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부터 8일(현지 시각)까지 마이애미(Miami)에서 진행된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모인 만큼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중 올해 최고의 이슈가 되었던 작품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코미디언(Comedian)’. 덕트테이프로 바나나를 벽에 붙여놓은 형태의 이 작품은 무려 12만달러(약 1억 4천만 원)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며 대중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작품이 설치된 해외 갤러리 페로탕(Perrotin)의 창립자 에마뉘엘 페로탕(Emmanuel Perrotin)은 해당 작품이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평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대중의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이 책정된 것이 사실. 그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던 걸까, 행사가 마무리되는 8일(현지 시각),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이 작품을 먹어 치우면서 ‘코미디언’은 다시 한번 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난데없이 등장한 데이비드 다투나는 벽에 붙은 바나나를 단순히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먹어 치웠다고. 논란의 주인공을 간단히 먹어버리면서 그는 정의 구현(?)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아쉽게도 ‘코미디언’은 썩어 없어지는 바나나의 특성상 작품 자체가 아닌 정품 인증서를 판매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페로탕 소속 디렉터 루치엔 테라스(Lucien Terras)는 “다투나가 작품을 파괴한 것이 아니다”라며, “바나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페로탕 측은 ‘코미디언’의 자리에 새로운 바나나를 붙여놓았으며, 이 작품은 안전상의 이유로 전시가 중단되었다.
거액의 바나나 작품에 대한 데이비드 다투나의 행동은 지난해 자신의 작품을 낙찰과 동시에 파쇄해버린 뱅크시(Banksy)를 떠올리게 한다. 과연 우리는 이들의 행동을 기성 예술계에 대한 창의적인 도전으로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이벤트 정도로 해석해야 할까? 최근 종종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사건들이 미술계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하며, 예술가들의 행보를 응원해보자.
Art Base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Maurizio Cattelan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David Datuna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