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머리를 한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원하게 양 사이드 머리를 밀어버린 도널드 트럼프, 배가 불룩하게 불러온 칸예 웨스트와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얼굴의 특정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과장된 모델의 초상화 여러 점. 보고 있자면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듯하면서도 시선을 쉽사리 뗄 수 없는 이 모든 이미지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시니샤(Siniša)의 작품이다.
이미지의 질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그의 작품 대부분은 AI 기술을 이용해 생성됐다. 하지나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시니샤 본인이 AI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 사실 그의 작업물은 기존 SNS에서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AI 자동 생성’ 이미지가 아닌, 실제 이미지를 AI 기술과 포토샵을 이용해 편집한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실사’를 다루는 그의 역량은 정적인 이미지에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영상 작업물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시니샤의 그로테스크하고 유쾌한 감각과 궤를 같이하는 라 마스카레이드(LA MASKARADE), 루이스 데 하비에르(Luis De Javier) 등의 브랜드 작업물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순간 스쳐가는 그의 이미지 작업이 뇌리에 강렬히 새겨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앵글과 조명, 으스스한 분위기가 더해진 그의 영상을 좀 더 긴 호흡으로 감상해 보는 것도 Siniša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층 도움이 될 것. 더불어 지난달에는 제이디드 런던(Jaded LDN)과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역시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디지털의 현실 이식에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 그다.
시니샤는 누가 뭐래도 런던 패션, 예술 신(Scene)의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의 작업물에 관해 AI 기술과 포토샵 에디팅은 예술이 아니라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더불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AI 이미지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 역시 날로 커져만 가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께름칙한 새로움을 더하는 시니샤의 시선은 분명히 주목해 볼만하다. 그가 개설한 웹사이트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작업물을 감상할 수 있으니 클릭 한 번으로 또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봄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