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런던, 당시 모던 재즈를 즐겨 듣던 ‘모더니스트(modernists)’가 하나둘 모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했다. 이들은 맞춤 정장을 입는 것을 시작으로 재즈를 비롯한 소울, R&B 밴드의 음악을 좇았으며 때로는 약에 취한 채 클럽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모드(Mod)라 불렀다. 독특한 패션 스타일과 함께 이들의 주 이동수단이 됐던 스쿠터 역시 모드의 유행에 큰 역할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조명등과 사이드 미러로 과도하게 커스텀된 스쿠터에 지나는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 당시 10대 청소년들이 주를 이뤘던 모드족이 커스텀에 주로 활용하던 스쿠터는 베스파(Vespa)와 람브레타(Lambretta)로, 부유하지 않은 이들에게 값싸고 과시하기 좋은 패션 아이템이자 교통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6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모습을 갖춘 모드족은 런던과 뉴욕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액세서리로 한껏 치장한 스쿠터를 끌고 그룹 라이딩을 즐겼는데, 이때 그들의 모습에 동한 이들이 현재까지 그 모습을 재현해 오고 있다. 각양각색의 커스텀 스쿠터를 이끌고 도쿄 시내를 누비는 더 넘버스(The Numbers)가 바로 그들.
1982년 도쿄의 모드족을 주축으로 결성된 더 넘버스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도심 라이딩 이벤트 ‘Scooter Run’을 개최하며 ‘모드’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다채로운 스쿠터 커스텀뿐만 아니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맞춤 정장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으며 재즈, 소울, 댄스 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파티에 참가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는 그들이다. 다만, 런던에서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한 모드가 처음 등장할 당시만큼 80년대 도쿄의 사정은 그리 궁핍하지 않았기에, 모드의 반항적 모습이 아닌 패션과 음악 스타일에 집중된 모습이다. 더 넘버스의 화려한 스타일을 보면 60년대 런던이 아닌 최대 호황기를 누리던 80년대 일본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다. 60년 전을 추억하고 있는 이들의 질주를 함께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