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후지필름(Fujifilm)은 새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 X100V의 발매와 함께 포토그래퍼 제품 사용기 영상 수 편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X-포토그래퍼(X-Photographers)’로 불리는 후지필름 X 시리즈의 홍보대사들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작가군이다. 본디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고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관을 선보여 구매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영상 한 편이 공개 즉시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다름 아닌 흑백 길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계의 유명인사, 스즈키 다츠오(Tatsuo Suzuki)의 영상이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스즈키 다츠오의 사진은 강한 흑백 컨트라스트(Contrast)와 속도감, 예외적인 구도 등으로 인기가 높지만, 그 뒤에는 논란의 소재가 되는 촬영 기법이 있다. 바로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에게 불시에 카메라를 들이대 예고 없이 촬영하는 것. 미국의 브루스 길든(Bruce Gilden) 등 유명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이 활용하는 기법으로 연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사체가 되는 행인들에게는 큰 불쾌감을 주기에 캔디드 포토그래피(Candid Photography)와 함께 오랜 기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예절이 크게 중시되는 일본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촬영 기법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할 터. 특유의 사진 촬영 기법이 생생히 담긴 스즈키 다츠오의 X100V 홍보 영상은 공개와 함께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소름 끼친다’라는 반응을 일으키며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후지필름은 공식 계정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후지필름 측의 공식 발표는 없으나, 공식 웹사이트의 X-포토그래퍼 라인업에서 스즈키 다츠오 항목이 제거된 점, 그리고 연관 페이지들이 모두 공란으로 뜨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그는 X100V의 공식 홍보대사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번 사태는 후지필름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홍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와 초상권을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시킨 본 사건의 행방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