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현실과의 거리감, 그리고 쉬이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모습 때문일까.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범죄 조직의 일상은 여러 예술가의 좋은 소재로 각광받았다. 실제 거리의 갱단을 촬영한 포토그래퍼 역시 적지 않은데, 오늘 소개하는 포토그래퍼 로버트 예이거(Robert Yager) 역시 오랜 시간 갱을 쫓으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예이거는 라틴 아메리카 학위를 수료하기 위해 멕시코에 1년간 머물렀다. 이후 사진 공부를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그는 그 지역 치카노 갱단의 모습에 매료됐고, 직접 갱단 보스를 만나거나 그들과 어울리는 등 친밀한 관계와 유대감을 바탕으로 갱의 일상을 촬영했다.
그는 마치 브라질 갱을 주제로 한 영화 “시티 오브 갓(City of God)”의 주인공 부스카페와도 같았다. 세 명의 소년이 라이벌 갱단의 조직원을 잡으려 총을 들고 뛰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뉴욕의 주간 잡지 뉴스위크(Newsweek) 표지에 실리며, 명성을 얻었고 이후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옵저버(Observer) 등의 여러 매체가 그의 갱 사진을 원하기 시작했다.
총과 마약, 돈뭉치, 문신 등 갱의 삶을 묘사할 때 빠질 수 없는 여러 요소가 사진 곳곳에 묻어난다. 이런 예이거의 사진을 본 일부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범죄 집단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이러한 모든 게 그들의 문화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이라고 언급, 자신이 갱을 촬영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그들 개인의 생활상을 기록하고, 그들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30년가량 갱의 삶을 촬영하는 사이, 이전과 다르게 그 문화도 조금씩 쇠퇴하고 있으나 자신 주변에 갱이 있는 한 계속해 그들을 렌즈에 담으며 인연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애정과 끈기의 결과물을 천천히 감상해보자.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 갱을 촬영한 사진집 ‘Playboys’를 출판, 이곳에서 그의 사진집을 구매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Robert Yager / Photol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