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뉴욕의 독립 서점이자 출판사 대시우드 북스(Dashwood Books)의 포토북 컨설턴트 수수다 미와(Miwa Susuda)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눈 여겨보기를 권한다. 그녀는 ‘My Favorite Dashwood Friends Of The Day’라는 주제로 서점의 방문객들에게 구매한 사진책을 들게 한 후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데, 이는 단순하지만 휙휙 지나쳐 보기 쉬운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에서도 방문객의 모습과 그들이 고른 책의 상관관계에 대해 짧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과연 큐레이터다운 설계가 들어간 방식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미와는 ‘My Favorite Photo Book Of The Day’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직접 발굴한 서적을 소개한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도 바로 그녀가 최근 게시물에서 소개한 서적 사토 히데키(Hideki Sato)의 2003년 작 “Korean Boxer”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사토 히데키는 “Mex Box”와 “Philippines Boxer”에 이어 권투 선수들의 이미지를 시리즈로 담아내고 있는 포토그래퍼다. 포토그래퍼가 따로 요청한 바인지는 몰라도, 사진에 실린 선수 모두 복싱의 기본자세나 스트레이트를 꽂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링 위가 아닌 옥상, 길거리, 주차장 어디서든 준비된 자세로 기개와 위용을 보여주는 선수들의 태도가 바로 시리즈를 담아내게 된 계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Korean Boxer”에 대한 자료는 ‘엄청난 생명력과 숭고한 영혼을 지닌 ‘한국의 복서’라는 상투적인 문구와 ‘역대 세계챔피언, 전설적인 선수를 포함해 120인의 권투선수 사진이 실렸다’라는 정보 정도가 전부라,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수수다 미와가 촬영해 게시한 몇 장의 서적 내부 사진을 통해서는 한국 복싱 레전드 하면 무조건 거론되는 장정구의 사진이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Korean Boxer”와 비롯한 사토 히데키의 복서 시리즈는 데시우드 북스에서 판매하고 있었으나 이 글을 쓰는 사이 아쉽게도 품절되어버렸다. 현재는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구매를 서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