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시선을 담은 사진집 ‘Kim Jong Il Looking at Things’가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리브 오일, 무, 옥수수, 간장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부터 군대, 공장 같은 긴장감 넘치는 공간까지. 포르투갈 아트 디렉터 주앙 로샤(João Rocha)가 북한의 시찰 문화를 아카이빙한 해당 사진집은 북한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자아내는 우스꽝스러움으로 2012년 출간 이래 수많은 컬트 팬들을 열광시켜 왔다. 특히, 선글라스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위엄 가득한 시선에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까 쩔쩔매는 사람들의 표정은 ‘Kim Jong Il Looking at Things’만의 웃음 포인트.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주앙 로샤의 언변 또한 흥미롭다. “Looking at a radish”, “Looking at olive oil” 같이 김정일이 바라보는 사물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며, 자칫 분산되기 쉬운 초점을 하나의 사물에 정확히 안착시키는 기술이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이로써 독재자의 시찰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은 웃음이 번지는 밈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실 ‘Kim Jong Il Looking at Things’는 주앙 로샤가 과거 텀블러에서 운영하던 블로그 이름이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시찰 사진을 일관성 있게 아카이빙해 오던 일이 사진집 출간으로 이어진 것.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에는 ‘Kim Jong Un Looking at Things’라는 새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국영 통신사의 공식 사진을 모아 두었을 뿐인데 문화가 되니, 서구의 많은 컬트 팬들이 왜 북한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이제 알 것도 같지 않은가? 어느덧 인민 컬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Kim Jong Il Looking at Things’는 현재 아래의 링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shashasha, COMTOUR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