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요 혹은 팝이 당신이 소비하는 음악으로 충분하다면, 지금부터 말하려는 이야기는 전혀 도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비약적인 디지털의 발전. 관두자. 인터넷을 먹고 자란 지금 10~20대에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불과 90년대만 하더라도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외국 음악을 들으려면, 음악에 정통한 레코드 가게 아저씨에게 물어가며 음반을 사서 듣거나 PC 통신 혹은 케이블 채널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눈 뜨고 엄지손가락으로 유튜브 채널 하나만 켜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음악까지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신촌 자취방에서 라면만 먹던 휴학생 A가 만든 1분 30초짜리 비트가 몇만 명에 의해 공유되며 기성 뮤지션, 레이블과 연결되는 상황은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다.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bull Music Academy, 이하 RBMA)가 2013년, 야심 차게 선보인 음악 다큐멘터리 해시태그(H∆SHTAG$)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작금의 웹 환경에서 형성된 다양한 음악적 조류, 현상을 심도 있게 파고들면서도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제목에 빗대어 간략하게 말하자면, 지금 시대의 음악은 ‘장르’가 아닌 ‘해시태그’로 규정해야 더 맞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처럼 RBMA가 기가 막힌 제목으로 방향을 설정한 음악 다큐멘터리, 해시태그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그 통찰과 이야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언더그라운드 군집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어진 독특한 모양새의 포스트 지역주의는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을 뮤지션도, 레이블도 아닌 인터넷으로 이동시켰다. 장르와 경계를 허무는 인터넷 발 음악이 활개 치는 환경이 만들어진 지금 시점에서 해시태그에 등장하는 뮤지션, 평론가, 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더는 팝과 장르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무심하게 달아놓은 해시태그가 곧 음악의 정체성이자, 장르 아닌가. 분명 2010년 즈음을 기반으로 음악 산업, 환경, 소비 형태, 음악가 그리고 그들의 작업 방식까지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모두 6편으로 기획된 해시태그 시즌 1을 감상했다면, 이러한 변화를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겠다.
최근 해시태그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1화부터 #Gqom이라며 네이버에 걸리지도 않는 난해한 용어를 들이미는 이 음악 다큐멘터리는 현재 #Kawaii, #Grime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전개 중이다. 나는 사운드클라우드가 뭔지도 모르겠고, 카와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이돌이나 즐기고 ‘쇼 미 더 머니’나 보면 된다고? 그런데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래퍼의 음악이 저 해시태그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다. 모든 놀이가 그런 것처럼. 자, 우선 한글로 친절하게 번역된 해시태그 그 첫 번째 시리즈부터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