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뉴욕의 잔혹한 범죄 현장을 누구보다 빠르고 적나라하게 포착하며 대도시의 민낯을 고발한 사진작가 아서 펠리그(Arthur Fellig). ‘위지(Weegee)’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는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와 정리는 이미 끝났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그의 미공개 작품 73장이 우연히 발견되어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공개 작품을 발견한 이는 시애틀에 거주하는 아티스트 데이비드 영(David Young). 1970년대 중반, 필라델피아의 한 중고물품점에서 오래된 보도 사진들을 박스채로 구입한 그는 박스를 부엌 서랍장에 넣어둔 채 몇십 년째 잊고 살았다고 한다. 40년도 더 지난 최근, 박스를 열어 사진을 확인한 그는 사진의 뒷면에서 ‘A.펠리그의 사진(PHOTO BY A. FELLIG.)’라고 적힌 도장을 발견했고 확인 즉시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의 에디터이자 위지의 전기 작가인 크리스토퍼 보나보스(Christopher Bonanos)에게 이 사실을 제보했다. 놀랍게도 감정 결과 사진들은 위지의 사진이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정확히는 그가 1930년대에 촬영한 범죄 현장 보도 사진으로 파악되었다.
위지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와 크리스토퍼 보나노스의 발표에 따르면 발견된 사진의 대부분은 그들조차 처음 보는 미공개 사진들이며, 촬영 정보에 대한 파악은 현재 80%가량 이루어진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그중 몇 장은 위지의 최고작으로 보인다고 하니 위지와 그의 작품세계를 연구하는 데에 더없이 큰 자료가 될 것. 80년도 넘는 긴 잠에서 깨어난 사진이 전체 공개되길 기다리며, 사전 공개된 위의 몇 장을 감상해보자.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공식 웹사이트의 Weegee 소개 페이지
Christopher Bonanos 공식 트위터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