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입 안을 자세히 바라보는 일은 거의 없다. 구내염으로 욱신거리는 잇몸을 살펴보려 거울 앞에서 입을 벌리거나, 하루에 세 번 양치할 때를 제외하면 입은 철저히 무언가를 씹고, 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물론 당신이 치과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상대방의 구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만약 그토록 내밀한 입이 눈의 역할을 한다면? 제아무리 현대 기술이 인간의 감각 체계를 해체하여 모든 영역을 시각과 결부시켰다고 해도, 그 누가 입이 시선을 갖는다고 생각했겠는가?
적어도 영국의 사진작가 저스틴 퀴넬(Justin Quinnell) 만큼은 이런 기이한 상상력을 펼쳐낸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인 ‘MOUTHPIECE (Images taken from inside my mouth)’는 철저히 입 안의 시점으로 외부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직접 개발한 초소형 카메라를 자신의 입 안에 물고, 다양한 오브제가 구강 세계 안으로 침투하는 모습을 담은 그의 작업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감각적인 전치를 불러일으킨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Sydney Opera House’나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찍은 ‘Guiness’, 치과 의사를 바라보는 관점인 ‘Dentist’와 같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입의 시선’부터 입 안에 발이 들어간다는 성적인 면모의 ‘Toe Sucking’, 아이를 잡아먹을 것 같은 시선의 ‘Rosa – (getting to know dad)’까지 그의 구강-카메라는 일상으로부터 섹슈얼리티를, 섹슈얼리티에서 기이한 상상력으로 뻗어나간다.
사진에서 침 냄새가 나는가? 그렇다면 이 역시 어떤 관점에서는 감각의 도치가 아닐까? 저스틴 퀴넬이 직접 침 범벅이 된 카메라로 새긴 구강 밖의 세계는 마치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가 카메라를 물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자면, 사실 그의 입은 세계를 잡아먹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카메라가 그의 입을 지배하고 있다.
Justin Quinnell 공식 웹사이트
Justin Quinnell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 Justin Quinn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