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소비 사회의 핵심은 인간의 욕심을 자극하여 더 많은 것을 원하게끔 만드는 데 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끝내 자기 자신을 모두 집어삼킨 그리스 신화 속 에리직톤(Erysichthon)처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욕구는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행위 예술가 데이빗 헨리 브라운 주니어(David Henry Brown Jr.)는 작품 ‘RESEMBLAGÈ’를 통해 바로 이런 끝없는 소비욕으로 비롯된 탈인간화를 꼬집는다. 작품의 제목인 ‘RESEMBLAGE’는 닮다는 뜻의 ‘resemble’과 ‘collage’를 자의적으로 더한 합성어다. 몸소 자기 얼굴 위에 미트볼을 뒤덮고, 매쉬드 포테이토를 덕지덕지 바르며, 자신을 피넛버터 앤 젤리 샌드위치로 만들기도 하는 그. 인간의 형상은 사라진 채 음식이 되어버린 모습은 마치 자신의 살점을 물어뜯는 에리직톤을 연상하게 한다.
언뜻 어둠의 인터넷 스트리머들이 하는 행위와 비슷해 보이지만, 데이빗 헨리 브라운 주니어의 작업은 소비주의에 매몰되어 천편일률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을 서늘하게 풍자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인구가 맥도날드의 버거를 먹고,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며,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삶을 과시하고 있다. 결국 인간의 소비 행태는 거대 기업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는 점을 데이빗 헨리 브라운 주니어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데이빗 헨리 노바디 주니어(David Henry NOBODY JR.)로 바꾸면서 인간의 몰개성화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RESEMBLAGÈ’은 사진과 영상 그리고 행위 예술의 전반을 통해 구체화되며, 직접 전시장에서 작품을 재현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NEWEST LARGE RESEMBLAGÉ’로 자신의 작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모델들과 다양한 구도로 소비주의에 대한 풍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세상 모든 소비재를 얼굴에 대입하는 그의 작업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을 직접 방문해 보자.
David Henry Brown Jr. 공식 웹사이트
David Henry Nobody Jr.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 David Henry Brown 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