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가 툰베리, 시위 중 ‘경찰 명령 불복종’ 혐의로 벌금형”, “반대 시위에도…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 “‘버스 탑승 시위’ 전장연 활동가 현행범 체포”, “미 배우조합 파업 초읽기, 헐리우드 마비 우려” 현시점 국제 뉴스란은 세계 각지에서 울려 퍼지는 투쟁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피켓을 들고 목이 쉬어라 소리치는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70억 인구만큼이나 다양한데, 이들 중에는 본인의 처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다 도전적이고 과감한 방식을 취하는 자들 역시 존재한다. 모스크바 출신의 여성 펑크록 인디밴드이자 공연 예술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푸시 라이엇은 2011년 8월, 11명의 여성이 뭉쳐 결성한 콜렉티브로, 허가받지 공공장소에서 정치적 주제의 게릴라 공연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등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고, 2012년 2월 21일 마침내 푸시 라이엇의 메시지를 전 세계로 쏘아 올린 사건이 발생한다.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 인근의 러시아정교회 구세주성당에 등장한 푸시 라이엇의 멤버들이 복면을 쓴 채 제단 위에 올라 푸틴의 재선에 반대하는 기습 퍼포먼스를 벌인 것.
비비드한 컬러의 의상으로 무장한 이들은 격렬한 춤과 노래로 정숙한 교회 분위기에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켰지만, 퍼포먼스 시작 불과 1분여 만에 경비원들에 의해 제지되고 만다. 그러나 당시 촬영된 영상과 후에 다른 교회에서 촬영한 연주 영상이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Punk Prayer: Mother of God, Drive Putin Away)”라는 노래를 통해 하나의 영상으로 편집됐고, 해당 비디오 클립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들은 노래를 통해 푸틴에게 페미니스트가 될 것을 요구하거나, 정교회의 교리에 관성처럼 이끌려 다니는 러시아인들을 비판하는가 하면, 러시아의 당시 상황을 ‘Holy Shit’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으킨 파동에 대한 반대 물결도 만만치 않았다. 정교회에서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푸시 라이엇은 정교회 성직자 단체로부터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며, 멤버 세 명에 대해 모스크바 하모브니체스키 법원은 증오 조장 및 난동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 세계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마돈나(Madonna),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등을 필두로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반(反)푸틴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심지어 러시아 출신의 행위 예술가 피요트르 파블렌스키(Pyotr Pavlensky)는 자신의 입을 꿰맨 뒤 “푸시 라이엇의 행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명한 행동의 복제품(매튜 21:12-13)”라는 피켓을 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잔 대성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푸시 라이엇은 그 뒤로도 “Putin will Teach You How to Love”, “Putin’s Ashe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푸틴의 행보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3월 공개한 “Putin’s Ashes”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푸틴의 사진을 태워, 그 재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밴드 멤버 톨로코니코바(Tolokonnikova)는 해당 영상으로 러시아 내무부의 지면 수배자 데이터베이스에 오른 상황. 악명 높은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름에 굴하지 않고 언제나 몸으로,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해온 펑크 그룹 푸시 라이엇. 과연 이들의 메시지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그간 행보를 함께 감상하며 귀추를 주목해 봐도 좋겠다.
이미지 출처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