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os Collection, 나치의 벙커에서 미술관으로

베를린 미테(Mitte)지구에는 거대한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온갖 그래피티가 그려진 외부 벽면과 좁다란 창문들 그리고 굳게 닫힌 녹슨 철문은 어디가 입구인지 도통 알 수 없게 한다. 바로 나치 시절 지어진 보로스 벙커(Boros Bunker) 이야기다.

보로스 벙커는 2차 세계대전 때 포로수용소로 사용되다가 50년대에는 건조한 열대과일을 보관하는 이름하여 ‘바나나 벙커’였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90년대에 들어서자 하드코어 테크노 클럽과 BDSM 파티 장소로 사용되었다. 아트 컬렉터 크리스찬 보로스(Christian Boros)가 개인 아트 컬렉션을 위해 벙커를 구입한 2008년 이후부터는 보로스 컬렉션(Boros Collection)으로 개명해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의 비극적 역사의 일부로 기록되는 벙커의 상징성이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대치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로 연출되길 바랐기 때문에 폭격의 흔적이나 그래피티가 남은 외벽을 남겨두었다고.

그는 자신의 아내 카렌 보로스(Karen Boros)와 함께 큐레이터나 어드바이저 없이 직접 작품을 선별한다. 보로스 컬렉션은 개관 이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로스 컬렉션의 전시는 4년씩 진행되며 일반 전시보다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하루에 소수의 인원이 사전예약을 하여 관람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전시이기에 조금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 sns에 몰래 올리는 것 또한 금지이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지 않는 이상 전시 분위기를 알 수 없다.

현재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전시되고 있는 보로스 컬렉션의 네 번째 전시가 진행 중이다. 발렌시아가의 협업으로 유명세를 떨친 안나 우덴버그(Anna Uddenberg)와 설치 미술가 아밀라 피카(Amalia Pica) 등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니 베를린 미테에 있는 보로스 컬렉션에 가서 유서 깊은 건물과 보로스 부부의 비밀스러운 전시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Boros Collectio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Boros Collection 공식 웹 사이트


이미지출처 │Boros Collection, news i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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