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밥상머리 앞에서 무언가를 붙들고 있다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 다들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만화책이었는지, 게임기였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던, 어디로 끌고 가던 항상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그 몰입, 순수한 몰입이야말로 지금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그 시절만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방해한다. 본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무미건조한 여행지로 아이들을 이끈다. 그렇게 아이들은 먼 이국 땅에 가서도 내내 게임기 혹은 만화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Cybjorg’라는 닉네임으로 ‘flickr’에 꾸준히 사진을 업로드해 온 한 남성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게임 보이(Game Boy)에 열중한 소년의 모습을 “Game Boy at ~” 형식으로 업로드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을 시작으로 영국의 도버 해협, 이스라엘의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그리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소년은 언제 어디서든 게임 보이에 열중한 모습이다. 세계 명소를 배경으로 게임기를 쥔 소년의 모습은 마치 2006년판 “포켓몬 고(Pokemon Go)”를 보는 듯하다.
아쉽게도 사진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어 그 소년이 누구인지는,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각 도시의 유명 랜드마크를 눈앞에 두고도 게임 보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진다. 17년이 지난 지금, 소년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혹 소년의 모습에 어린 시절 순수한 열정이 떠올랐다면, 지금 당장 무언가에 흠뻑 빠져봐도 좋겠다. 모든 사진은 flickr/cybjorg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