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일본 안내서 #3 경찰 상대부터 안전한 복귀까지

지난 2화에서는 입국부터 오프로드까지, 일본에서 실질적으로 라이딩을 하며 필요한 팁들을 알아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아직 미처 공개하지 못한 나머지 팁들과 더불어 생각해 볼거리, 귀국하는 방법과 함께 필자가 여행한 규슈 지역의 인상적인 장소들을 소개하려 한다. 그렇다면 긴 사설 없이 바로 나머지 이야기들을 감상해 보자.


주행을 연습하고 있는 바이크 경찰, 일명 ‘백차부대’

경찰과 상대하거나 사고에 대처하자

일본은 한국과 달리 경찰의 공권력이 강하다. 그들은 대부분의 일을 매뉴얼대로 진행한다. 외국인이라고 다르게 대하는 것도 아니며 가끔 자전거나 바이크, 자동차를 불심검문한다. 그러므로 여권 휴대가 의무인 일본에서는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여권을 항시 휴대하는 것이 좋다. 여권부터 바이크 등록증, 차대번호 등 꼼꼼히 검문하면 대체로 시간을 꽤 잡아먹는데 한국의 경찰을 생각하면 꽤 속 터지기도 한다. 일본 경찰도 외국 번호판이 달린 바이크 검문이 잦은 일은 아닐 테니 일 처리가 미숙할 수 있고 그렇기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약 합당한 이유 없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녹음기를 켜고 상대의 소속과 이름을 물어보며 변호사 이야기까지 하는 방법도 있다. 사고가 나면 좀 더 골치 아프다. 일본은 한국처럼 운전자끼리 알아서 합의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무조건 경찰(110번)을 먼저 부르고 사고처리를 진행해야 하며 부상자가 생겼다면 소방서(119번)에 전화하자. 만약 당신이 책임보험만 들었다면 물적 피해는 자신이 알아서 보상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보험에 미리 가입하거나 사고가 나지 않게 항상 조심하여 운전해야 한다.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당시

지진을 조심하자

교통 체계나 시민들의 운전 습관에 있어 일본은 퍽 안전하다고 느껴지지만, 동시에 지진이 엄청나게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어딘가에서는 항상 진도가 약한 지진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강한 지진이 아니라면 대부분 별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운전 중 꽤 큰 지진이라고 느껴지는 진동이 있으며 재난 문자가 울리고 다른 보행자나 자동차가 대피하고 있다면 속도를 줄이고 갓길에 바이크를 세운 뒤, 키는 꼽아두고 최소한의 짐만 챙겨 대피해야 한다. 운전 중이 아니라 숙소 같은 실내에 머무르는 중이라면 베개 등으로 머리를 감싸 낙하물로부터 보호하도록 하자. 일본의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건물에서 나오려고 하지 말고 큰 가구나 창문에서 멀어져야 한다. 일단 자신이 무사해야 자신의 바이크나 친구를 구할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파칭코나 인형 뽑기는 조금만

일본인 역시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사행성 오락을 좋아하는 것 같다. 웬만한 대형 슈퍼마켓의 수만큼 파칭코가 있으며 번화가를 돌면 크레인 게임장도 많이 보인다. 돈키호테 역시 확률형 캡슐 뽑기 같은 기계들이 즐비하다. 일본에 왔으니 몇백~천엔 정도로 경험 삼아서 해 보자. 그 이상 하는 것을 말리고 싶은 이유는 확률이 제멋대로이기 때문이다. 구글맵의 리뷰는 돈이나 경품을 딴 경우 좋은 점수를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낮은 점수를 줄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인형 뽑기는 실제로 확률기와 실력기로 나누어진다고 하며 이에 관한 공략 영상도 많이 존재한다. 비싼 경품일수록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정 가지고 싶다면 근처의 리사이클 숍에 방문하거나 웹으로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히나구 온천 야외 족욕 시설

온천을 즐기자

사실 필자는 온천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아 일본에서 대중 온천을 간 경우가 손에 꼽는다. 바이크를 장시간 라이딩하여 숙소에 도착하면 온천은커녕 샤워나 겨우 했던 때가 많았기 때문에… 온천 좋아하는 혹자는 필자에게 바보라고 돌을 던질 것이다. 일본에는 온천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온천 법률도 상당히 느슨해서 섭씨 25도 이상이면 온천이라고 할 수 있다. 온천의 천국인 만큼 가짜(?) 온천이 많다. 만약 온천이 주목적인 여행이라면 전설의 진짜 온천 정도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 진짜, 가짜 온천이 중요하지 않다면 분위기와 가격, 풍경 등을 고려하자. 온천으로 유명한 동네에 가는 것도 좋고, 아니면 좀 더 이색적인 족욕이나 모래찜질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혹은 단순히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굳이 찾아다니지 않고 근처에 있는 온천을 이용하면 된다. 단, 문신이 있는 독자라면 출입이 가능한지 미리 알아봐야 할 것.

일본 속 한국을 찾아보자

필자가 마지막으로 일본을 찾았던 것은 2019년이었으니 4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 사이 코로나, 도쿄 올림픽,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 등 꽤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참 변하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그간 일본도 꽤 바뀌었다. 많은 곳이 폐업했고,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한국의 인기가 상당해졌다는 점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보수적인 면은 비슷하지만, 일본이 조금 더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양성 중 하나가 바로 한류였다. 그런 한류가 이제는 하나의 메인스트림을 형성하고 있다. 예전부터 일본 관광객 중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관광지마다 한국어 안내가 있는 것이랑 다른 맥락의 이야기다. 어딜 가나 K-POP이 흘러나오고 한국 음식을 판다. ‘세븐일레븐’이나 ‘야키니쿠킹’ 같은 가게들은 한국 음식을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음식과 아이돌, 드라마뿐 아니라 한국 내 언더그라운드 문화나 제품에 관한 관심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일본에 사는 나이 드신 분들이야 한국에 여행도 해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왔지만 젊은 층이 퍽 많은 사랑을 보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돌이라는 시스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몇십 년 전부터 관광지에 쓰여 있는 한국어와 최근 유행하는 한국 제품들과 음악, 도서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는 일본에서 즐겨 들었던 이박사의 음반을 하나 구매했다.

쇼핑을 해보자

경찰과 사고, 지진 같은 무서운 이야기로 겁을 준 것 같아 이번에는 모두가 가장 좋아할 쇼핑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배낭여행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물건을 여행의 초반부에 구입하게 되면 나머지 여행 내내 들고 다니게 되니, 국제 운송을 할 것이 아니라면 쇼핑은 일본은 떠나기 직전에 하는 것이 좋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물건도 많기에 가격을 잘 비교하자.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서 구입하기 힘든 부피가 작고 가벼운 물건들을 추천한다. 리사이클 숍들은 내가 웹에서 디깅하지 못할 것 같은 물건들이 많고 가격이 저렴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2021년부터 면세 판매가 전자화되며 절차가 간소화되었으니 5,000엔 이상 구입하면 면세가 되는지 물어보고 여권을 제출하자. 또 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만나게 되는 작은 시골 마을만의 소박한 굿즈도 좋다. 필자는 돈이 없어 해변에 버려진 작은 액세서리들을 주어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주웠다고 말했더니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라. 그냥 빈티지 숍에서 비싸게 샀다고 말하자.

견문을 넓히고 교훈을 얻자

우당탕탕 신나는 바이크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한국과 굉장히 비슷하면서 또 다른 나라 일본에서는 대체로 화나는 일이 없고 합리적인 부분이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국인 입장에서 좀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대체로 그렇듯,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바보 같은 정치 집단이나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아직도 기분 나쁠 만한 일이 꽤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사람은 어디에서나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일본은 한국의 10년 뒤 미래라고 했던가. 아니 한국은 이미 출산율이나 저성장, 물가 같은 것은 일본을 가볍게 넘어섰다. 라이더로써 쉽게 보이는 것만 말해보자. 보행자도, 자전거도, 바이크도, 자동차도 신호 위반이나 과속하지 않으며 대체로 약자를 보호하고 규칙을 잘 따르니 자신만 조심하면 사고가 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모두가 SUV를 타게 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 바이크는 위험 수단으로 낙인찍혔고, 바이크 운전자는 살아남기 위해 곡예 운전을 한다. 일본에 체류하다 한국에 오면 자동차도, 사람들도 왜 이리 싸가지가 없는지. 운전대를 잡으면 하루에 100번씩 화가 나고 10번씩 목숨을 위협받는다. 비단 운전 말고도 여러모로 느껴지는 것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좋은 점도 분명히 많다. 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꽤 조심스럽다. 편을 가르고 정권에 따라 북한과 일본, 중국과 미국 등에 대한 이야기가 허용되었다가 되지 않는 이상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국적을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미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만나는 개개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받으며 서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도 성숙한 라이더답게 여행하는 동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안전하게 집까지

돌아오는 것은 출발하는 것의 역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관훼리 기준 오후 2시 반 정도까지 시모노세키 여객 터미널에 도착하여 승객 티켓팅을 하도록 하자. 그 이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바이크를 검차장 근처까지 이동시키면 시간이 2~3시간 정도 남는다. 근처의 쇼핑몰에는 식당들과 서점, 다이소, 약국, 가챠 등이 있으니 마지막 쇼핑을 할 수 있다. 오후 6시경 바이크 검차를 하고 부산행 배에 탑승하면 된다. 배는 저녁에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 부산에 도착할 것이다. 부산항에 내리면 세관 직원들과 다시 짐을 검사한다. 그리고 항구 밖으로 나와 영문 번호판을 떼도록 하자. 여기까지 하면 이제 귀가만 남았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당신의 소풍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긴장을 너무 놓지 말아야 한다. 바이크를 포함한 수많은 레이스도 항상 마지막에 사고가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필자와 동행한 의윤은 돌아오는 길에 기름이 다 떨어져 바이크를 주유소까지 한참 끌고 갔다. 무사히 복귀하면 독자들의 나와바리가 더 넓어진 기분에 여러모로 자신감이 높아진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규슈 지역 스팟 추천

구마모토 아소

아소산은 구마모토현 동북부에 위치한 활화산으로 멋진 풍경과 와인딩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아소산과 조금 떨어져 있지만 말과 소를 키우는 초원이 위치한 밀크로드, 아소산 정상을 지나가는 아소파노라마라인, 구마모토에서 남부 아소로 이어지는 케니로드 등 일본 라이더들에게 인기 있는 길이 잔뜩 위치해 있다. 밀크로드는 아소시와 아소산이 한눈에 보이는 다이칸보 전망대와 가부토이와 전망대 등이 유명한데, 바이크를 잠시 세울 수 있는 어느 곳에서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소파노라마라인을 통하면 아소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속 활동 중인 아소산의 분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다만, 화구에서 나오는 연기는 산성을 띠고 있으니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아소파노라마라인의 묘미는 정상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하늘 위를 달리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런 익숙한 듯 낯선 일본의 자연 풍경들을 마주하면 흡사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가 떠오르기도. 케니로드에서 역시 신나는 산길이 계속되며, 뷰포인트에는 많은 라이더들이 모여 서로의 바이크를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단, 아소는 숙소가 별로 없는 편이니 참고하자.

가고시마 이부스키

대체로 가고시마라면 사쿠라지마를 떠올리지만 본토 최남단인 이부스키 역시 라이더들에게는 또 하나의 명소다. 이부스키는 본토에서 가장 먼저 벚꽃이 피기에 특히 봄철에 많은 라이더가 몰린다. 먼 옛날 화산활동으로 생긴 이케다 호수와 우나기 호수라는 규슈 최대의 호수가 있으며, 스코틀랜드 네스 호수의 괴물 ‘네시’처럼 이케다 호수에서도 ‘잇시’라는 괴물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호수 근처는 대체로 한적하며 평화로우니 천천히 달리며 고구마 아이스크림을 맛보도록 하자. 또 이부스키는 천연 모래찜질이 유명하니 찜질과 함께 낮잠을 자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후쿠오카 이토시마 ~ 사가 가라쓰

규슈 북부 바닷가 역시 상당히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후쿠오카현의 이토시마시가 조금 더 도시인이 많은 느낌이라면, 사가현의 가라쓰는 평화로운 외곽 마을에 가깝다. 이토시마에 간다면 케야 해변과 음식점 ‘나티드레드’를 추천한다. 케야 해변은 초가을에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선셋 라이브’가 열리는 곳으로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선셋 라이브는 초기에 레게, 덥 페스티벌이었지만 스폰을 받고 커진 뒤에는 펜타포트처럼 바뀌었다고 하니 좀 더 마이너한 파티를 기대한다면 꼭 갈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편, 나티드레드는 서울 마포구의 자메이카 레스토랑 ‘자이온 보트’의 스승 격인 저크치킨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자이온 보트의 쉐프겸 운영자 ‘시미’가 비법을 배운 곳이며, 저크치킨이 들어간 햄버거가 주력 메뉴. 탁 트인 해변을 보며 먹는 요리가 단연 일품이다. 젊었을 적 15년간 드레드락을 했던 쉐프는 다분히 무정부주의자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 얼핏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떠오르기도. 후쿠오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나티드레드는 한때 불이 나서 가게가 전소되었지만, 시민들의 후원으로 다시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가라쓰는 해변을 따라 나란히 늘어선 거대한 소나무 방풍림이 절경이니 조용한 휴식을 위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후쿠오카에서는 아타카야라는 편집숍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시내 약간 외곽에 위치해 있으며며, 실버 액세서리, 패치, 가죽, 데님 등 라이더들을 위한 멋진 아이템이 가득하다. 옷을 구입하면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간단한 수선까지 해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이렇게 ‘은하수를 누비를 라이더를 위한 일본 안내서’ 시리즈를 통해 어떻게 바이크로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바이크 여행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팁을 잘 숙지해 둔다면 조금씩 성장하는 라이더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필요한 건 오직 약간의 책임감과 고독한 마음뿐.

은하수를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일본 안내서 #1
은하수를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일본 안내서 #2


Photography | 장지원, 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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