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인’으로 포괄되는 예상치 못한 차림새와 행동의 승객, 거리에 흩뿌려진 조악한 광고지, 들어갔다간 다신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위협적인 간판. 당혹스럽고 기이하면서도 어딘가 미적인 인상을 주는 장면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를 ‘현대미술’이라 칭하기도 한다.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충격을 주는 탓에 인터넷으로 떠돌아다니는 사진만 보더라도 숭고미를 느낄 지경. 한때 온갖 인간 군상을 조망하게 했던 1인 방송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리고 1인 방송이 완전히 일상에 스민 지금에, 덜컥 우리를 기묘한 ‘인방’의 세계로 빨아들이는 작품이 있다. 바로 류성실 작가의 ‘체리장 시리즈’. ‘최초 일등 시민권자’, ‘UN 친선대사’, ‘한민족 평화통일 홍보대사’ 등 온갖 직함을 가진 체리 장 씨가 인터넷방송에서 핵미사일 공격 대피나 일등석 타는 법 등을 이야기한다. 처음 영상을 접하면 심연을 마주한 듯 막연한 공포를 느낄 수 있으니 주의.
2018년 ‘BJ 체리장 2018.04’로 시작된 ‘체리장 시리즈’는 2020년 ‘굿바이 체리장’으로 끝마쳤다. 강연을 너무 열심히 다닌 탓에 체리 장이 과로사했기 때문. ‘굿바이 체리장’의 일부인 ‘故 체리장 1주기 (희귀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고인이 직접 찾아와 인사를 전하는 순간이 하필 유실된 것이 아쉽다. 추도사는 하늘나라 천사군단이 맡았는데, 다소 괴기스러운 이미지가 많으니 마음을 가다듬을 것. 마지막 식순인 유산 상속에서 띄워진 사이버 피싱이 아닌지 의심케하는 ‘비밀 링크로 선물 수령’ 창이 압권이다.
마샬 맥루언(Marshall McLuhan)의 ‘미디어의 이해’가 출간된 지 50년도 훌쩍 넘은 지금,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질 것도 없는 미디어는 종종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황당한 이미지로 우리에 충격을 다시금 안겨주곤 한다. 류성실의 ‘체리장 시리즈’가 패치워크처럼 한 데에 깁어낸 오늘날의 광기를 시청해 봐도 좋겠다.
류성실 작가 공식 웹사이트
Cherry Jang 공식 유튜브 채널
이미지 출처 | Twitter, sungsil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