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 중 하나인 법화경에는 이러한 격언이 실려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인생을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 그만큼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주 시작되는 월요일, 어제 마신 술에 메슥거리는 속과 지끈지끈한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 위에 앉아있지는 않는가. 이런 고통과 함께 ‘출근’이라도 하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취한 채 길가에 잠들어버리는 일 역시 남의 일만은 아니니까. 일본 태생의 사진작가, 카와모토 켄지( Kenji kawamoto)는 이러한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よっぱらい 天國(Yopparai Tengoku)’. 만취자 천국이라는 뜻이다. 사진에 어울리는 매우 정직한 제목으로 일본 길거리, 만취해 늘어져 있는 사람을 담았다. 그 대부분은 샐러리맨으로 현시대 일본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세대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다. 개개인의 사정은 다르지만, 가정 어디에서도 쉬이 환영받지 못하는 가장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술 취한 타인의 모습은 어쩐지 애달픈 감상과 상념을 남긴다. 실수와 치부 사이에 자리한 우리네 삶 단면을 가감 없이 담아낸 작품은 고고하게 포장된 예술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체력과 감정을 소진한 채 자신만의 천국을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