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SHOT’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지금에야 웬만해선 구할 수 없는 희귀 매물의 테크웨어를 수집하는 조영명이다. 진귀한 아카이브를 판매, 렌탈하며 이제는 본인의 브랜드 론칭까지 준비한다는 그. 한층 더워진 날씨에도 에어팟이 수납 가능한 기능적 머플러를 한 채 VISLA 사무실을 찾은 그와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함께 감상해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좋아하는 옷과 아이템을 수집하고, 현재는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조영명이라고 한다.
당신을 처음 알게 된 건 독특한 빈티지 테크, 아웃도어 아이템 등으로 꾸며진 인스타그램 계정 @yourmechanism 때문이었다. ‘Nike X JUNYA WATANABE 2001 Air Super Fly’ 같이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보통 구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 가득한데, 해당 계정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취미로 수집했던 아이템을 소개하거나 판매 및 렌탈 서비스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계정이다.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직접 이미지를 제작해 올리기도 한다. 실제 촬영 관련으로 아이템을 렌탈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래된 헤드셋보다는 아이팟 나노를, 바이닐 레코드보다는 CD를 추구하는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유행 중인 고프코어도, 완전한 y2k 스포츠 스타일도 아닌 2000년대 후반 그 어딘가 존재했을 듯한 스타일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옷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수집하고 입어보니 어떤 스타일을 정의한다는 게 재미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좋아하는 대로 입는 편이다.
실용적인 테크웨어 스타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언더커버(Undercover)라는 브랜드 때문에 패션에 빠지게 됐다. 언더커버 제품 중에 나이키와 함께하는 ‘가쿠소(GYAKUSOU)’라는 라인이 있는데, 그게 정말 인상 깊었다. 수장 준 타카하시(Takahashi Jun)가 러닝하는 걸 좋아해서 만들게 됐다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남들과 공유하는 결과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기능적인 옷에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스타일인가.
사실 어릴 때는 밴드 음악에 빠져 있어서 옷도 펑크스타일로 즐겨 입었다. 근데 계속 그렇게만 입다 보니 좀 질리기도 하고 이런 실용적인 의류에서 현대적인 매력을 느꼈다.
현시대에도 옷의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나?
아무래도 옷은 편한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래서 실용성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 모은 아이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은?
‘Vexed Generation X Puma ‘URBAN MOBILITY’ 2005 Shell Jacket’. 벡스드 제네레이션(Vexed Generation)이라는 영국 브랜드와 푸마(PUMA)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재미있는 브랜드가 생기려면 그 브랜드가 탄생한 지역에 독특한 이벤트나 상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벡스드 제네레이션 역시 그런 이야기를 적절하게 표현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영국이 예전에 길거리에 cctv가 불필요하게 많아서 사회적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가 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만 봐도 그런 이슈를 피하기 위해 얼굴 대부분을 가릴 수 있는 후드 실루엣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템을 모으는 본인만의 디깅 방법이 있나. 살짝 힌트를 줄 수 있을지.
@yourmechanism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비슷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꽤 알게 됐다. 그 친구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아이템을 교환하거나 구매하고 있다. 사실 매물이 정 없으면 이베이(ebay)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도 이용하긴 하지만 개인 거래를 우선시하고 있긴 하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atomicnumbernine, 실제 원자번호 9는 플루오린(F)인데.
좋아하는 숫자가 ‘9’라 이걸 아이디어로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최근 레코드 티셔츠를 발매한 것으로 아는데, 영화 “고스트 독(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의 프린트가 눈에 띈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주변 친구들에 비해 공허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 공허함을 메꾸려고 더 옷에 집착하게 된 것 같은데 마침, 영화 “고스트 독”을 봤다. “고스트 독”은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관객과 전혀 타협하지 않고 본인 마음대로 만든 영화다. 주인공의 남 눈치 보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대로 살아가는 구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걸 활용해서 티셔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지.
최근 가장 빠져 지내는 것이 있다면?
다시 특촬물에 빠졌다. 이전에도 안 봤던 건 아닌데 지금 접하니 또 새롭더라. 시각적으로 보면 완전한 허구지만, 배우들이 직접 스턴트를 뛰고 연기를 하는 순간 현실이랑 좀 더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시노모리 쇼타로(Ishinomori Shotaro)의 작품은 꼭 한 번 보는 걸 추천한다.
조영명이 믿고 사는 한 가지, 조영명의 믿음이 궁금하다.
머릿속으로 어떤 세계관을 구축하거나 상상했을 때 그건 허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디오라든지, 사진이라든지, 옷이라든지 수단을 사용해서 표현하면 이제 현실이 되지 않나.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 멋있는 것 같다. 그래서 뭐라도 좀 하자는 마인드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무래도 브랜드 론칭. 풀 컬렉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캡슐 컬렉션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연결시킨 옷을 소개하고 싶다.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