팀의 핵심 멤버였던 나인스 원더가 객원 멤버처럼 이동한 것이 특징인데, 따라서 사운드의 균형감을 맞추던 힙합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쥐훵크를 연상케 하는 서부적인 사운드를 음미할 수 있다. 살랑거리는 봄 날씨의 미드나잇 드라이브, 또는 멋진 저녁 식탁에 어울리는 BGM 이외에도 언제 어디서든 리스너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줄 재즈가 조금 아쉬운 러닝타임으로 흐른다.
다양한 게스트가 테이블에 참여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흑인 커뮤니티의 가족 행사, 디너파티가 앞으로도 매 순간 새로운 방향성과 실험으로 청자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