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커튼, 해안가를 뒤덮은 흰색 천, 혹은 포장된 베를린 국회의사당의 낯선 이미지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 공사 현장이나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광활한 스케일의 작업을 선보이는 크리스토(Christo Javacheff)&잔 클로드(Jeanne―Claude) 부부의 대지미술(Earth Work/Land Art)이다.
크리스토&잔 클로드 부부는 세계적인 건축물과 대자연 위에 독특한 작업을 선보여온 현대 예술가다. 파리의 개선문이나 베를린의 라이히슈타크처럼 누구나 알 법한 상징적 건축물을 뒤덮는다거나, 해안이나 골짜기, 섬을 천으로 감싸는 등, ‘앙파크타주(empaquetage)’ 또는 ‘패킹(packing)’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포장 작업을 전개해왔다. 두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장대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을 선사하고, 해당 공간에 대한 일시적 점유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설치 작품의 특성상 전시 기간 외엔 어디에서도 다시 그 모습을 목도할 수 없는 것도 특징. 거대한 백일몽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런 탓에 그들의 작품이 설치됐다는 소식이면 그 광경을 놓칠세라 수많은 이들이 발길을 향했다. 2016년에 공개됐던 그들의 ‘The Floating Piers’는 SNS상 가장 많은 해시태그를 기록하며 하입된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9년 타개한 아내 잔 클로드에 이어 남편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지난 2020년 작고하면서 이제 그들의 작품을 마주할 방법은 요원해졌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이들의 작품 세계를 탐미할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갤러리 IAH에서 열리는 ‘CHRISTO AND JEANNE-CLAUDE: PRINTS AND BOOKS’는 크리스토&잔 클로드의 초기 작업부터 후기의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까지 그들의 작업을 오리지널 프린트와 아트북, 드로잉 판화 형태로 총망라한다. 해당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꿈결처럼 사라져버린 크리스토&잔 클로드의 미장센을 다시 조우하고, 나아가 작품의 오리지널 포스터, 한정판 작품집까지 그들의 작품 세계를 낱낱이 조명해 볼 수 있을 것.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가 대지 위에 실현시킨 거대한 상상을 다시 마주하고 회고해 보자.
IAH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Christo&Jeanne Claud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전시 정보
날짜 | 2023년 6월 10일 ~ 2023년 7월 15일, 11:30am ~ 7:30pm
장소 | 서울시 중구 다산로 62, 이화빌딩 1층, IAH
이미지 출처 | I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