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어렴풋하게 삼투압을 배웠던 기억 나는가? 소금물과 계란으로 실험하던 그 삼투압 말이다.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압력’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더워지기 시작한 시기가 찾아오면 우리 마음의 화를 묽게 만들어 주는 물이 높은 불쾌지수의 문밖으로 빠져나와 마음속 짜증 농도가 높아지는 기분에 잠식되기 마련. 하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할 삼투압은 일반적인 삼투압과 달리 농도가 같아짐 없이 반복적으로 높아지고 낮아짐을 유도하는 압력으로, 가혹한 더위와 짜증으로부터 우리를 멀리 이동시켜 줄 수 있을 터.
이는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두 디제이의 협업에 관한 이야기로, 아우라 T-09(Aura T-09)과 베섹(Baseck)이 에바 레코즈(EVAR Records)를 통해 발표했던 EP [West Coast]를 올해 여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일전에 몇 개의 트랙들을 통해서 합을 맞춰본 이들. 빠르고 날카로웠던 정통 하드코어(Hardcore)를 위시한 트랙들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West Coast] EP에서는 G-훵크(G-Funk)와 여타 장르들을 결합한 트랙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그 특징. “West Coast (Pt. 1)”과 같은 트랙에서는 G-훵크와 정글(Jungle)이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West Coast (Pt. 2)”의 경우 G-훵크와 풋워크(Footwork)가 결합한 것이 인상적. 혹자는 장르 간의 결합에 대해 회의적인 의구심을 품을 수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도록 은유적으로 묻어낸 장르적 요소와 장르적 특색이 살아있는 다층적 질감의 드럼은 이러한 의구심을 잠식시키기 충분하다.
15분의 러닝타임 내내 느긋하게 어딘가 기대고 있는 상체와 달리 정신 없이 움직이는 하체가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작년과 달리 모순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몸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정글과 풋워크에 대한 관심에 이제는 서울 또한 이 진귀한 삼투압이 제법 익숙해졌다는 방증은 아닐지. 결국 아우라 T-09과 베섹이 보여준 바는 서부의 짠 바닷바람이 아닌 포화된 댄스 음악에 대한 돌파구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
여름의 닥터 드레(Dr. Dre)와 스눕 독(Snoop Dogg)에 질려버려 마음속 삼투압 현상이 발생해 버렸다면, 이들이 선보였던 새로운 삼투압에 몸을 맡겨 이번 여름 마음속 탈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보자.
Aura T-09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Baseck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VAR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EVAR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