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린 눈이 여태 그대로다. 잔뜩 움츠러든 목덜미 사이로 바람이라도 스치면 과연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요즘 같은 날씨에 행여나 반지하 방 앞에 세워진 앰뷸런스를 목격하거나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노인 고독사 소식을 들을 때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진작가 후쿠시마 아츠시(Atsushi Fukushima)는 2004년 오사카예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10년간 가와사키의 독거노인들을 위한 간편식 배달 기사로 일한 전력이 있다. 싱크대에 가득한 설거짓거리와 쓰레기, 차가운 방바닥에 쓸쓸히 누워있는 모습 등 혼자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독거노인들의 열악한 생활상태에 충격을 받은 후쿠시마는 카메라를 매개로 그들의 새로운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후쿠시마의 사진집 ‘I Deliver Bento Boxes to the Houses of Old People Living Alone’는 결코 연민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사려 깊은 동지가 되어 ‘죽음’이라는 단어가 결코 아득하지 않은 독거노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나이테처럼 얼굴에 깊게 팬 주름살은 이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책의 제목처럼 노인들이 실제 ‘먹는’ 행위에 꽤나 초점을 맞췄다는 것인데, 책의 부록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먹음’으로써 죽음을 생명으로 치환하는 행위라고.
가와사키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며 그들의 잔잔한 삶을 기록한 사진집 ‘I Deliver Bento Boxes to the Houses of Old People Living Alone’는 현재 샤샤샤(shashasha)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