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예술가 오타케 신로(Shinro Ohtake)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약 46년간 연작 ‘Scrapbooks’를 이어왔다. 50페이지에서 882지에 이르는 68권의 독특한 작업물은 그가 나고 자라온 도쿄와 우와지마를 시작해 런던, 홍콩, 뉴욕, 나이로비, 베를린, 발리,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각 도시의 상징적인 요소를 말 그대로 ‘스크랩’한 결과물이다.
적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1년 이상 일상의 조각을 이어 붙인 ‘Scrapbooks’는 살아 있는 사료(史料)라 해도 무방하다. 신문, 잡지, 포장지, 사진, 예술품 출력물, 필름, 바이닐 레코드와 가죽 등 오타케 신로가 각 도시에서 긁어모은 방대한 자료는 물론, 오래된 일기와 비행기 티켓 등의 개인적 서사가 담긴 사물들까지. 오타케 신로의 드로잉과 함께 무수한 이미지와 아트워크가 조밀하게 해체되고 결합된 ‘Scrapbooks’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작업한다는 오타케 신로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분명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오타케의 관심이 극도로 집약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그 방대한 자료를 보고 있자면 시간이 멈춰버린 박물관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각 도시의 유산 외에도 각종 미디어, 예술 작품으로 구성된 아트워크 역시 ‘Scrapbooks’에 포함됐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오타케 신로의 작품이 마치 박물관에 보관된 역사 사료처럼 전시되기도 했는데 그간의 작업을 한데 모은 모습이 꽤 장관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0년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그의 작품이 처음 모습을 보였고, 이후 2년 뒤 아트선재에서 ‘Scrapbooks’ 3권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Take Ninag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