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MACK)’은 2010년부터 시각예술과 건축에 관한 책을 출판하는 독립 출판사로,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작가들의 데뷔작은 물론, 중견 예술가들의 작업 세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집을 출판해 왔다. 맥과 다른 출판사의 차별점은 맥 특유의 섬세하고 실험적인 디자인과 제본에 있다. 특히, 책에 담기는 작품과 책의 형식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작업물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맥의 출판물 중 가장 특이한 책 5권을 살펴보자.
1. ‘Omaha Sketchbook’ – 그레고리 하펀(Gregory Halpern)
그레고리 하펀은 ‘미국성(Americanness)’라는 다소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는 사진작가다. 작업 ‘Omaha Sketchbook’에서는 미국 중서부 도시 오마하의 남자아이들의 공격성과 힘의 역학을 조명하며 문화의 복합성을 드러냈다. 해당 작업은 15년간 지속되어 왔으며, 종이 스케치북 위에 사진을 느슨하게 배치한 사진집으로 탄생했다. 특히, 태양이 페이지를 바래게 만든 부분을 사진집에 그대로 재현한 것이 눈에 띄는 작품.
2. ‘This Train’ – 저스틴컬 랜드(Justin Kurland)
저스틴 컬랜드의 ‘This Train’은 두 개의 내러티브를 엮은 사진집이다. 한쪽에는 작가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사진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미국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철도에 대한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다. 컬랜드는 이 작업을 통해 핵가족, 도시개발과 팽창의 폭력성, 토지 등 현대 미국의 문제를 폭로한다. 사적인 서사와 공적인 이미지가 하나의 책에 제본되어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가의 문제의식을 더욱 강조한다.
3. ‘Holy Bible’ – 애덤 브룸버그(Adam Broomberg) & 올리버 차나린(Oliver Channerin)
출간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애덤 브룸버그와 올리버 차나린의 ‘Holy Bible’은 폭력, 전쟁, 재앙에 대한 사진을 다루는 ‘아카이브 오브 모던 컨플릭트(Archive of Modern Confilict)’의 사진적 아카이브를 활용한 아트북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판매되는 성경의 형태를 모방하여 성경의 구절과 이미지를 매치하는 방식으로 책을 제작했다. 저자성과 재생산이라는 작품 제작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시각적 표현을 추구한 점이 매력적.
4. ‘#nyc’ – 제프 머멜스타인(Jeff Mermelstein)
뉴욕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포착한 제프 머멜스타인의 ‘#nyc’는 핸드폰 액정의 푸른빛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종이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또한, 휴대전화의 크기를 연상시키는 포켓 사이즈로 제작되어 작업의 콘셉트를 극대화했다.
5. ‘Services’ –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미란다 줄라이는 팬데믹 기간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오발송된 전화를 받고, 전화의 발신인과 소통하며 이미지를 교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업은 아코디언 제본 방식을 통해 책을 완전히 펼치면 무려 7m에 달하는 대형 사진집으로 탄생했다.
이미지 출처 | MACK