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던 1970년대 일본은 젊은이들의 혈기와 급진적인 사고방식이 머물 곳을 남겨놓지 않았다. 욕정에 찬 커플들은 보는 이의 눈을 피해 야심한 시각 공원으로 모여들었고, 도쿄의 공원은 밤만 되면 젊은 남녀와 동성애 커플의 은밀한 접선 공간이 되었다고. 이 외설적이고 음울한 도시 풍습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포착하여 당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코헤이 요시유키(Kohei Yoshiyuki)의 사진집 ‘더 파크(The Park)’가 2019년 가을 재출간을 앞두고 있다.
‘보이어리즘(Voyeurism)’이라고 불리는 관음증적 사진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인 코헤이의 작품은 2019년에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원초적이다. 적외선 필름과 스트로보를 사용하여 몰래 담아낸 욕망의 편린에서 피사체와 관객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며, 감각에 몰두한 행위는 지나치게 솔직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19년의 재출간은 새로운 의미가 있다. 1979년 최초 공개된 ‘더 파크’가 일본의 전후 사회상과 새로운 세대의 행동 양식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면, 이번 재출간은 감시, 관음, 프라이버시 등 새로운 시대의 이슈에 과감히 의문을 던진다.
미공개 사진 8점과 사진 평론가 빈스 알레티(Vince Aletti)의 에세이, 그리고 아라키 노부요시(Araki Nobuyoshi)와의 인터뷰가 새롭게 수록된다고 하니 그의 작품을 이미 확인한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재출간이다. 자세한 정보는 래디어스 북스(Radius Books)와 함께 책을 공동 출간한 뉴욕 요씨 밀로 갤러리(Yossi Milo Gallery)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