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1990년대 초, 도시 내 즐비했던 폐건물에서의 레이브 파티와 전시는 베를린을 문화 예술의 황금기로 이끌었다. 현재까지도 비교적 당시의 분위기를 이어가며 문화 예술과 전 세계 테크노 클럽의 성지로 심지를 굳힌 베를린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된 이후 그 움직임도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난 3월 베를린의 상징적인 클럽 베억하인(Berghain)이 잠정적인 폐쇄를 알린 것으로도 대변할 수 있겠다.
이에 지난 9일, 베억하인이 댄스 플로어가 아닌 예술 관람의 공간 ‘Studio Berlin’으로 돌아왔다. 베억하인의 소유주 미샤엘 투 플러(Michael Teufele)와 노버트 토르 먼(Norbert Thormann)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오는 12월까지 이어질 예정인 전시에는 볼프강 틸먼스(Wolfgang Tillmans),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같은 저명한 아티스트부터 지역기반의 신진 아티스트까지 사진, 조각, 그림, 비디오, 사운드 및 설치 분야의 작품을 아우르는 80여 명의 작품이 함께한다. 또한 베억하인은 이번 계기로 오랜 시간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을 직장으로 복귀시켰다. 그들은 전시의 가이드로서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입장이 쉽지 않다고 알려진 베억하인의 위상은 해당 전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입뺀(?) 제도 없이 티켓 구매를 통해 관람이 가능해 기대를 모았으나, 9월 한 달 동안의 티켓은 즉시 매진되었으며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이는 16명으로 한정된 가이드가 출입을 허용한 경우에만 관람 할 수 있다. 촬영을 일절 금지하는 클럽 내 운영 방침 또한 그대로 반영되어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그 내부 사정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점까지 기존 클럽과 유사하게 운영되는데 이와 같은 설정은 관객에게 향수를, 또는 호기심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 라이프의 미래가 불투명한 시기, 현재의 어려움을 발판 삼아 90년대의 황금기를 재현하기를 희망한다는 베억하인. 전시를 통해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었을 이들에게 다시금 기회를 제공하며, 꾸준히 지역 내 문화를 지지하는 그들의 내일을 기대해보자.
Berghain 공식 웹사이트
Berghai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NY times, 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