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하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는 재료와 물품들은 작품의 최종본에서 탈락한다. 이들은 무대의 영광을 누리지 못한 채 창고행이 되기 일쑤. 또한 전시장 내부에서 조명과 스피커, 스크린 등에 연결된 장비와 선들은 모두 가지런히 정리되어 벽 뒤로, 바닥 밑으로 숨겨진다. 화이트큐브는 너저분하게 늘어진 사물들과 작품 제작에서 발생하는 잉여의 재료들을 견디지 못한다.
성북구에 위치한 대안공간 팩션(Faction)에서는 이렇게 작업 혹은 전시 후 남은 재료와 물품, 폐기물들을 위한 전시를 기획한다. 전시 ‘아웃 오브 크로스헤어 Out of Crosshair’는 “예술이 아닌 것”으로 쫓겨났던 사물들을 다시 좌대 위로 소환하고자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시의 목적에서 벗어나 타켓팅되지 못한 것들, 조명받지 못한 것들을 위한 난사 이벤트인 것이다. 혹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있지 못한 것들에 거는 부두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시는 올해 4월 6일부터 5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작업자, 기획자를 대상으로 물품들을 모집 중.
‘아웃 오브 크로스헤어’의 물품 모집은 2월 20일까지 열려있다. 당신이 제도가 규정하는 예술 감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반골 기질의 소유자거나 전시 후 남은 폐기물을 처리하기를 미루고 있던 게으른 작업자라면, 한달 동안 치뤄지게 될 이 부두술의 항아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재료를 넣어보는 건 어떨까.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