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모델, 음악 프로듀서를 겸하며 포토그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는 줄리에 와타이(Julie Watai).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끼를 표출하는 그녀는 세계가 인정하는 오타쿠로도 유명하다. 2005년 사무라이 걸(Samurai Girl)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갖가지 테마와 함께 이루어지는 꾸준한 작업으로 그 저변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단순한 촬영보다는 여러 가지 설정을 통해 일본 고유의 오타쿠 문화를 표현하는데, 작품 속에 녹여낸 요소 모두 상당히 참신하다. 여자임에도 하드웨어, 로봇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을 터.
22세기의 예술이 이러할까? 사이키델릭함과 다채로운 컬러 구성은 줄리에 와타이의 특징으로 키치적인 콘셉트를 강조한다. 차가운 금속, 감정이 없는 로봇에서 또 다른 미(美)를 창조하는 작업은 경이로울 정도. 인물과 배경의 앙상블은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실제로 옮겨다 놓은 듯하다. 수많은 영감에서 탄생한 결과물을 단순한 B급 정서로 치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왜색 짙은,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세상과 너무도 다른 문화이기에 흥미로운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