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Alec Soth가 직접 추천하는 사진집 10

국제사진 보도단체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정회원이자 사진가들의 사진가, 알렉 소스(Alec Soth)는 개인적인 다큐멘터리를 고도의 미학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다.

알렉 소스의 저서 ‘Sleeping by the Mississippi’ 또는 ‘Dog Days, Bogotá’를 보면, 그가 얼마나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사진에 담는 사람인지 알 수가 있다(해당 사진집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도 읽어볼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한다). 그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2년 기준 올해의 사진 서적 열 권을 직접 추천했다. 과연 어떤 작가와 책일지 함께 살펴보자.


1. After Children by Osamu Yokonami

펴낸 곳|Milk Japon Publishing

요코나미 오사무(Osamu Yokonami)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피사체로 한 작업이 전반을 이룬다. 알렉 소스가 추천하는 ‘After Children(2022년 作)’이 어떤 작업인지 이해하려면, 바로 그 전년도에 그가 발표한 작업 ‘Wild Children(2021년 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요코나미는 아이 모델들에게 ‘빨갛고 빛나는 사과’를 어깨와 목 사이에 끼운 채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라 사진을 찍는 동안 미묘한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대부분 울거나 비명을 질렀고, 작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절묘하게 작업에 담아냈다.

이제 막 자아가 성립되기 시작하는 아주 어린 나이에 세상에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겪는 시련을 대표적인 과일인 ‘사과’라는 도구로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과를 택한 이유는 “You are an apple of my eye(넌 내 눈 속의 사과야)”라는 영어 관용구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과는 원래 단순히 ‘눈동자’를 뜻했지만, 이후에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이 책은 샤샤샤(Shashasha)에서 사인본으로 판매 중이다.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후속작 ‘After Children’은 ‘Wild Children’과 같이 크게는 ‘Children’ 시리즈의 연작이었다. 어렸을 때 카메라 앞에 섰던 아이들이 몇 년이나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전과 같이 과일을 어깨와 목 사이에 끼울 것을 다시 한번 요청받는다. 어릴 때와 같은 옷, 같은 머리를 하고 같은 종류의 과일로 도전하는 동일 인물을 양쪽에 병치하여 독자들이 직접 비교하며 볼 수 있게끔 편집된 이 책은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이라는 존재의 영향력이 시간이 지나도 본질적으로 얼마나 같을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전과 달리 사과 외에도 다양한 과일을 사용했으며, 모델 개인마다 전부 다른 과일을 사용했다. 전작에서 피사체들을 ‘어린아이’라는 관념 내에서 일정하게 바라보았다면, 이 작업에서는 모두 다른 인격체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샤샤샤에서 사인본으로 구매할 수 있다.

2. Odesa by Yelena Yemchuk

펴낸 곳|GOST Books

옐레나 옘척(Yelena Yemchuk)은 우크라이나 사진가이자 화가, 영화감독으로 록 밴드 ‘더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Zero”, “Thirty-Three”와 같은 노래의 뮤직비디오와 사진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가 책 ‘Odesa’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4년에 걸쳐 촬영한 우크라이나의 도시 오데사의 모습은 사진의 시퀀스 자체만으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풍부한 입체감과 함께 전달한다.

사진이 한 장 한 장 흘러가는 구성만 따라가더라도 그가 바라본 세상을 공유받는 느낌을 준다(이 책을 추천한 알렉 소스 또한 천부적으로 잘하는 부분이다). 책 수익금의 20%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보이스(Voices)에 기부된다고 한다. 품절되었으나, 출판사 고스트 북스(GOST Books)에서 스페셜 에디션을 구매할 수 있다.

3. Participation by Jordan Weitzman

펴낸곳|Magic Hour Press

조던 웨이츠만(Jordan Weitzman)은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1984년생 작가로, 매직 아워(Magic Hour)라는 팟캐스트에서 50명이 넘는 사진가와 사진 매체 종사자를 인터뷰한 인터뷰어이기도 하며, 동명의 출판사(Magic Hour Press)를 직접 설립하고 그의 첫 모노그래프 ‘Participation’을 펴냈다. 사진이 밝고 경쾌하다. 기존 사진의 정석적인 문법을 파괴하려는 듯한 위트 있는 시도가 돋보인다. 매직 아워에서 사진을 구경하고 책을 구매할 수도 있다.

4. My Husband by Tokuko Ushioda

펴낸곳|Torch Press

우시오다 토쿠코(Tokuko Ushioda)는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나 활동하는 사진가로, 자국 내에서는 이미 굵직한 수상과 전시 경험이 다수인 작가다. 다양한 가족 형태의 냉장고를 촬영한 ‘冷蔵庫’ 시리즈가 유명하다. 알렉 소스가 추천한 ‘My Husband’는 2022년 파리 포토-아퍼쳐 포토 북 어워드(The Paris Photo-Aperture Foundation PhotoBook Awards)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의 남편 신조 시마오 그리고 그의 딸 마호와 함께 서양식 가옥에서 지낸 일상생활을 가감 없이 담은 이 책은 6×6인치 사이즈의 중형 필름 사진과 35mm 소형 필름 사진이 각각 담긴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진들을 찍을 당시가 앞서 말한 대표작 ‘冷蔵庫’를 작업하던 시기와 맞물리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다수의 일본 사진가가 줄곧 잘 해내곤 하던 사진 일기 형식의 서사를 섬세하게 구사하는 이 책은 알렉 소스의 열 손가락 안에 뽑힐 만하다고. 갤러리 에코(Galerie Echo)에 재고가 남아있으니 구미가 당긴다면 찾아보자.

5. Some Say Ice by Alessandra Sanguinetti

펴낸 곳|MACK

알레산드라 상귀네티(Alessandra Sanguinetti)는 1968년에 태어난 미국인 사진작가이며, 알렉 소스와 마찬가지로 매그넘 포토스의 회원이다. 그의 사진 전작(全作)을 보다 보면, 시각적으로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가는 촬영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건 아마도 필수적인 능력이고, 그다음엔 어딜 가서 무엇을 찍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찍었는지가 결국 실력에 포함된다. 상귀네티의 사진은 ‘이 세상에 이런 장면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 경이롭다’라는 감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Some Say Ice’은 미국 위스콘신(Wisconsin) 주 잭슨 카운티(Jackson County)에 있는 블랙 리버 펄스(Black River Falls)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상귀네티는 어릴 적 찰스 반 샤이크(Charles Van Schaick)의 사진과 마이클 레시(Michael Lecy)의 논픽션 글이 결합된 책 ‘Wisconsin Death Trip’을 보게 되었고, 이 경험이 그를 이 마을에 오도록 이끌었다.

이 책은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On Photography’에서 언급할 만큼 사진 역사에서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여섯 편의 에세이 중 네 번째 ‘Melancholy Objects’에서 관련 언급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클 레시는 당시 위스콘신에서 제일 유명한 스튜디오 사진가였던 찰스 반 샤이크가 남긴 수 천 장의 유리 원판 사진을 위스콘신수립역사협회에서 보게 되어 책에 수록하게 된다.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사진과 신문기사를 재편집한 이 책은 발표 이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상귀네티는 어릴 때 인상 깊었던 사진을 보고 같은 곳에 사진을 찍으러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이 태도 자체가 어찌나 사진가다운지. 백문불여일견이라. 책도 좋지만 사진 일부를 매그넘 포토스에서 직접 보시라. 컬러 사진보다 선명한 흑백 사진이 있다.

6. Judith Joy Ross: Photographs 1978-2015

펴낸 곳|Aperture

주디스 조이 로스(Judith Joy Ross)는 1946년에 태어나 미국에서 초상 사진작가로서 주로 결백한 청춘이나 정치적인 권력의 초상, 그리고 전쟁이 치르는 대가를 알리는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아우구스트 샌더(August Sander)와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로부터 사진적인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일리노이 공과대학(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MFA(미술 석사학위)을 받을 적에는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 밑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2022년 세상에 나온 책 ‘Judith Joy Ross: Photographs 1978-2015’에서는 그가 거의 30년 동안 찍은 초상 사진을 쭉 훑어보며, 그가 담은 얼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약 200장의 초상 사진이 담겨 있다.

7. Tom Sandberg: Photographs

펴낸 곳|Aperture

톰 샌드버그(Tom Sandberg)는 1953년에 태어난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로 2014년에 작고했지만, 저명한 출판사인 아퍼쳐(Aperture)와 톰 샌드버그 재단의 협력을 통해 그의 모놀로그를 사후에 발표할 수 있었다. 아스팔트와 바다, 자동차의 모서리, 터널, 그림자가 드리워진 정체불명의 인물 등을 피사체로 흑백 사진에 담아 보는 이에게 쓸쓸한 공명을 일으킨다. 그의 책은 아퍼쳐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하다.

8. Mundo de Papel by Thomas Demand

펴낸 곳|MACK

토마스 데만드(Thomas Demand)는 독일의 조각가이자 사진가로 1964년에 태어났다. 작가로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하고 카르티에 재단(Fondation Cartier l’Art Contemporain)에서 개인전을 열 만큼 작업을 알릴 수 있었으며 특히 사진가로서는 2011년 도이치 뵈르세 사진상(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아퍼쳐만큼이나 저명한 출판사 맥(MACK)에서 펴낸 이번 책 ‘Mundo de Papel’은 ‘종이 세상’이라는 뜻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팝업 형태로 제작하여 토마스 데만드가 디자인한 여덟 개의 파빌리온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자체를 책에 통째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보여준다. 선정된 열 권 중 가장 책 자체가 예술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1,000부만 발행한 한정판 책을 해당 출판사 에서 아직 구매할 수 있다.

9. HAFIZ by Sabiha Çimen

펴낸 곳|Red Hook Editions

사비하 치멘(Sabiha Çimen)은 1986년에 태어난 터키 출신의 사진가로 본인이 다니던 코란(이슬람 경전)을 공부하는 학교에 돌아가 여학생들의 일상과 생활양식을 담은 사진 연작을 발표했다. 4년 동안 촬영한 이 작업은 로테르담에 있는 쿤스탈(Kunsthal)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발표되었고, 이후 ‘Hafiz’, 즉 코란을 전부 암기한 이슬람교도에게 주어지는 칭호를 뜻하는 용어를 제목으로 지은 책을 통해 월드 프레스 포토(World Press Photo)에서 장기 프로젝트 부분에서 2등 상을 받고 파리 포토-아퍼쳐 포토 북 어워드에서 퍼스트 포토북 어워드(First Book Award)를 수상했다. 이후 2020년 매그넘 포토스의 노미네이트 회원이 되었다. 하나의 진실된 사진 프로젝트가 예술로서 그리고 동시에 저널로서 얼마나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예.

이 책은 서사와 구성이 완벽하게 자연스럽다. 코란 학교 여학생들이 보통 들고 다니는 핑크색 코란처럼 책 표지가 디자인되었고(이는 사비하 치멘이 직접 터키의 장인에게 찾아가 제작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 안에는 기숙을 하며 코란을 전부 외우는 수업을 듣는 소녀들의 일상에 아주 가깝게 다가간 사진들이 있다. 사비하 치멘 역시 이 학교의 졸업생이자 여성 이슬람교도였기 때문에 가능한 피사체와 사진가의 거리였다. 세미나를 통해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작업 과정에 따르면, 너비가 2m가 넘는 메탈 보드에 싸게 인화한 작은 사진들을 전부 붙여놓고 순서와 프로젝트에 포함 여부를 매일 아침 고민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며 말이다. 그 노력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책이니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레드 훅 에디션즈(Red Hook Editions)에서 일반판과 컬렉터 에디션 둘 다 구매 가능하다.

10. Pickpocket by Daniel Arnold

펴낸 곳|Elara Press

다니엘 아놀드(Daniel Arnold)는 앞서 소개된 작가들과 달리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다. 그의 사진은 보그(Vogue)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실리곤 한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인스타그램계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첫 모노그래프 ‘Pickpocket’은 스트리트 사진 성향을 여실히 잘 보여주도록 편집되어 있다. 현재 출판사 엘라라(Elara)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경할 수 있다.


아직 사진의 역사나 작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소 버거울 수 있는 분량의 추천이지만, 사진집의 장점은 바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저 보기만 하면 된다. 우연히 감상한 사진이 맘에 든다면, 해당 사진작가를 나침반 삼아 다른 작품이나 작가에 관해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마치 뮤지션이 즐겨 듣는 음악이 문득 궁금해지듯이 말이다. 모든 디깅은 그렇게 시작된다.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가 아닌, 알렉 소스가 직접 이야기하는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에 관해 알고 싶다면 그의 유튜브에 직접 찾아가 보자. 그가 소장한 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Alec Soth 유튜브 채널


이미지 출처| Milk Magazine Japan Store, GOST Books, Citizen Editions, Photography Gallery International, MACK, Aperture, Red Hook Editions, Collector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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