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악마나 지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주인공이 불쌍해지기 마련이지만 “둠(DOOM)” 시리즈는 이와는 반대다. 주인공이 악마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모습을 보면 악마들이 불쌍하다고 느껴질 정도니까. 이처럼 화끈한 “둠” 시리즈는 “슈퍼마리오”와 더불어 게임 역사상 가장 파급력이 컸던 상징적인 1인칭 슈팅 게임이라 할 수 있다.
1993년 최초 출시된 “둠”의 3D 그래픽 혁신과 네트워크 대전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모든 FPS 게임의 아버지 격이라 불린다. 발매 당시 제작사 이드소프트웨어는 셰어웨어를 배포했는데, 이를 내려받고자 기다렸던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해당 서버가 마비되었고 이 일은 인터넷 역사상 게임으로 인하여 서버가 마비된 최초의 사례라고. 또한 당시 미국의 여러 회사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고 몰래 숨어 “둠”을 플레이하는 바람에 사내의 모든 컴퓨터에서 “둠”을 강제로 삭제시켰던 일화도 유명하다. 한편, “둠” 시리즈의 흡사 슬래셔 영화 같은 연출은 폭력성 논란을 계속해서 불러오기도 했다.
고전 “둠”과 “둠 2″의 OST는 당시 유명한 메탈 음악들을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교묘히 비틀어 만든 음악들인데, 계산기나 ATM, 디지털카메라의 액정 등 세상의 모든 기계로 “둠”과 그 음악이 이식됐으며, 마니아들은 아직도 오만가지 기계에 이식을 시도하고 있다.
“둠”과 “둠 2” 시리즈에 비해 다소 저평가된 “둠 3” 이후,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둠”과 “둠 2” 각각을 리부트 한 것이 현재의 “둠(2016)”과 “둠 이터널(2020)”인데 다행히도 예전의 명성처럼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소개할 책 ‘The Art of Doom Eternal’은 “둠 이터널”의 개발과 콘셉트 아트, 해설이 뒤따른 아트북으로 잘 정리된 캐릭터와 환경들의 멋진 일러스트가 많아 보는 이이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다만 게임 내 코덱스에 있는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꽤 많아 더욱 깊은 내용들을 원한다면 다소 아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마니아들은 “둠” OST를 들으며 보는 이 책을 좋아한다고. 유저들을 기민하는 가챠 게임들이 판치는 “둠” 시리즈는 순전히 유저의 컨트롤만으로 액션을 승부하는 게임이니 아드레날린을 원한다면 “둠” 시리즈와 함께 ‘The Art of Doom Eternal’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ISBN 978-1506715544
이미지 │ 장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