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GUCCI)의 23 FW 컬렉션을 비롯해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복싱화를 보고 있자면, 과거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선도했던 레트로 스포티즘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사실, 전직 복서 출신의 디자이너 야나시 야나가와의 존 로렌스 설리번(JOHN LAWRENCE SULLIVAN)을 비롯해 패션 신(Scene)에서는 복싱을 테마로 한 아이템, 컬렉션 등이 종종 모습을 보여왔지만, 오늘 소개할 sample.cm의 ‘GB 2021 – club’ 컬렉션만큼 온전한 복서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
sample.cm은 베를린 출신의 디자이너 마고 샤르보니에(Margot Charbonnier)가 2015년 설립한 콘셉트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기존의 패션 브랜드와는 조금 다른 운영 방식을 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sample.cm의 럭셔리 라인 그랑 바생(Grand Bassin)은 1년에 단 한 번, 하나의 스포츠를 가지고 컬렉션을 선보이며 슬로우 패션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2021년 택한 스포츠가 바로 복싱.
컬렉션 ‘GB 2021 – club’은 전적으로 여성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제작됐다. 마고가 여성 디자이너로 겪었던 설움과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스포츠 시장에 대한 가장 내밀한 분노를 해당 컬렉션을 통해 표출한 것인데, 시합을 준비하는 복서들의 긴장된 순간을 담아내며 스포츠, 정치적 요소를 패션으로 풀어냈다. 분노를 극대화하기 위해 복싱을 선택한 점도 인상적이지만 그들이 옷을 만들어 나간 방식은 더욱 창의적이다. 복싱에서 정권을 보호하고, 펀치를 냈을 때 뼈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랩핑’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마고는 이 ‘핸드 스트래핑’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올인원 풀 슈트’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만들어 냈다. 즉, 기다란 복싱 밴드가 손에 감기며 하나의 모양을 형성하는 것처럼, sample.cm의 의상 역시 상, 하의가 하나로 연결되어 마치 랩핑하듯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 해당 콘셉트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게임 캐릭터를 선택하는 듯한 디지털 아트를 구현해 내기도. 뿐만 아니라 sample.cm의 공식 웹사이트에 들러보면 90년대 비디오 게임처럼 모델을 바꾸고 확대하는 등의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샌드백을 치거나 줄을 넘는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흘러 실제 복싱장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단, 로딩 시간이 꽤 길다는 점은 참고할 것).
‘GB 2021 – club’ 컬렉션 피스는 부드러운 소재의 벨크로와 복싱 기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새틴 소재 그리고 다수의 컷아웃 디테일을 활용해 완성됐다. 또한 빈티지한 색감을 활용해 6, 70년대 복서의 느낌을 강조하기도. 당장 뛰쳐나가도 손색이 없을 듯한 바디 슈트를 시작으로, 런웨이와 링 모두에서 빛을 발하는 미니 드레스, 챔피언이라면 빠질 수 없는 가운 이브닝드레스까지, 복싱을 주제로 남성성과 여성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실제 복싱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액세서리도 빠지면 섭섭할 터. 실제 랩핑을 하듯 모든 손가락을 감싸며 착용이 가능한 ‘래핑 글로브’, 거대한 복싱 글로브를 형상화한 ‘글로브 버킷 백’, 수납용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펀칭백 그리고 발목 부분을 탈부착 할 수 있게 제작해 활용도를 높인 복싱화 등 액세서리에도 복싱의 정체성을 듬뿍 실었다.
마고는 sample.cm의 컬렉션을 전개하는 것에 관해 사용성, 진보적 기술, 사회적 질문을 더해 도전적인 룩을 완성하고, 고객이 직접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의류만을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싱 선수들 역시 시합을 준비하기 전 장비를 착용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 걸 감안해 볼 때 ‘GB 2021 – club’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탁월하게 반영했다 볼 수 있다. 어느새 불어닥친 복싱화 열풍 속, 또다시 남들과 다르고자 하는 욕구가 일었다면 하단에 첨부한 sample.cm의 다채로운 복싱 기어를 감상하며 나만의 스포츠 캐주얼을 꿈꿔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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