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Palestine)의 가슴 아픈 역사, 사브라-샤틸라 학살(Sabra and Shatila Massacre)은 한국인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다. 아리 폴만(Ari Folman) 감독의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Waltz with Bashir)”의 소재이기도 한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82년, 레바논(Lebanon) 테러조직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Israel)은 이에 복수하고자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Beirut)를 점령한다. 이들은 친 이스라엘 파인 바시르 제마엘(Bashir Gemayel)을 대통령으로 세워 레바논을 자신들의 수하에 두고자 했지만, 취임을 9일 앞두고 바시르 제마엘은 테러로 사망한다.
테러의 주도 세력으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지목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파시스트 정당인 팔랑헤당(FE-JONS) 소속 민병대는 PLO 단원을 수색한다는 명목으로 서베이루트 사브라와 샤틸라의 플레스타인 난민촌을 기습해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스라엘군은 직접적으로 학살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난민촌을 탱크로 둘러싸고, 밤에는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등 민병대를 간접적으로 도왔다. 16일부터 18일까지 벌어진 학살은 약 2,750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이는 국제 적십자사의 집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랍 세계를 넘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준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이라크의 예술가 디아 알 아자위(Dia al Azzawi)는 ‘아랍 세계의 게르니카(Guernica)’로 불리는 대작, ‘사브라-샤틸라 학살(Sabra and Shatila Massacre)’을 완성했다. 가로 7.5m, 세로 3m의 이 작품은 완성 직후 세간의 호평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테이트(Tate)에 소장되는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과 아픔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당 작품은 전시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빛에 장시간 노출될 시 노란색으로 변색되는 산성지의 특성 탓에 테이트 측은 일 년에 석 달 밖에 전시하지 않았고, 해외 전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레바논의 예술 후원가 람지 달로울(Ramzi Dalloul)은 해당 작품을 태피스트리의 형태로 제작할 것을 제안했고, 테이트의 지원 아래 30명의 스페인 태피스트리 장인을 고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총 4년간의 작업 기간을 걸쳐 완성된 작품은 현재 베이루트에서의 첫 전시를 앞두고 있다. 뼈 아픈 역사의 증거물로서, 해당 작품이 중동을 넘어 전 세계에 강력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