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서아프리카의 정체성 그사이, Adji Dieye의 “Maggic Cube”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이 그들의 의지도 지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수입 쌀, 옥수수 또는 기장을 먹을 때 접시를 보세요. 그게 바로 제국주의입니다.”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리던 부르키나파소 전 대통령 토마스 산카라가 한 말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오늘도 우리는 마트에서 무심코 다양한 제품을 확인하고, 그 제품의 광고 포스터를 본다. 끼니를 위하여 단순히 음식을 사는 일에 어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아지 디예(Adji Dieye)의 사진을 더 깊숙이 바라보면 앞선 의문에 작은 단서들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의 주변에 놓인 식료품의 패키지와 브랜딩에서 작업의 소재를 발견했다. 그중 자신의 눈을 가장 사로잡았던 광고는 ‘매기 스톡 큐브(Maggi Stock Cubes)’. 네슬레가 소유하고 있는 해당 제품들은 1885년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 대륙의 지리적, 경제적 운명을 결정한 직후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이후 많은 서아프리카 요리의 핵심 재료가 되어 ‘마법’ 큐브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지 디예는 이러한 브랜드에서 알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에게 그 제품의 이미지란 열강의 문화적인 정복이 일궈낸 결과물로 보일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든. 

자신이 느낀 이질감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그는 매기가 식욕을 돋구기 위해 사용한 빨간색과 노란색의 의미를 바꾸고, 그 구성은 ‘Malick Sidibé’, ‘Seydou Keita’ 등 사진의 거장들을 참고했다. 작가는 ‘매기’처럼 서양권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광고와 초상화의 시각적 언어를 결합하는 행위가 현대 미술에서 종종 서아프리카의 시각적 문화를 하나의 ‘스타일’로 축소하고 있다며, 이번 작업은 그 지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가의 ‘Maggic Cube’는 디아스포라와 서아프리카의 정체성 어딘가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침식당한 이미지의 잔상은 서글프지만 아름답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자신의 문화가 지닌 아이러니를 그대로 껴안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Adji Dieye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DAMN°

김반자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걸 쓰는 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고군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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