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막한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축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1985년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도로 만들어진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이 모여 같은 신앙 안에서 서로의 문화와 삶에 대해 이해하고 일치할 수 있음을 기념하는 축제로, 참가자 수가 매회 증가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일례로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0차 세계청년대회’는 무려 400만 명의 참가자를 기록했다고.
그러나 축제 규모에 걸맞게 대회 개최 비용 역시 매회 증가하고 있어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개막 전, 행사장에 500유로 지폐가 그려진 초대형 분홍색 카펫이 무단으로 설치돼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카펫을 설치한 주인공은 포르투갈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보르달로 2세(Bordalo II).
작품명은 ‘Walk Of Shame’, 즉 ‘부끄러운 걸음’이라는 뜻으로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집, 직업,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교황의 투어를 후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자했다”라고 말하며 교황에게 항의하기 위해 교황 프란치스코가 미사를 진행할 장소에 카펫을 깐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총 1억 6,100만 유로의 비용이 소요되며 그중 포르투갈 정부는 약 3천만 유로의 비용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현재 포르투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있으며, 이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한편 카를로스 모에다스(Carlos Moedas) 리스본 시장은 카펫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예술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라며 보르달로 2세를 옹호했다.
이미지 출처 | Bordal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